대법원장 압박하는 민주당 규탄 내용 포함
침묵 지키는 대한변협에 적절한 대응 촉구
성명 발송 후 추가 서명, 78명 이름 올려
부산 원로 변호사를 중심으로 여당이 삼권분립 원리를 근본적으로 침해한다고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부와 대법원장을 흔들고 있어 대한변호사협회가 침묵을 지켜선 안 된다며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창환(82·사법연수원 3기) 변호사 등 부산 지역 변호사 11명은 공동 명의로 ‘대한변협은 왜 침묵하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지난달 29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발송했다. 성명을 긴급히 보낸 이후에도 서명이 이어지면서 2일 오후 2시 30분까지 변호사 78명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 원로 변호사 등은 성명을 통해 여당이 헌법상 삼권분립 원리를 근본적으로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압박이 삼권분립 위반이란 지적에 대해 “얻다 대고 삼권분립 사망을 운운하느냐”라고 말하고, “대통령도 갈아 치우는 마당에 대법원장이 뭐라고”라고 발언한 것을 예로 들었다.
이들은 “삼권분립은 몽테스키외가 1748년 ‘법의 정신’에서 주창한 이래 모든 민주주의 선진국이 채택한 원리”라며 “삼권분립 원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발언은 집권 여당 대표가 해서는 아니 될 말”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대법원장과 사법부를 흔들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법원장이 청문회에 불출석하면 탄핵을 검토한다는 발언,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만났다는 근거 없는 의혹 제기, 윤석열 전 대통령을 구속 만료로 석방한 지귀연 판사에 대한 청문회 시도, 대법원장에 대한 공수처 수사 범위를 ‘직무 관련’에서 ‘모든 범죄’로 확대하는 법안 발의 등을 예로 들었다.
정 변호사 등은 “민주당은 국민이 잠시 위임한 입법권을 활용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판결했던 대법원장을 겁박하고 사법부 전체를 길들이려 한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들이 침묵하는 건 국가가 부여한 사명에 위배된다며 대한변협 등에서 적절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들은 “대한변협 회장이 적절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우리 원로 변호사들은 가장 소극적인 방법으로 변호사 회비 납부 거부 투쟁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명을 주도한 정 변호사는 “군사 정권 시대에도 정치권에서 사법부에 대해 이렇게 왈가왈부하진 않았다”며 “이재명 대통령 파기환송 사건으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대법원장을 압박하는 건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함께 이름을 올린 권기우 변호사는 “대법원은 정부와 국회에 불리한 판결을 할 수도 있다”며 “입법부 수장이 대법원장을 이래라저래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