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을 하며] 악플 대처법

박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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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팬들의 냄비근성은 정치 팬덤과 다르다. 정치 팬덤은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들어도 지지하는 정치인을 감싸고 돌지만, 스포츠팬들은 보내는 지지만큼이나 비난도 거세고 변덕스럽다. 특히 소속팀 선수들을 향한 팬들의 비난은 살벌한 수준이다.

이번주 주간조선 야구 기고에는 소셜미디어(SNS) 악플에 시달리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고통이 담겼다. 팬들의 인기를 먹고사는 선수들이니만큼 어느 정도의 비판은 감내해야겠지만, 댓글의 수준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걸로 보인다. 반려견을 독살하겠다는 악플도 그중 하나인데, 요즘은 반려견도 또 다른 가족이니만큼 가족을 독살하겠다는 얘기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스포츠스타나 연예인들이 댓글로 고통받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라진 댓글창 대신 SNS에 다이렉트메시지를 통해 더 은밀하고 개인적인 공격이 쏟아진다. SNS를 안 하면 그만이라고 하지만,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그들에게 SNS는 팬들과의 소통창구다.

팬심을 조금 보태 이런 부작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사람을 한 명 꼽는다면 나는 LG트윈스 차명석 단장을 꼽겠다. 차 단장이 부임 후 LG는 암흑기를 벗어나 2023년 29년 만에 한국 시리즈에서 우승했고 올해도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후반기에는 8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차 단장은 단장으로서는 드물게 정기적으로 유튜브를 통해 팬들의 질문을 받고 이에 답한다. 야구에서 8할의 승률은 경이적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8번을 이기다가 한 번을 져도 비난하는 게 팬들이다. 차 단장은 그런 악플러들을 향해 '직접 자신을 찾아오면 얼마든지 대화하겠다'며 단장실의 문을 열었고, 실제로 그런 자리들이 마련됐던 걸로 안다. 재밌는 것은 그런 '키보드 워리어'들을 대면하면 온라인에서 떠드는 것처럼 호전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기고 속 등장하는 김경민 단국대 교수는 이런 현상을 '내집단'과 '외집단' 개념으로 설명했다. 동질의 '내집단' 사람을 대상으로는 팔이 안으로 굽게 마련인데, 팬에게 선수(혹은 프런트)가 같은 인간이고 '우리 편'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함부로 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는 "선수가 일단 '타자'로 분류되는 순간, 그에 대한 공격은 정당화되고 심지어 쾌감을 동반하기까지 한다"며 "팬이 선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스킨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고를 다듬다가, 정말 무슨 마술처럼 한 야구선수가 이런 주장을 행동으로 옮기는 뉴스를 접하게 됐다. 지난 8월 25일 미국 메이저리그의 대표적 앙숙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에서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경기 내내 자신을 향해 비난을 퍼붓던 파드리스 팬에게 다가가 하이파이브를 한 것이다. 슈퍼스타 오타니가 자신을 향해 다가와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하자 그도 활짝 웃으며 손을 마주쳤다. 그 이야기는 전미에서 큰 화제가 됐고, 파드리스 팬 역시 전국구 스타가 됐다.

오타니가 스포츠를 넘어서도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스타인 건 단순히 그가 보이는 경기력 때문이 아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길에 쓰레기를 줍는 겸손함, 그리고 자신을 욕하는 사람에게 하이파이브를 권하는 용기가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사람들을 통합해야 할 누군가가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든가 '단일대오에 합류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결단이 필요하다'는 자세로 다른 누군가를 대한다면 운동선수들의 스킨십을 눈여겨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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