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소싸움 논란

천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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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힘을 겨루는 소싸움은 흔히 전통 놀이문화로 여겨진다. 정확한 유래는 불분명하지만 우리 민족은 농사에 활용하던 소를 활용해 일찍부터 소싸움을 즐겼다고 한다. 여러 마리의 소들이 초지에서 풀을 뜯다가 서로 힘을 겨루는 모습을 본 주인들이 편을 나눠 응원하고 즐기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소싸움 문화로 정착됐다는 것이다.

소싸움은 농경 문화가 발달한 한반도 남쪽 지역에 전승됐다. 현재도 경북 청도군과 경남 진주시 등에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진주 소싸움의 경우 666년 신라가 백제와 싸워 이긴 것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조선 시대에는 진주성 인근 마을들이 남강 백사장에서 소의 우열을 겨루는 마을대항전을 열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도 소싸움 대회가 이어졌으나 대규모 민중 봉기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한 일제에 의해 중단됐다. 이런 역사를 토대로 진주를 국내 소싸움 발원지로 꼽기도 한다. 청도군은 소싸움 경기장을 운영하는 등 국내 대표적인 소싸움의 고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청도공영사업공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소싸움 일정과 등재된 싸움소 686마리의 체중과 주특기, 전적 등의 기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소싸움은 현재 기로에 서있다. 각종 동물 보호 단체가 참여한 ‘동물학대 소싸움 폐지 전국행동’은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소싸움 폐지를 촉구했다. 특히 소싸움 폐지를 촉구하는 국민동의 청원수가 지난달 말 5만 2757명에 달하면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건으로 공식 회부됐다. 전국행동은 소싸움을 동물 학대에서 제외한 동물보호법 10조 예외조항의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예외조항 때문에 전통놀이를 빙자한 소 학대가 계속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전통소싸움경기에관한법률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싸움 옹호론자들은 폐지가 아니라 국가무형유산 지정과 육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소가 싸울 의지를 잃고 등을 돌리면 승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스페인 투우처럼 잔인하지 않다고도 주장한다. 반면 폐지론자들은 싸움소가 경기 도중 출혈, 피부 찢김, 뿔 손상 등 외상을 입는 것은 물론 훈련 과정에서도 가혹행위를 감내한다고 지적한다. 동물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예전과 확연하게 달라졌다. 이제 소싸움은 역사 속으로 퇴장할 것인가. 국회 청원 심사 개시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천영철 논설위원 c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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