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정신차리시라”…尹 ‘2차계엄’ 이렇게 끝났다 [피고인 윤석열]㉔

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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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06. 오전 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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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으로 칭하겠습니다." (1차 공판기일, 검찰 공소사실 발표)
검찰총장, 그리고 대통령까지 지낸 윤석열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들었던 말입니다.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로 대통령에서 파면되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법정에 선 '피고인' 윤 전 대통령의 재판을 따라가 봅니다.

내란 특검팀이 추가기소한 사건 보석심문에서 18분간 '석방 필요성'을 강조한 윤석열 전 대통령.

하지만 그로부터 3일 뒤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 피고인석은 또다시 비어있었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21차 공판에는 배정효 전 방첩사령부 지휘협력과장(중령)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부정선거 검증' 방첩사 전 간부…"사령관 정신 차리셔야"


배 중령은 총선 직후인 지난해 4월 말, 정성우 당시 방첩사 1처장으로부터 "(여인형) 사령관이 부정선거를 궁금해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배 중령은 "저는 의혹을 안 믿어서, 심한 표현을 쓰면서 '말도 안 된다, 확인할 필요도 없고 (여 전 사령관이) 정신 차리셔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여 전 사령관은 "의혹이 있으니 그게 뭔지 궁금하다, 확인해서 보고했으면 좋겠다"라고 했고, 배 중령은 '부정선거 사실 확인 보고서'를 작성하게 됐습니다.

[연관 기사]‘부정선거’ 언급하던 사령관…계엄날 “서버 떼와” 지시 [피고인 윤석열]⑭(2025.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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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중령은 "너무나 (부정선거)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을 알아서, 이런 보고서를 써야 하나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선관위의 반박 자료, 대법원 판례, 언론의 검증 기사 등을 찾아 20여 장으로 정리했고, 정 전 처장은 이를 여 전 사령관에게 보고한 뒤 배 중령에게 "사령관이 이해했다, 수고했다"고 전했습니다.

배 중령은 "굳이 '보고자 의견'을 달아서 사령관에게 훈계하듯 '특정 집단과 거리를 두라'고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고 밝혔습니다.

배 중령은 자신이 본 여 전 사령관은 '합리적이고 똑똑한 사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여 전 사령관에게 부정선거 의혹을 문의하거나, 궁금하게 만든 인원이 있었을 거라 생각해 '부디 그런 말 하는 사람이 있으면 정신 차려라'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검 측이 "부정 선거 의혹을 밝혀야 해 계엄을 선포했다는데 어떻게 보냐"고 묻자, 배 중령은 "개인의 믿음의 영역이니 어쩔 수 없지만, 저는 대한민국에서 시도될 수도 없고, 성사될 수도 없어서 국민 분열을 일으키는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부정선거 의혹을 검증하란 지시는 방첩사뿐 아니라 정보사 안에서도 이루어졌습니다.

비슷한 시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도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공유하며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단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총선에서 패배한 뒤 두 사령관에게 부정선거에 대한 검증을 지시한 게 아닌지 의심해 왔습니다.

■"尹 '계엄 다시 하면 돼' 발언했단 메시지 봤다"

윤 전 대통령이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뒤, 재차 계엄을 선포하려 했단 법정 증언도 나왔습니다.

지난 2일 열린 22차 공판에는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대령)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박 대령은 윤 전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출신입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4일 새벽 1시 20분쯤,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안에 있는 결심지원실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등과 함께 있었습니다.

[연관 기사]‘국회 가결’부터 ‘계엄해제 발표’까지…윤 전 대통령에겐 무슨 일이? [피고인 윤석열]⑪(2025.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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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결심지원실 안에서 오간 대화는 현장에 있던 한 중령에 의해 방첩사 단체 대화방에 공유됐습니다.

박 대령은 "1시 20분, 30분 어간에 '대통령님이 합참 전투통제실에 들어오신다'를 시작으로 내용들이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이 '의원들부터 잡으라고 했잖아요!'라고 소리치며 들어왔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인원이 부족했습니다'라고 답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봤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령은 윤 전 대통령이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 계엄 해제가 의결됐어도 새벽에 다시 비상계엄을 선포하면 된다'고 말했단 내용의 메시지가 이어서 올라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화 내용이 허위이거나, 과장됐을 가능성은 없느냐'는 특검 측 질문에는 "군사 정보 업무를 하는 인원들이어서, 과장해서 올린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당사자들이 대화한 내용이 아니라, 신분도 알 수 없는 사람이 듣고 대화 내용을 단체 대화방에 쓴 것을 증인이 봤다는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재판 첫 중계…尹 13회 연속 불출석

이날 재판은 처음으로 중계됐지만, 윤 전 대통령은 13회 연속 불출석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계속해서 출석을 거부하는 점, 교도소 측에서 피고인의 인치가 상당히 곤란하다고 계속해서 밝히고 있는 점, 출석 문제로 재판이 지연되는 것보다 신속한 재판 진행의 이익이 큰 점 등을 고려했다"고 궐석 재판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불출석에 대한) 불이익은 피고인이 부담하게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드린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특검 측은 윤 전 대통령이 보석심문에는 출석했단 점을 들어 "공판기일 출석 여부를 선택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며 "구인영장 발부 등 단호한 조치를 촉구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건강상의 이유도 있고, 현재 재판에 위헌적 요소가 많기 때문에 그런 점이 해소돼야 출석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맞섰습니다.

윤 전 대통령과 계엄을 직접 논의하거나 통화한 당사자가 아닌, 논의를 전해 들은 '지엽적인' 증인 위주로 증인신문이 이뤄져 왔다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특검 측은 "군인들의 증언 과정에서 '의원을 끌어내라'는 등의 대통령 지시 사항을 알 수 있었다"며 "이는 어떤 증언보다 중요하고 핵심적인 증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윤 전 대통령의 보석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꼭 1년 전, '비상대권'을 말했다던 대통령 윤석열. 그 부부가 모두 수감된 채로 올 추석 연휴를 보내고 있습니다.

<피고인 윤석열> 시리즈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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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조은수 반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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