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한 번만 쏘면 되지”…尹 체포 저지 시나리오? [피고인 윤석열]㉕

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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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12. 오전 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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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으로 칭하겠습니다." (1차 공판기일, 검찰 공소사실 발표)
검찰총장, 그리고 대통령까지 지낸 윤석열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들었던 말입니다.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로 대통령에서 파면되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법정에 선 '피고인' 윤 전 대통령의 재판을 따라가 봅니다.

지난 1월 3일 오전 6시쯤, 체포영장을 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관계자들이 한남동 관저에 도착했습니다. 체포 대상, '대통령'이었습니다.

공수처와 경찰 관계자 약 80명이 닫혀있는 관저 정문을 뛰어넘어 통과했습니다.

크고 작은 몸싸움도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대통령경호처가 차량을 동원해 겹겹이 세워둔 저지선은 끝내 뚫지 못했습니다.

공수처는 관저를 불과 수백 미터 앞두고 빈손으로 철수했습니다.

1월 15일 두 번째 영장 집행 시도가 이어졌고, 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을 체포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경호처가 총을 준비했고, 여기에 윤 전 대통령이 관여한 정황이 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습니다.

■경호처 전 간부 "尹, '총 한 번만 쏘면 되지 않느냐' 했다 들어"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5부(부장판사 백대현)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재판에는 김대경 전 대통령경호처 지원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공수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된 뒤, 경호처 간부들은 2차 집행을 대비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습니다.

공수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 다음 날인 1월 4일, 대통령 관저 주위에 철조망이 설치되는 모습

김 전 본부장은 이때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영장을 집행하는 인원을 체포할 수도 있으니, 케이블 타이를 구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은 철조망을 준비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김 전 본부장은 경호처가 케이블타이와 철조망을 넘어, 권총까지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특검 측이 "이광우 전 본부장이 '공포탄을 쏴서 겁을 줘야 한다'며 38구경 권총을 구해달라고 했느냐"고 묻자, 김 전 본부장은 "맞다" 답했습니다.

그는 "이광우의 단독 요청이라기보다 경호처장(박종준)도 같이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김 전 본부장은 갖고 있던 공포탄 20개 정도를 옮겨 두었습니다.


그런데 김 전 본부장은 이 총을 윤 전 대통령이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만난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대통령께 건의해 수사기관에 출석하게 하려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며 ' 대통령이 총 한 번만 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고 전했다는 겁니다.

"영장을 집행하는 사람들에게 포탄을 쏘라는 의미냐"는 특검 측 질문에 김 전 본부장은 공포탄으로 이해했다고 답했습니다.

"대통령인 피고인은 경호처를 지휘할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경호처의 경호 활동은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판단하는 것이지, 대통령인 피고인이 구체적인 지시를 하였다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도 않습니다."
<송진호 변호사, 윤 전 대통령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1차 공판(지난달 26일)>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 관계자들에게 "경찰은 니들이 총기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기만 해도 두려워할 거다, 총을 가지고 있다는 걸 좀 보여줘라"고 말하는 등 체포영장 집행을 적극적으로 막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경호처의 자발적인 대응이었다고 주장해 왔는데, 김 전 본부장 증언이 사실이라면 체포영장 집행 방해에 윤 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관여한 게 됩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경호처의 대응이) 적법한지 여부는 경호처가 판단 내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김 전 본부장은 "최종적 판단은 아니지만, 법원의 적법한 영장에 의해 진행되는 절차는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대통령이냐' 물으니 '어떻게 알았냐'

윤 전 대통령이 자신과 소통한 사령관들의 비화폰 통화 기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단 증언도 나왔습니다.

지난해 12월 6일, 김 전 본부장은 박종준 전 경호처장 비서관으로부터 '처장님이 비화폰 지급 내역과 통화 기록을 지우라고 한다'는 말을 전달받았습니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고백한 직후였습니다.

삭제를 지시한 대상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세 명이었습니다.


이상한 느낌에 박 전 처장에게 '대통령 지시냐' 물었고, '어떻게 알았냐' 답이 돌아왔다는 게 김 전 본부장 증언입니다.

김 전 본부장이 '법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지만 박 전 처장은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본부장은 "부당한 지시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뤘습니다.

그러자 박 전 처장은 김 전 본부장을 며칠 동안 사무실에 부르며 재촉하고,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고 질책했습니다.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거듭 보고하자 '삭제'가 '보안 조치'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보안 조치'가 무얼 의미하냔 특검 측 질문에, 김 전 본부장은 "기록을 지우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계속된 지시는 "기록을 삭제하란 압박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두 번째 증인으로 출석한 김민수 전 대통령경호처 IT 기획부장도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으로부터 같은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특전사령관 등과 (윤 전 대통령이)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언론에) 나오니까, 통화를 삭제하라는 지시로 이해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부장은 김 전 본부장과 함께 '보안성 강화 방안' 보고서를 작성해 김 전 차장에게 보고했습니다. 지시를 그대로 수행할 수 없으니, 시간이라도 끌기 위해서였습니다.

김 전 차장은 이 보고서를 보고 '내가 보안 조치를 하라고 했지, 언제 삭제하라고 했느냐', '이런 보고서를 쓰면 얼마나 오해하겠느냐'고 말하며 크게 화를 냈다고 합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024년 12월 5일 해임된 뒤, 비화폰을 반납하지 않고 언론에 통화 내용까지 공개했다"며 이에 대한 조치 차원에서 이루어진 논의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김 전 부장은 "홍장원 건과 증거인멸 지시는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보석 기각되자 불출석…'추가기소' 사건도 궐석 재판 전망

지난달 26일, 첫 공판과 함께 열린 보석 심문에 출석했던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또 한 번 '건강상 이유'를 들어 불출석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보석이 허가되면 재판에 협조하겠다'며 '조건부 협조'를 약속했는데, 보석이 기각됐으니 앞으로 재판에도 불출석할 전망이 커졌습니다.

재판부는 이 불출석에 대해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서 "교도관 조사 후, 차회 기일부터는 궐석 재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피고인 윤석열> 시리즈 모아보기
https://news.kbs.co.kr/news/pc/issue/issueList.do?icd=19702#1

[그래픽 조은수 손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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