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과 박성재·이상민·김용현 집무실 멤버
한덕수가 집무실에서 받은 문건 '포고령'
특검, 23일 박성재 다시 불러 조사 진행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그가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를 시간 순으로 압축하고 있다.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은 그가 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가 불분명하다고 문제 삼은 바 있다.
그러나 특검은 박 전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선포 이유를 들은 점, 다른 국무위원과 계엄 관련 문건을 수령한 점, '포고령 1호'를 실현하기 위한 지시를 법무부 일선에 하달한 점 등을 토대로 박 전 장관이 계엄의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한 것으로 본다.
2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내란특검은 최근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을 추가로 소환해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직전 박 전 장관의 행적을 다시 확인했다.
① 집무실에서 오간 대통령과의 대화
김 전 장관 진술에 따르면 계엄 선포 약 2시간 전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온 국무위원들에게 계엄 선포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를 만류하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에게 담화문 내용을 거론하며 계엄 선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한다.12·3 비상계엄 담화문에는 야당의 '줄탄핵'과 예산 삭감이 계엄의 배경으로 언급돼 있으며, 당시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지칭하며 이들에 대한 처단을 여러 차례 강조하는 표현도 담겼다. 담화문에서 사실상 국회를 무력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이러한 윤 전 대통령 발언을 들은 이는 당시 집무실에 있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그리고 박 전 장관이다. 즉 박 전 장관은 이때부터 전시 사변이라는 계엄 선포의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고, 국회 무력화가 계엄의 목적이라는 점을 인식했을 것이라는 게 특검 시각이다.
②'집무실 멤버'가 들고 나온 문건
특검은 이 같은 윤 전 대통령 발언 이후 박 전 장관이 포고령 문건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구체화하는 중이다.집무실에 들어선 김영호 전 장관은 당시 윤 전 대통령, 이 전 장관, 박 전 장관이 앉아 있는 원탁 위에 서류 뭉치가 올려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 전 장관은 그 원탁에서 단전·단수 문건을 봤다고 인정했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재외공관 관련 지시 문건을 수령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약 25분간 대화가 끝난 오후 9시9분경 대통령실 CCTV에는 국무위원들이 문건을 갖고 집무실을 나오는 장면이 담겼다. 박 전 장관 등 손에 문건을 들지 않고 있던 이들은 대접견실에 앉아 안주머니에서 문건을 꺼내는 모습이 포착됐다.
계엄 선포 직전인 오후 10시10분경 김 전 장관은 대접견실에서 한 전 총리가 집무실에서 받아 온 문건을 보는 과정에서 "전공의를 처단해야 한다"는 표현이 담겨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포고령에 포함된 문구로 한 전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집무실에서 받은 문건이 포고령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핵심 증언이다.
반면 뒤늦게 도착해 집무실에 들어가지 못한 조규홍 전 복지부 장관은 "담화문만 봤고, 포고령은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사실상 박 전 장관을 비롯한 '집무실 멤버'만이 계엄 선포 전 포고령 문건을 받았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③포고령 보도 전 박성재가 법무부에 내린 지시
특검은 계엄 당일과 이튿날을 포렌식 대상 기간으로 삼아 박 전 장관의 휴대전화 분석을 마쳤다. 그 결과 박 전 장관이 계엄 선포 이후 대통령실에서 과천청사로 이동하는 동안 계엄이나 포고령 관련 내용을 검색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그러나 같은 시간 박 전 장관은 법무부 각 부서장에게 연락해 후속 조치를 지시했다. 특검은 포고령이 언론에 공표되기 수십 분 전 박 전 장관이 검찰국·교정본부·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등에 전화를 걸어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등을 지시한 점에 비춰, 대통령실에 있을 때 이미 포고령 내용을 구두 또는 문건 형태로 인지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 전 장관은 또 과천청사에 도착한 이후 실·국장 회의에서 법무실장에게 '포고령의 위헌·위법성을 검토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검찰 간부들이 비상계엄의 위법성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음에도 박 전 장관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진술도 나왔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이 한동안 지속될 상황에 대비하려 한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은 이날 박 전 장관을 상대로 이 같은 정황을 제시하며 '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않은 게 맞는지', '포고령 내용을 어떤 경로로 인식하게 됐는지' 등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장관에 대한 추가 조사를 앞두고 그의 휴대전화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실시한 특검은 새롭게 확보한 증거와 진술에 대한 분석을 진행한 뒤 박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박지영 특검보는 전날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가 위법성 인식과 관련된 만큼 위법성을 인식했다고 볼만한 증거 수집에 주력하고 있다"며 "물적·인적 증거를 전방위적으로 재점검하고 최대한 수집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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