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을 하며] 확증편향의 폐해

박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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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주 차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재명 대통령의 직무수행평가 결과를 보면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월등하게 높은 세대가 40대와 50대다. 특히 40대에서는 그 비율이 81%까지 치솟는다. 40대의 끝자락에 서 있는 내 주변에는 실제로 이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지인들과 만나 얘기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일단 객관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은 '김어준의 뉴스공장' 같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세상을 본다는 점이다. 어떤 플랫폼, 어떤 콘텐츠를 통해 세상을 보든 그건 본인들 자유다. 문제는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갖게 되는 확증편향이다.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이 어느 순간 무서워졌던 순간이 있다.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떠들썩하게 제기되다 한풀이 꺾인 때였다. 제보자의 진술이 신빙성을 잃어갔고, 그 자리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진술도 자신의 권력을 과대포장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났다. 그러나 지인은 하나둘 드러나는 그날의 팩트들을 믿지 않았고 계속해서 음모론을 제기했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주지의 사실로 받아들이던 지인에게 복잡한 얘기는 제쳐두고 간단하게 몇 개를 말했다. "대통령이 이동하면 경호가 붙어서 그 주변 상인들 사이에서 목격자가 없을 수 없다." 그는 "대통령이 최소한의 수행인원만 데리고 참석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언론이 모두 침묵한다고 나를 공격했다. "진보 매체 막내들이 아마 그 주변을 샅샅이 취재했을 것이다. 그들은 왜 침묵하나." 그는 '언론이 권력에 굴복했기 때문'이란 취지의 답을 했다. 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법원은 그 의혹이 거짓이었다고 판결했다. 그는 대통령실에서 법원을 움직였다고 했다.

그들은 유튜브를 통해 제기되는 그리고 확대 재생산되는 의혹을 팩트라고 믿은 채 거기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혹을 제기한다. 부정선거론자들에 대해서 쓰는 건 더 손가락 아픈 일이다. 본인들은 손사래치지만 양측은 닮아 있다. 김어준 뉴스공장의 구독자가 200만을 넘는다. 이것 역시 하나의 여론이기 때문에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를 막을 순 없다. 그러나 그 200만이 확증편향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대한민국이 점차 두 쪽이 나는 일은 막을 수 없다. 반대편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악의적 허위보도에 대해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찬성한다. 악의적 허위보도는 국민들의 귀와 눈을 가리는 것은 물론이고, 언론 생태계 자체를 망치기 때문이다. 언론은 이미 2중, 3중의 견제를 받고 있다. 피해자가 손쉽게 구제받을 수 있도록 변호사 없이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언론중재위가 존재하고, 여기서 결렬이 되면 민·형사상 소송으로 이어진다. 가장 두려운 것은 신뢰를 잃어 독자가 떠나는 것이다. 언론의 대체재가 많은 세상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것으로도 악위적 허위보도를 막을 수 없다면 징벌적 손해배상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레거시 언론이라 불리는 신문·방송에 대해서만 배상제를 도입하는 것은 부당하다. 악의적 허위보도가 판치는 곳은 유튜브다. 다행히 이 대통령은 유튜브도 그 대상에 들어간다고 했다. 이런 말이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정착해야 청담동 술자리, 서이초 사건 국힘 연루의혹, 천안함 좌초설 등 그동안 김어준씨를 통해 제기된 의혹들로 인해 사회적 에너지가 낭비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홈런을 제 아무리 멀리 치는 타자도 타율이 1할대면 야구판에서 퇴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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