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을 하며] 총기의 나라
간단한 서약서에 사인을 하고 총을 골랐다. 기관총도 고를 수 있었지만 권총을 골랐고, 직원은 바구니에 빈 권총과 탄창, 총알 80발, 귀마개를 담아줬다. 40달러가 채 되지 않았다. 과일바구니에 과일 담듯, 총과 총알을 담아주는장면부터 생경했다. 총알을 탄창에 끼우고 장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 모양으로 된 과녁을 설치하는 것도 본인 몫이었다. 탄창에 총알을 끼워넣는데 손이 떨렸다. K2 소총의 탄창과 다르게 총알을 밀어넣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도 했지만, 이 안에서 어떤 식으로든 총기사고가 일어난다 해도 이를 피할 길이 없다는 두려움이 온몸을 휘감았다.
군대에서 사격을 하면 총구가 다른 곳을 향하지 못하게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하기 때문에 훈련병들이 사격을 해도 사고가 날 우려가 없었는데, 그곳은 달랐다. 안전장치라는 것은 사격수와 사격수 사이의 칸막이가 유일했다. 얼떨결에 총구를 자신에게 향한다 해도 이를 제지할 사람은 없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80발을 쐈지만, 그 떨림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일주일간 미국에 머무는 동안에도 총기 사고 소식을 자주 접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총기 사고가 일어나는 나라에서 누구나 쉽게 총을 접하고 살 수 있다는 건 역설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미국인들은 총기 사고를 생필품을 사용할 때 생길 수 있는 필연적 사고 정도로 여기는 듯 했다. 미국에서도 총기 규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보수 정치인들은 총을 두고 "헌법이 보장한 권리"라 말하고, 이를 막아선다. 심지어 총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문제는 사람이지 총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총기 사용은 미국에서 이념의 잣대가 됐다. 총기 규제를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정치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2기 출범 후 총기 규제 완화 정책을 펴고 있다. 반자동소총을 더 빠르게 발사할 수 있는 기계장치의 판매를 허가하거나, 바이든 정부의 총기 관련 정책들을 권리 침해 요소가 있다면서 철폐하고 있다. 그가 빼앗긴 정권을 4년 만에 다시 가져온 것은, 바이든 정부 4년을 거치면서 '트럼프가 옳았다'고 생각한 유권자들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4년을 와신상담하며 자신이 1기 집권 당시 추진했던 보수주의적 정책들을 더 정교하고 강력하게 가다듬어 정권을 되찾았다. 전 세계가 다들 트럼프를 '미치광이 권력자'로 보지만, 미국민의 절반은 트럼프를 보수적 가치의 수호자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관세 부과, 다양성 철폐 그리고 총기 규제 완화도 그중 하나다. 정권을 되찾는 건 그런 일이다. 국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더 정교하고 설득력 있게 만들어 실망했던 유권자의 표를 얻는 것이다. 우리 보수정당은 과연 어떤 중요한 가치를 벼리고 있나.
Copyright ⓒ 주간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오피니언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주간조선 주요뉴스해당 언론사에서 선정하며 언론사(아웃링크)로 이동합니다.
3
주간조선 헤드라인
더보기
주간조선 랭킹 뉴스
오후 4시~5시까지 집계한 결과입니다.
더보기
함께 볼만한 뉴스
5
이슈 NOW
언론사에서 직접 선별한 이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