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부왕’ CJ프레시웨이…수상한 ‘프로핏 부스트’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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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2. 오후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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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엔 한 대기업의 '이상한 기부금'을 집중 파헤쳐 봅니다.

한 기업이 복지시설 등에 기부를 하는데, 시설에서 납품을 받아주면 일정 비율 기부한다, 어떻게 들리시나요?

또 기부금 내는 조건을 이면 계약서로 썼다면 어떤가요?

CJ계열사인 식자재 유통 기업 CJ프레시웨이 얘기입니다.

이상한 기부금 실태, 먼저 황현규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노인요양원입니다.

최대 생활 인원은 220여 명.

식사는 원내 식당에서 만듭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식자재는 CJ프레시웨이에서 공급받았습니다.

해당 시기 프레시웨이의 입찰 제안서 기본 양식입니다.

식자재 납품을 받아주면 매출의 5%를 기부하겠다고 쓰여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해당 요양원에 4년 동안 식자재 32억 원어치를 납품하고 기부금 명목으로 8억 원을 냈습니다.

[노인전문요양원 관계자/음성변조 : "CJ프레시웨이에서 계약하고 진행하게 되면, 감사 표시로 공적인 기부금을 저희 기관에 줄 때도 있어요."]

CJ프레시웨이가 또 다른 시설과 맺은 계약서.

납품 계약 기간에만 기부금을 낸다고 적혀있습니다.

[○○ 복지관 관계자/음성변조 : "(기부금 받고 계신 거 알고 계셨어요?) 공문을 먼저 보내주시면..."]

내부 문서를 보면, 2022년부터 3년 동안 전국 약 480개 복지시설 등에 135억 원을 기부했습니다.

이 중 상당수가 납품 관계에 있는 시설입니다.

기부금품법은 "어떠한 대가나 조건 없이 제공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KBS가 만난 프레시웨이 담당 직원은 대가성이 분명한 기부였다고 밝혔습니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대독 : "식자재 납품하려고, 기부금으로 유인하는 거죠. 복지 시설들은 돈이 필요하니까."]

거래에 대한 대가는 판촉비나 접대비 등으로 회계 처리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프레시웨이는 대가 없는 기부인 것처럼 처리하고, 동종 업계에서 최대 기부를 했다고 홍보해 왔습니다.

[이동기/세무사 : "사회적으로도 뭔가 좀 약간 기여를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으면서, 기부를 받는 법인들은 (기부금에 대한) 세금을 안 낸단 말이에요."]

CJ 프레시웨이는 "대부분의 식자재 유통 업체도 다 하는 관행이라, 안 할 수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계약을 위한 금품 제공으로 판단되면 배임수증재죄에도 해당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김태현 송상엽 권순두/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김성일

[앵커]

이상한 기부금으로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은 또 있습니다.

CJ프레시웨이는 기부에 쓴 돈을 회수하기 위한 비밀 계산법을 활용했습니다.

식자재 단가를 부풀려 이익을 남기는 방식입니다.

이어서, 송수진 기자의 단독 보돕니다.

[리포트]

CJ프레시웨이로부터 식자재를 납품받고 있는 요양원입니다.

구입 단가푭니다.

올 1월에서 2월사이 납품된 돼지 뒷다리 1kg이 4천원 대에서 만 오천 원대로, 순대는 2천원 대에서 7천원 대로 세 배 가까이 뜁니다.

재계약 직후, 불과 한 달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요양원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는 그냥 문외한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벌크로 많이 사서 납품을 하니까. 아무래도 이제 이 구입 원가가 좀 싸지 않나."]

비밀은 일명, '프로핏 부스트'. 이익 늘리기 프로그램.

특정 납품 시설에 준 기부금 등을 회수하고, 이익까지 남기려면, 어떤 식자재를 얼마로 올려야 하는지 산출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각 납품처에도 자동 적용됩니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대독 : "프로핏부스트에서 단가가 자동 인상이 되면 내부 전산에 업로드해서 적용이 돼요. 결국 단가 인상하기 위해서 만든 거예요."]

프레시웨이에는 급식사업을 하는 다섯 개 사업부가 있는데, 기부금 영업 방식을 쓴 사업부의 7월 영업이익률은 7.8%, 다른 곳은 2~3%대에 그칩니다.

기부를 많이 해도 이익이 줄지 않는 이상한 기부금의 역설.

[제보자/대독 : "가격 오르는 거 공급받는 기관들도 다 알아요. 근데 애초에 기부금을 안 줬으면, 단가가 오를 일이 없잖아요. 왜 부모님들 입으로 들어갈 걸 뺏어서 CJ 주머니를 채우냐고요."]

기부금이 문제란 점은 CJ도 알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6월 회계팀이 영업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입니다.

이런 영업 방식이 외부 회계감사에서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시인합니다.

국세청도 지난해 지적했지만, 이같은 기부금 관행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CJ프레시웨이 측은 "기부금 영업을 전면 중단해서 업계의 관행을 근절하는 계기가 되도록 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내왔습니다.

KBS 뉴스 송수진입니다.

촬영기자:김태현 박장빈/영상편집: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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