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야드 ‘오일머니’에 맞설 카드는 ‘문화’
박람회는 세계적 예술 공간 만들 기회
엑스포 끝나도 북항에 문화 유산 남아
부산 문화 콘텐츠 도약시킬 기폭제 역할
프랑스·이탈리아도 엑스포로 ‘문화도시’
부산을 제대로 알린 영화가 있다. 부산이 한 장면도 나오지 않은 ‘부산행(Train to Busan)’이 그랬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관계자는 “칸영화제에서 상영할 당시 배우 마동석이 등장만 해도 관객들이 웃었다”고 했다. KTX가 배경인 좀비 영화 제목 덕에 부산은 세계적 유명 도시로 등극했다.
오는 11월 또 다른 ‘부산행’ 성사 여부가 결정된다.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면 가덕신공항을 붐비게 할 ‘부산행'(Flight to Busan)은 예정된 수순이다. 전 세계 인파와 물류도 부산항으로 몰릴 전망이다. 2030년, 부산이 세계 중심이 되는 ‘영화 같은 시간’이 6개월간 지속된다.
영화 ‘부산행’처럼 ‘K문화’는 세계적인 파급력을 자랑한다. 부산은 ‘영화·영상도시’를 뛰어넘는 ‘문화도시’로 도약해야 미래가 보인다. 월드엑스포 유치 과정에서도 문화도시는 ‘오일 머니’를 앞세운 리야드와 ‘역사도시’ 로마에 대적할 카드가 될 수 있다. 마음을 정하지 못한 국가가 중요한 본보기라고 판단하면 ‘부산 지지’에 영향을 미칠 강력한 동기가 될 수도 있다.
■부산의 미래는 문화도시
영화·영상도시 부산은 다양한 K콘텐츠가 탄생하는 도시다. 부산영상위원회 촬영 스튜디오는 올해 예약이 다 찬 상태다. 매년 10월 열리는 BIFF는 전 세계 영화인이 몰리는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우뚝 섰다.
월드엑스포는 부산을 문화도시로 도약하게 만들 기폭제로 충분하다. 월드엑스포 추진 장소인 북항 일대 343만㎡에 문화 기반 시설이 다양해지고, 대형 행사나 공연 경험 등으로 지역 문화 선순환을 이끌 수 있다. 다양한 문화 분야가 탄탄해질 기회인 셈이다.
북항에 건립 중인 오페라하우스는 문화도시로 나아갈 새로운 축이다. 지상 5층, 지하 2층 규모인 오페라하우스의 전체 면적은 5만 1617㎡에 이른다. 월드엑스포 개최 장소에 세계적인 오페라, 발레, 뮤지컬 등 각종 공연을 할 여건이 조성되는 셈이다. 바로 옆에 들어설 ‘이벤트 문화마당’ 등에선 각종 대형 공연과 행사도 펼쳐질 예정이다.
허울뿐인 건물과 문화 공간으로 남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페라하우스 등은 월드엑스포 유치 여부와 관계없이 건립 중이다. 철저한 운영 계획 등을 세워 내실을 다져야 문화도시로 나아갈 발판이 생긴다.
부산연구원 오재환 부원장은 “월드엑스포는 오페라하우스, 국제아트센터 등을 세계적인 공연 예술 공간으로 만들 기회”라며 “기반 시설이 늘어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면 문화가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도 관광·MICE 산업 관계자가 부산을 찾으면 저녁에 즐길 공연이나 전시 등을 문의한다”며 “월드엑스포는 경제뿐 아니라 문화 역량을 함께 높일 것”이라고 했다.
■문화도시 완성할 월드엑스포
월드엑스포는 다양한 문화유산을 만들어 낸다. 국가관에서만 문화 교류가 활발한 게 아니다. 부산에 월드엑스포를 유치하면 북항에 들어설 ‘주제 공연장’과 ‘페스티벌 센터’ 등에서 문화 행사가 열린다. 자연 친화적인 ‘플로팅 파크’와 ‘마린 가든’도 전시와 공연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다.
6개월 동안 부산을 문화로 채울 체계적인 청사진이 필수적이다.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를 부산에 유치하는 과정과 경험도 중요하지만, 지역 문화계가 동참하고 성장할 발판을 마련할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문화적 성장은 자연스레 관광·MICE 산업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월드엑스포 이후에도 ‘엑스포 홀’과 ‘한국관’은 북항에 존치될 예정이다. 대형 문화 행사 등이 열릴 주요 시설을 계속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부산시 2030엑스포추진본부 서태완 주무관은 “시민들이 가기 어려웠던 북항 일대는 문화·휴식 공간으로 재탄생할 것”이라며 “‘한국관’은 엑스포 활동과 흔적을 담는 전시 공간이 되고, ‘엑스포홀’은 대형 전시 공간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월드엑스포는 부산 전반으로 문화 콘텐츠 확대를 이끄는 역할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드엑스포를 계기로 미술관·박물관 등이 신설될 가능성도 크다. 각종 기념관·전시관과 기존의 현대미술관·시립미술관, 부산과학관·국립해양박물관 등이 연계한 문화 벨트가 조성될 수도 있다.
월드엑스포 최다 유치 국가인 프랑스를 보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문화를 기반으로 월드엑스포를 성공시켰고, 오르세 미술관·그랑 팔레·에펠탑 등 다양한 문화 시설과 명소를 남겼다. 2015년 밀라노에서 월드엑스포를 치른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전시 센터인 ‘피에라 밀라노’에서는 세계적인 MICE 행사가 열리고, ‘라 스칼라’ 극장 등은 문화 공연의 중심지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