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도 못빌려”…‘공고’에 막힌 ‘규모화 농업’

이자현 기자
입력
수정 2025.10.23. 오후 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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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청주] [앵커]

직접 농사짓기 어려운 농민의 땅을 위탁받아 대신 임대하거나 매매를 중개해주는 사업이 있습니다.

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 제도인데요.

영농을 활성화하고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자는 제도의 취지가 '공고' 절차 때문에 일부 퇴색하고 있단 지적입니다.

이자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진천에서 농업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30대 성기빈 씨.

자신이 운영하는 오이 농장에서 20km나 떨어진 또 다른 농지를 매일 차로 오가면서 경작합니다.

바로 근처에 있는 땅을 사거나 빌리기가 어려워서입니다.

회사를 규모화하기 위해 본인이 소유한 인근 농지를 법인 명의로 경작하려 했지만, 농어촌공사에서 "공고를 거쳐 임차해야 한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성기빈/농업인 : "농지를 주변에 얻지 못하고 드문드문 멀리 농지를 얻을 수밖에 없어가지고…. 공고를 내고 그것을 따와야 되는 실정이어서 (농지를) 규모화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 임대 우선순위는 만 18세부터 39세의 청년후계농 등 청년농업인입니다.

이어 후계농업인과 귀농인, 일반농업인 순입니다.

이 순위에서 밀리면, 내 경작지나 주거지와 가까운 땅을 빌려서 농사짓고 싶어도 임대받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실제로 농지은행 매물 3곳을 빌린 충주의 한 농가는 한 곳에서 한 곳까지 최장 19km, 전체 39km를 순회하면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농지 6곳을 빌린 또 다른 농가는 괴산과 증평에 걸쳐 짧게는 3km에서 길게는 12km 거리를 수시로 오가면서 경작하고 있습니다.

[임호선/국회의원 : "농지를 집적화·규모화해야 농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이 되지 않겠습니까? (기존) 농지가 어느 장소에 있느냐도 농지 배정의 기준으로 삼는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는 청년 농업인 중심으로 농지를 공정하게 지원하기 위해 공고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농업의 규모화·효율화를 위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자현입니다.

촬영기자:최승원/그래픽:박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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