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강력한 ‘한 방’, 전방위 규제에도 ‘부동산 상승’ 전망 나와[부동산 서킷브레이커②]

민보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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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17. 오전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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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추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10월 15일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매물 게시물이 모두 사라진 모습. 사진=최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새로운 대책은 예상보다 강력했다. 대출 규제 중심이었던 6·27 대책(‘가계부채 관리강화 방안’), 주택공급 중심이던 9·7 대책(‘주택공급 확대 방안’)에서 3번째 대책 만에 노골적인 수요 억제책으로 건너뛴 모양새이다.

“자고 일어나면 ‘억씩’ 오른다”고 할 정도로 수도권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폭이 커지며 대책의 강도가 높을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이미 학습된 시장의 ‘풍선효과’를 의식해서일까. 이번 대책은 그동안의 ‘핀셋’ 규제 대신 ‘전방위적’ 규제에 가깝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에 적용되는 각종 규제가 서울 전역은 물론 경기도 12개 지역까지 단 한 번에 시행된다. 이 중 아직 집값 상승폭이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는 곳까지 포함돼 ‘선제적 조치’가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기존의 규제지역을 확대한 것만으로 효과는 크다. “실수요 외 투기수요를 차단하겠다”는 방침 그대로다.

대출규제도 새로운 방식이 도입됐다. 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 나온 12·16 대책에선 시가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이 원천 차단된 바 있다. 당시 대책에서는 15억원 초과 주택이 ‘초고가 주택’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이번 대책에선 국세청의 단속 대상인 초고가 주택 기준이 30억원 이상이다. 대출규제상 가장 높은 가격대도 최대 2억원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적용되는 25억원이다. 2015~2016년쯤 시작해 2022년 하반기 금리인상까지 지속됐던 지난 상승기보다 집값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했던 공급 대책은 9·7 대책(주택공급 확대방안)의 후속조치로 나왔다. 9·7 대책에서 나왔던 노후청사, 국공유지, 노후 공공임대 등 도심 개발, 그리고 3기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 공급에 대한 계획을 더 구체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정부는 보유세 등 부동산 세제개편, 부동산 불법행위 단속 기구 신설 등 ‘시장 단도리’를 위한 추가적인 대책도 예고하고 있다.

이번 대책 발표에 대한 전문가들 반응은 엇갈린다. 시세를 잡는 효과에 대해 의문부호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다만 입주물량 부족 등에 따라 장기적으로 다시 상승 조짐이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집으로 돈 벌 생각 말라” 시그널 확고

이번 대책의 대부분은 ‘집값 거품’과 ‘갭투자’를 차단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코스피 5000 시대’를 목표로 나아가는 정부와 여당 입장에선 집값 상승으로 인해 유동성이 부동산에 쏠리고 민심이 악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번 대책 추진 방향에 ‘서민 주거안정’과 ‘가계·기업의 자본을 생산적인 부문 투자로 전환’이 포함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갭투자가 사실상 원천 차단됐다. 경기도에선 강남권에 인접한 과천시, 광명시, 성남시 분당구·수정구·중원구, 수원시 영통구·장안구·팔달구,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구, 의왕시, 하남시가 포함됐다.

“명절 전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대표적인 기존 토지거래허가구역(강남3구, 용산) 인근 마포, 성동, 광진, 강동 등 대표적인 풍선효과 지역만 ‘핀셋 규제’를 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그러나 실제 대책을 뜯어보니 집값이 본격 상승하지 않은 지역까지 포함됐다. 서울에 특히 그런 지역이 많다. 강북 노도강과 은평구, 중랑구와 강남 지역에선 금천구 등이다. 경기도에서도 의왕, 수원 등은 비규제 지역 대비 최근 가격 상승률 차이가 크지 않은 편이다. 그동안 정부 대책 발표 때마다 발생했던 풍선효과, 즉 인근 지역으로 수요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인 것으로 보인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매수 후 2년 실거주 의무가 생기며 아파트 매매 거래를 지자체로부터 허가 받아야 한다. 실거주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거나 거래 허가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
규제지역 넓히며 투기수요 전방위 차단

정부는 같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로도 지정했다. 2023년 1월 윤석열 정부가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한 전국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한 지 3년여 만이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규제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취득세 및 양도소득세 중과, 그리고 대출 규제 등이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규제 내용은 상당 부분 겹치며 투기과열지구의 규제가 조정대상지역보다 강한 편이다. 따라서 지난 상승기에는 이들 규제지역 지정이 겹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규제 내용 대부분은 유주택 또는 다주택자를 겨냥하고 있다. 실거주 주택 이외에 다른 주택을 추가 구입할 통로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우선 조정대상지역에선 기존 유주택, 다주택자에 대해 주택 취득세와 양도세를 중과한다.

중과세율은 취득세의 경우 2주택이 8%, 3주택이 12%다. 집값의 10%가량을 주택 취득세로 내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강력한 대책이다.

심지어 정부는 전세대출, 주담대 규제를 통해 규제지역 내 1채를 장만하고 다른 곳에 전세대출을 받아 거주하는 행위 또한 막고 있다. 2주택은 일반 양도세율에 20%포인트(p), 3주택은 30%p를 가산한다. 이처럼 세금이 늘면 집값이 오르더라도 투자자가 누릴 시세차익이 대폭 감소한다.

유주택자는 규제지역에 신규 주택을 매입할 때 담보인정비율 0%가 적용돼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으며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불가하다. 즉 집주인이 새로 갭투자를 하려는 사람이면 임차인이 전세대출을 받아 입주하지 못하도록 한다. 즉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받아 장만한 보증금으로 아파트를 살 때 잔금을 치르지 말라는 뜻이다.

투기과열지구에 3억원 넘는 집을 보유하고 있다면 1주택이라 하더라도 전세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이미 전세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규제지역 3억원 초과 주택 취득도 제한된다. 그렇게 되면 전세대출을 통해 주택에 실거주하면서 여유 자금을 마련해 투자하기도 어렵다.

부동산을 들썩이게 하는 호재인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은 투기과열지구에서 거래가 제한된다.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어렵다.

이 밖에 규제지역에선 무주택자에게도 담보인정비율(LTV) 40%가 적용되며 최대 6억원이던 수도권,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시가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2억원으로 축소됐다.
거래 단속 강화…세금도 더 걷나

당장은 아니지만 곧 등장할 대책의 윤곽도 나왔다. 보유세(재산세·종부세), 거래세(취득세·양도세) 등 부동산 세제는 세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인 만큼 연구용역 발주, 관계부처 TF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가 생산적 부문으로의 자금 유도, 응능부담 원칙(能力負擔·납세자의 부담능력에 맞는 과세) 등을 목표로 언급한 만큼 개정 방향은 세제 강화일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부 내 ‘특사경’은 부동산 거래, 국세청은 초고가 주택 취득 및 증여의 자금출처 집중 조사, 단속에 나선다. 경찰청도 ‘부동산 범죄 특별단속’, 금융위는 사업자대출 유용실태 전수조사를 할 계획이다. 또 ‘부동산 감독 추진단’을 설립해 국무총리 직속 감독기구를 설치하려 한다.

공급 면에서는 서울 영구임대주택 9개 단지에 대한 사업 계획안을 밝힌다. 이들 단지는 임대와 분양이 개발된다. 또 공공택지 주택개발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시행하도록 하기 위해 연내 LH 개혁방안을 확정한다. 공공택지 중에선 강남권 서리풀지구(2만 호), 과천 과천지구(1만 호)의 주민 보상을 서두르고 서리풀지구의 경우 지구지정계획을 당초 2025년 6월에서 3월로 앞당긴다.
거래 잠기나…시세 예측은 엇갈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전문가 대부분은 규제지역 내 아파트 거래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대책이 나온 뒤에는 언제나 거래가 잠기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래가 적은 와중에 시세에 대한 예측은 엇갈렸다. 권대중 한성대 석좌교수와 한문도 교수는 규제에 따른 단기적 하락을,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와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양극화를 점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부동산 시세의 방향성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봤다.

이상우 대표는 “이미 서울 주요지역은 규제로 인해 거의 실수요 위주로 바뀐 상태이므로 다주택 규제에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와 달리 대출한도 등 규제에 더 민감한 서울 외곽지역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지영 수석도 ‘초양극화’를 키워드로 제시하며 규제에 따른 시장 왜곡을 우려했다. 양 수석은 “대출 의존도가 낮은 현금 자산가 중심으로만 거래가 이뤄지며 공급 제한과 매물 희소성으로 강남3구, 용산구, 성동구 등 고급 주거지만 가격이 오르는 초양극화 현상이 예상된다”며 “강남3구에 들어갈 수준이 아닌 ‘준현금 자산가들’이 움직일 수 있는 마포구, 성동구 내에서도 한강변 쪽만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권대중 교수와 한문도 교수는 고가 주택의 가격이 오히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대책의 타이밍이 다소 늦었다는 데에도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권 교수는 광역단체장이 아닌 중앙정부 차원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권 교수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상황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일률 지정은 지역 시장 상황과 맞지 않은 결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수도권 지역 상당 부분에 대한 규제지역 지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핀셋 규제를 하다가 역으로 핀셋에 찔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그동안 풍선효과의 학습효과를 고려할 때 잘한 정책”이라면서도 “대출규제는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차단한 문재인 정부 당시가 더 강력하고 확실했다”고 밝혔다.

양지영 수석은 정부가 민간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박차를 가했던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속도가 이번 대책 발표로 인해 오히려 늦어질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양 수석은 “조정대상지역 지정 시 전매제한 등 거래규제가 강화되고 투기과열지구 지정 시에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이주비 대출 제한 등이 동시에 작동한다”며 “분상제와 이주비 대출 제한은 조합과 건설사의 자금조달 부담을 가중시켜 자본력이 있는 대형 건설사 중심의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부가 내세운 ‘도심 공급 확대’와 ‘용적률 상향’,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등 공급 촉진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형 위원은 전세자금대출 축소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1주택자 전세대출 규제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이 위원은 “개인마다 직장, 자녀진학 등의 문제로 주거지역을 바꿔야 하는 각자의 사정이 있는데 ‘전세자금대출을 실행하는 모든 1주택자가 갭투자 등 투기자’라는 시각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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