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총영사에 2783만 원 지급하라고 결정
폭행당한 후 계약 기간 남은 상태로 퇴사
향후 폭행 배상 항소심에도 영향 미칠 듯
부산 카자흐스탄 총영사관 전 직원이 자신을 폭행한 전 총영사(부산일보 지난해 10월 30일 자 2면 등 보도)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외국 공관에서 폭행을 당한 뒤 퇴사한 외국인 직원에게 남은 계약 기간 임금을 지급하라는 이례적 판결이 국내 법원에서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민사27단독 장기석 부장판사는 카자흐스탄 부산 총영사관 계약직 직원이었던 카자흐스탄인 A 씨가 아얀 카샤바예프 전 카자흐스탄 부산 총영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피고 카샤바예프 전 총영사가 원고인 전 직원 A 씨에게 2783만 2000원을 지급하라”며 “소송 비용도 피고 카샤바예프 전 총영사가 부담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A 씨는 카샤바예프 전 총영사를 상대로 미지급 임금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매달 347만 9000원씩 총 2783만 원을 배상 금액으로 신청했다. A 씨는 2023년 12월 카샤바예프 전 총영사에게 폭행을 당했고, 이듬해 8월까지인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떠밀리듯 퇴사해야 했다.
재판부는 국내 근로기준법 등을 적용해 실제 임금보다 높은 금액 배상을 요청한 A 씨 측 신청을 받아들였다. A 씨가 퇴사 후 받지 못한 8개월치 임금은 매달 195만 원씩 총 975만 원으로 추산된다. A 씨 소송을 도운 한만춘 세계사람들권익보호상담소 대표는 “A 씨는 합당한 절차 없이 퇴사를 당했다”며 “국내법 기준으로 임금을 높인 걸 재판부가 받아들인 듯하다”고 밝혔다.
외국 공관 총영사가 폭행과 임금 미지급으로 국내 법원에서 민사 소송에 휘말리는 건 전례를 찾기 힘들다. 총영사는 ‘영사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 공무 중 행위가 아니면 국내법이 적용될 수 있지만, 외국 공관 사건이 국내 민사 소송으로 불거진 사례를 찾긴 어렵다.
이번 판결은 조만간 시작될 전 총영사 폭행 사건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카샤바예프 전 총영사를 상대로 제기한 폭행 손해배상 소송을 지난해 12월 각하했다. 당시 재판부는 비엔나 협약 면책 특권을 언급하며 “원고가 주장하는 폭행 사건은 영사 업무 중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적 직무 이외 활동으로 보긴 어려워 민사재판권이 면제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A 씨 측은 “특정한 업무 과정이 아니라 갑작스레 폭행을 당했다”며 “공무 중에 일어난 일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