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휴머노이드(인간형) 잠재 시장 규모가 2035년 60조달러(약 8경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휴머노이드 빅뱅'이 펼쳐지면서, 우리 정부도 올해 4월 산업통상부 주도로 산·학·연·정 협력체 'K-휴머노이드 연합'을 출범시켰다.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기술 패권을 겨루는 열강 사이에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경쟁력은 무엇일까.
"휴머노이드의 핵심은 '피지컬 인터랙션(Physical Interaction·물리적 상호작용)'을 통한 '피지컬 AI'의 구현이다. 인간의 노동력을 보완 또는 대체하기 위해선 사람 수준의 범용성과 미세한 감각 및 운동 기능이 핵심이다. 이러한 초정밀 첨단 기술력을 키우는 것이 한국 휴머노이드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이윤행 에이딘로보틱스 대표는 지난 9월 17일 경기 안양시 본사에서 주간조선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에이딘로보틱스는 최혁렬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와 당시 이윤행 박사가 2019년 연구실에서 공동 창업한 로봇 센서 전문기업이다. 힘·토크 센서와 그리퍼(로봇 손) 등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에이딘로보틱스는 'K-휴머노이드 연합'에 참여했고, 이 대표는 총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
이 대표는 로봇이 다양한 현장에서 사람처럼 쓰이려면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등 오감을 통해 감각을 느끼고 힘을 조절하며 작업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사람과 로봇의 협동으로 수반되는 물리적 접촉에 따른 안전성 확보도 필수라고 꼽는다. 보다 똑똑하고 안전한 K-휴머노이드를 위해 피지컬 인터랙션 기술로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실제 현장에서 쓸모 있고 비용 대비 노동 효율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가 관건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조업 현장의 숙련된 노동 암묵지(말과 글로 기록할 수 없는 지식)가 풍부한 것으로 손꼽힌다. 이 대표는 고급 노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휴머노이드의 '뇌(AI)'와 '감각(센서)'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하면 한국의 기술력이 글로벌 경쟁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 휴머노이드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와 기대는. "휴머노이드가 8경원(약 60조달러) 시장이라고 하는데 이는 전 세계 노동 시장의 10% 수준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사람이 하던 노동의 10분의1을 휴머노이드가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고,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산업보다도 훨씬 큰 시장이다. 결국에는 위험하고 힘들고 정밀하고 반복적인 노동에 대한 자동화 수요가 있는 것이다. 산업 현장에서 대규모 자동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사람의 어떤 노하우나 감각을 자동화하려면 무엇이 정답일까 하는 고민 과정에서 최근 AI의 발전과 함께 휴머노이드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 K-휴머노이드 연합은 어떤 역할을 하나. "한국이 글로벌 휴머노이드 경쟁을 하려면 각각 뛰어난 원천 기술 간 협업을 통해 기술 개발과 실증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합의가 이뤄지면서 K-휴머노이드 연합이 출범했다. 관련 국내 기업과 대학, 연구소까지 200개가 넘는 기관이 모였다. 경쟁 주도를 위해 다양한 논의와 협업이 이뤄지는 '장(場)'이다. 현재 연합은 로봇 제조기업, 부품기업, 수요기업 등 그룹으로 구성해 다자간 업무협약(MOU) 등 활발한 협업과 다양한 실증 과제 발굴 및 추진이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휴머노이드의 범용성을 위해 공통적으로 탑재될 수 있는 이른바 'AI 브레인'을 연구·개발하는 과제도 수행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휴머노이드는 뇌에 해당하는 AI, 몸체에 해당하는 로봇 플랫폼(디바이스), 노하우에 해당하는 실제 현장 데이터 등 3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를 K-휴머노이드 연합에서 정부 과제로 진행하고 있다."
- 정부의 지원 방안과 기대 사항은. "K-휴머노이드 연합에 이어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AX)을 위한 '맥스(M.AX) 얼라이언스'도 최근 출범했다. 산업부의 AI 관련 예산 올해 5651억원과 내년 두 배 이상인 1조1347억원을 맥스 얼라이언스가 추진하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배정하기로 했다. 다양한 AI 산업 육성을 통해 휴머노이드 기술 발전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많아질 수 있다. 범용성을 갖춘 휴머노이드를 자동차공장, 조선소, 물류센터 등 다양한 산업 현장 실증처에서 테스트베드로 발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미국·중국과 겨룰 한국의 경쟁력은. "미국은 AI에 집중해 자동차와 조선 등 제조업 산업 현장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양산 가격을 2만달러(약 2700만원)까지 떨어뜨리면 시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와 막대한 투자를 기반으로 성(省) 단위 경쟁을 통해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대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개념검증(PoC)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실제 현장에 투입되고 쓰이는 맞춤형 휴머노이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인간 수준의 섬세한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초정밀 센서와 구동장치를 통한 감각과 운동성 확보를 위한 기술력이 핵심이다."
-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 효용성을 가지려면 기능은 물론 가격 기반 상품성도 중요하다. 수억원짜리 로봇이 짧은 시간 단순 업무만 하면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8시간 동안 연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지만, 로봇은 아직 1~3시간밖에 작업을 못 한다. 여기에 이동성과 조작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실제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궁극적으로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게 하려면 다양한 AI 및 첨단 기술을 집약한 범용성 확보가 관건이다. 충분한 데이터 확보를 통해 인간의 뇌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 신체에 해당하는 하드웨어 모두 성능과 자유도는 오르고 가격은 떨어져야 한다."
- 휴머노이드가 피지컬 AI 구현을 할 수 있을까. "산업 현장에서는 설비로 고정해 양팔로 작업을 하는 협동로봇이나, 바퀴로 이동하는 자율주행 모바일로봇(AMR)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여러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최종적으로 하나의 폼팩터로 합쳐질 것이다. 사람이 구축해 놓은 모든 환경에서 로봇이 사람처럼 이동하고 작업하려면,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비슷한 형태의 휴머노이드가 가장 범용적이고 효율적이게 될 것이다. 피지컬 AI는 다양한 물리적 정보를 데이터로 활용해 로봇 등 디바이스가 무언가 행동을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피지컬 AI 구현을 위한 가장 중요한 플랫폼 혹은 폼팩터로서 휴머노이드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