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교수] 재산세는 위험, 유일한 해법은 종부세 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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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3. 오전 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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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세 강화는 전국적인 조세 저항 부를 것... 윤 정부가 한 일 거꾸로 돌려놓기만 해도 주택가격 안정이 글은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것으로,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20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정부가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라 이날부터 서울 전 지역과 과천, 분당 등 경기 12개 지역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다.
ⓒ 연합뉴스

서울과 수도권 주택가격 폭등이 심상치 않은 차원으로 비화되자 이재명 정부는 뒤늦게 진화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내가 지난번에도 지적한 바 있지만, 이 정부는 출범 전부터 부동산 투기를 노리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주었습니다. "집을 투자나 투기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라는 발언이나 "내가 대통령이 되면 세금을 중과하거나 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라는 발언이 모두 부동산 투기를 방임할 것이라는 시그널을 준 셈이니까요.

그러나 상황이 점차 심각해지자 정부는 더 이상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고 봤는지 이런저런 대응책을 내놓았지만 아직까지 그것들의 효과는 별로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발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카드로 보유세 중과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기서 나오는 수익률을 낮춰야만 하고 그러려면 보유세 중과 이외의 카드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보유세 중과를 과연 어떤 방법으로 실행에 옮길지의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즉,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통한 중과냐 아니면 재산세 강화를 통한 중과냐 사이의 선택이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것입니다. 어느 쪽으로든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의 세금 부담만 늘리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것은 매우 순진한 생각입니다.

일전에 서울대학교의 한 교수가 보유세 강화의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종합부동산세는 폐지 수준으로 가고 재산세를 중과하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 글을 쓴 걸 읽었습니다. 그 글에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나도 그 이유를 잘 모릅니다. 아마 원래부터 어떤 이유로든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가졌기 때문인가 싶기도 하지만요.

최근에 기획재정부 장관은 50억 원짜리 주택을 한 채 가진 사람보다 5억 원짜리 주택을 세 채 가진 사람이 더 무거운 세금 부담을 지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중과하는 종합부동산세가 비합리적이라는 그의 생각이 그 밑에 깔려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미국처럼 재산세율을 1% 대로 대폭 인상하면 50억 원짜리 주택을 가진 사람은 해마다 5천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할 텐데 과연 팔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라는 말까지 덧붙였습니다. 이와 같은 발언에 비추어 볼 때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재산세 중과를 통한 보유세 중과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짐작이 갑니다.

거의 폭동 수준의 조세저항에 부딪칠 것

 20일 마포구의 한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써붙어 있다. 정부가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라 이날부터 서울 전 지역과 과천, 분당 등 경기 12개 지역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다.
ⓒ 연합뉴스

이 두 사람 이외에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으리라고 보는데, 나는 이 생각에 결코 찬성하지 않습니다. 재산세를 미국 수준이 아니라 그 절반 수준까지만 올려도 거의 폭동 수준의 조세저항에 부딪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 똑같은 보유세지만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의 결정적 차이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종합부동산세는 2024년 기준 주택보유자 1562만 명 중 2.9%에 불과한 46만 명 정도만이 세금을 냅니다. 이에 비해 재산세는 일정 가액 이상의 주택 소유자가 모두 내는 매우 광범위하게 부과되는 세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산세를 강화하는 것은 전국적으로 어마어마한 조세 저항을 불러 일으킬 위험성이 있습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이 될 자격도 없는 윤석열이 승리를 거둔 결정적 비결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자기가 집권하면 재산세 부담을 낮춰 주겠다는 선심성 약속을 했던 것이 결정적 승인이었다고 봅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세력이 컸던 지역의 아파트촌에서조차 윤석열 표가 우수수 쏟아져 나온 걸 보면 잘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는 그때의 트라우마 때문에 자신이 집권하면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발언을 했을 것이구요.

재산세를 내는 사람의 숫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이를 섣불리 건드리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한 도박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재산세율을 올렸을 때 종합부동산세를 내지 않는 국민 95% 이상의 행동에 어떤 변화가 오길래 주택 가격이 안정될 수 있겠습니까? 5억 원짜리 주택에 사는 사람의 재산세가 50만 원 더 올랐다고 그가 집을 팔려고 내놓을 리 만무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재산세의 중과는 조세 저항을 불러올 뿐 현안 문제의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거지요.

종부세, 문재인 정부 시절로 완벽하게 돌려놓아야

 지난 15일 서울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방송이 나오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와 경기도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규제지역으로 추가된다
ⓒ 연합뉴스

'똘똘한 한 채'를 포함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유일한 해법은 종합부동산세의 중과밖에 없습니다. 1주택이라 할지라도 초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다주택자에게도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 말고는 다른 해법이 없다는 말입니다.

초고가의 1주택자에게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해서 그들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합니다. 그러나 그런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는 높은 세금 부담이 수반된다는 사실이 지불하려는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낼 것이기 때문에 똘똘한 한 채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

또 재산세는 주택 하나 하나에 개별적으로 부과되는 세금이기 때문에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투기 목적의 다주택자에 세금을 중과해 살지 않는 주택을 팔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점에서 볼 때 재산세보다는 종합부동산세가 훨씬 더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세금임이 분명합니다.

만약 50억 원짜리 주택을 한 채 가진 사람보다 5억 원짜리 주택을 세 채 가진 사람이 더 무거운 세금 부담을 지는 것이 부당하다면 종합부동산세제를 적절히 조정해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을 막으면 됩니다. 종합부동산세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종합부동산세에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저런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비난하고 있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그 문제점들을 쉽게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바로 3~4년 전에 일어난 일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기억력이 꽝인 사람들이 유독 많습니다. 국민의힘 사람들이 그 대표적 예지만, 문재인 정부 말기에 주택가격이 상당한 정도로 안정된 바 있는데 그걸 제대로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간신히 안정 기조로 안착시켰던 것이 윤석열 정부 들어서자마자 다시 상승 기조로 강하게 반등한 것도 기억하지 못하구요. 정권교체기에 윤석열 정부가 주택가격을 다시 띄우기 위해 어떤 짓을 했는지를 생각해 보면 지금의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되는 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다시 말해 윤 정부가 한 것을 거꾸로 돌려놓기만 해도 주택가격 안정에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나는 종합부동산세를 문재인 정부 시절로 완벽하게 돌려놓고 다시는 이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만 있어도 지금의 문제는 만족스럽게 해결되리라고 봅니다. 문제는 그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과거의 선거에서 잘 보셨겠지만, 국민의힘은 기회 있을 때마다 주택 보유자의 환심을 사기에 급급해오지 않았습니까? 다음 선거에서도 보나마나 자기네들이 집권하면 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표를 끌어오는 데 혈안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한다 해도 다주택자들은 소나기를 피하자는 생각으로 국민의힘이 집권하기만 기다리면서 버티기로 일관하는 바람에 별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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