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속도인데 왜 빠른 거 같지? 도로 위 이것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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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이야기] 체감속도를 결정하는 요소들
 같은 속도인데 도로마다 체감속도가 다른 이유는 도로 폭과 차선의 차이 때문이다.
ⓒ pixabay

요즘 연인들은 연휴나 주말이 되면 SNS에 올릴 만한 사진이 잘 나오는 장소로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경우가 많다. 평일의 노동이 고되고, 도시에서는 자연을 접하기 어렵기 때문에, 잠시나마 적막하고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나가고 싶은 본능'을 달래려는 것이다.

이른바 '수렵 생활의 DNA'가 근질거리는 본능을 억누르지 못하고 차에 시동을 거는 일이 잦다. '부르릉' 시동을 걸고 남자는 여자 친구 집으로 향한다. 시내 도로를 달려 인도에서 기다리는 여자 친구를 태운 뒤, 고속도로 요금소를 통과해 시속 100km로 시원하게 달린다.

한참을 달리자, 강릉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요금소를 빠져나와 시가지 도로에 진입할 즈음, 여자 친구가 말을 건넨다.

"너무 빠른 거 아니야?"
남자가 답한다.
"시속 60km인데?"
여자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한다.
"아닌데, 훨씬 빠른데?"
여자는 계기판을 확인해 본다. 실제로 시속 60km 이내로 정속 주행 중이지만, 체감 속도는 훨씬 빠르게 느껴진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시내에서 시속 60km로 달리는데도, 고속도로의 시속 100km보다 더 빠르게 느껴지는 이유 말이다. 이 현상은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도로의 폭과 노면표시(차선 마킹)로 인한 시각적 착시 때문이다. 고속도로의 차로 폭은 3.6m이며, 지방 도로의 차로 폭은 대부분 3.0~3.25m, 국도는 약 3.5m로 구성되어 있다.그렇다면 단순히 도로 폭의 차이만으로 이런 체감 차이가 발생할까? 그렇지 않다.

▲ 도로구조시설에 관한 규칙 도로구조시설에 관한 규칙에 나온 설계속도별 도로폭기준
ⓒ 국토교통

도로 폭 외에도 차선 도색(마킹) 간격의 차이가 체감 속도에 영향을 준다. 시가지 도로의 점선(차선)은 '실선 300mm, 간격 300mm'로 색칠되지만, 고속도로의 점선은 '실선 1000mm, 간격 1000mm'로 훨씬 길게 그려진다.

 pdf차선도색 유지·관리 매뉴얼 상의 마킹 도안 기준
ⓒ 국토교통부

▲ pdf차선도색 유지·관리 매뉴얼 pdf차선도색 유지·관리 매뉴얼 상의 마킹 간격 기준
ⓒ 국토교통부

이처럼 고속도로는 주행 속도가 빠른 만큼 긴 간격으로 색칠해도 시각적으로 안정감이 유지된다. 반면, 고속도로에서 시가지로 진입할 때는 차선 간격이 짧아지고 도로 폭이 좁아지기 때문에, 실제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달리는 듯한 '착시'가 발생한다. 이 시각적 차이와 도로 폭의 협소함이 맞물리면, 운전자는 무의식적으로 위험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도로에서 이유가 없는 건 없다. 앞으로 더 많은 걸 손쉽게 써 보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일반인이 알기 싶게 설명하는 게 좋을 거 같고 대부분 도로 설계를 한다고 하면 건축과 혼동하는 분들을 위해 연재해 봅니다. 고3의 진료를 위해서도 작성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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