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책을 평가하고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20일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마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집은 사는 곳이지, 사는 것이 아니다? 그 인식부터 문제"
▲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
ⓒ 마강래 제공 |
- 아파트값이 오르자, 지난 15일 이재명 정부의 세 번째 대책이 나왔어요.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교수님은 어떻게 보세요?
"저는 이번 대책이 예상을 넘어선, 약간 무리한 정책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처럼 공급을 빨리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집값이 계속 오르니까, 정부가 대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그래도 이번 대책이 걱정되는 건, 대책의 여파로 전월세 물량이 줄어드는 것이에요."
- 왜 전월세 문제까지 가는 건가요?
"이번 대책을 보면,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이 조정대상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잖아요. 우리나라 전월세 시장의 주요 공급자는 다주택자들이에요. 예를 들어 서울만 봐도 약 300만 호 정도의 주택이 있는데, 그중 절반은 자가, 나머지 절반은 전월세거든요. 그런데 그 전월세 물량의 80% 정도를 사실상 민간 다주택자들이 공급해 왔던 상황이에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서울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양도세 유예기간 동안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도 있겠죠. 문제는 그 매물이 어떻게 되느냐예요. 서울 전역이 실거주 요건이 붙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기도 하니, 주택 한 채가 팔릴 때마다 전월세 한 채가 줄어드는 구조가 된 거예요. 결국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앞으로는 주택 살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거예요."
- 실거주용이 아니라면 집 사지 말라는 뜻 같습니다.
"만약 '집을 살 때는 꼭 실거주해야 한다'는 원칙이 부작용 없이 작동하려면 전제가 필요해요. 바로 공공이 전·월세 물량을 충분히 공급해서 임대차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구조가 안 돼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건 어떻게 보세요?
"지금 서울 안에서도 이미 지역별로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거든요. 노원·도봉·강북구 등 집값이 오르지 않았던 지역도 많았는데, 만약 그 지역들을 일부라도 제외했더라면 전월세 물량이 급속히 줄어드는 부작용을 조금은 완화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제도는 원래 '토지 거래'를 규제하기 위한 수단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사실상 '주택 거래 허가제'처럼 작동하고 있어요. 이렇게 제도를 확장해서 운영하는 건 위헌 소지도 커요.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거든요. 제 생각에는 주택 시장을 안정화하려면 이런 식의 편법적인 수단이 아니라, 본래의 목적에 맞는 보유세 같은 정통적인 제도를 활용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 SNS에서 '일시적으로 집값이 내려가지만 이후엔 더 오른다'라고 말씀했어요. 이유가 뭘까요?
"세 가지예요. 첫째, 수도권 쏠림 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공급을 늘려도 수요를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흔히 '공급이 부족하다'고 말할 때, 그건 절대적인 공급량이 아닌 수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뜻이거든요. 지금이 딱 그런 상황입니다.
둘째, 전반적으로 주택 시장 여건이 좋지 않습니다.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리면서 화폐 가치가 떨어졌고, 여기에 공사비 상승이 겹쳤어요. 빌라 기피 현상도 심해졌고요. 게다가 앞으로 2~3년간 입주 물량이 급감할 게 확실하다는 점이 심리적으로 불안을 주고 있습니다.
셋째, 사실 가장 큰 원인은 정부 정책입니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은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가 만들어낸 정책적 결과입니다. 집값을 끌어올리는 건 다주택자라기보다, '똘똘한 한 채'를 가진 실수요자들이 상급지로 갈아타는 구조 때문이에요. 정부가 1주택자에게는 양도세를 거의 부과하지 않고, 보유세도 낮게 유지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상급지로 이동하는 게 훨씬 유리합니다.
결국 이런 흐름 때문에 상급지 집값이 먼저 오르고, 그 상승이 주변 지역으로 도미노처럼 번지는 구조가 만들어졌어요. 지방 사람들도 서울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고, 서울 사람들은 강남으로 몰리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이걸 모르고 정부는 정작 다주택자만 때려잡고, 대출까지 조이니까 시장이 더 왜곡되는 겁니다."
- 그게 민주당 정부에서 집값이 오르는 이유일까요?
"박근혜 정부 당시 '빚내서 집 사라'는 메시지가 나왔고, 주택 시장을 살리려는 정책이 강하게 추진됐죠. 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게 2017년 봄인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부터예요.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았다면, 집값 상승의 책임을 민주당만 떠안지는 않았을 겁니다. 물론 문재인 정부에 책임이 없다는 건 아니에요. 집값이 오를 조짐을 미리 알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했는데, 다주택자 투기만 문제 삼으면서 공급 충분하다는 말만 반복했죠. 그게 결정적인 실책이었습니다. 지금은 약간 데자뷔처럼 느껴져요.
제가 이번 민주당 대책을 보고 놀란 건,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문재인 정부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당시에도 '집은 사는 곳(live)이지, 사는 것(buy)이 아니다'라는 식의 접근을 했잖아요. 그런데 바로 그 인식 때문에 집값이 폭등했습니다.
집은 개인이 평생 살면서 살 수 있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장 비싼 재화입니다. 어떤 집을 사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고, 노후와도 직결됩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정부는 이런 개인의 '부동산 욕망'을 억누를 게 아니라, 그 욕망이 시장을 왜곡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공급 확대·수요 억제로는 한계... 이제는 '수요 분산 정책'으로 가야"
▲ 지난 15일 서울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방송이 나오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와 경기도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규제지역으로 추가된다 |
ⓒ 연합뉴스 |
- 국민의힘에서 하는 이야기는 정부가 개입하지 말고, 시장에 맡기라는 거 같거든요. 그게 맞을까요?
"그건 아니에요. 시장은 가치 판단을 하지 않습니다. 시장은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는 있지만, 때로는 굉장히 잔인하게 작동하기도 해요. 시장에 완전히 맡겨두면 자산을 중심으로 격차가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시장이 왜곡돼 있을 때는 그 왜곡을 바로잡는 정부의 정책이 꼭 필요해요.
지금 우리 시장이 왜 이렇게 왜곡됐느냐를 보면, 거래세는 지나치게 높고 보유세는 너무 낮기 때문이에요. 거래세가 높으니까, 매물이 잘 나오지 않고, 보유세가 낮으니까, 투기적 수요가 계속 생기는 구조죠."
- 그러면 그걸 거꾸로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는 낮춰야 할까요?
"우리는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에요. 그걸 왜 높여야 하느냐 하면,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기 때문이에요. 물가가 오르면 자산 격차는 더 커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10억 원짜리 집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해볼게요. 물가 상승률이 2%라면, 그 사람의 자산은 1년에 2천만 원 정도 늘어납니다. 그런데 재산세는 많아야 150만~200만 원 정도밖에 안 내요. 이런 구조에서는 합리적인 개인이라면 '집을 사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집을 살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무주택자는 점점 더 집을 사기 어려워지는 거죠. 그래서 방향은 이렇게 잡아야 해요. 그래야 상위 주택 가격이 전체 시장을 끌어올리는 현상도 완화할 수 있습니다."
-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말했어요.
"세제 개편은 집값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왜곡된 시장 구조 바로잡기 위한 '조세의 정상화 과정'이에요. 제가 말씀드린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높여야 한다'는 방향도 집값을 직접적으로 낮추기 위한 정책이라기보다, 비정상적으로 왜곡된 부동산 시장을 바로잡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 공급 대책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 부분이 굉장히 걱정됩니다. 사실 두 번째 대책에서 공급 계획이 포함되긴 했지만, 그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요. 3기 신도시도 계속 지연되고 있고요. 향후 2~3년간 서울의 입주 물량은 역대급으로 적을 겁니다. 지금 상황에서 아무리 정부가 공급 대책을 내놓아도, 현 정부 임기 내에 실제 공급량 늘리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집값이 폭등하면 대부분의 전문가가 '공급을 늘려야 한다',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라고 말하죠. 맞는 말이에요.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 원리니까요. 그런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하나 있어요. 지금 수도권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지방 인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에요. 여기에 '똘똘한 한 채' 정책이 겹치면서, 지방 사람들도 자기 지역의 집을 팔고 수도권 부동산에 투자하는 흐름이 만들어졌죠.
이런 구조적 원인을 고려하면, 단순히 공급 확대나 수요 억제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제는 '수요 분산 정책'으로 가야 합니다.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수요를 어떻게 지방으로 돌릴 수 있을지, 그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요. 수도권 집중을 막지 못하면 어떤 정책도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저는 '균형 발전 정책'이 곧 부동산 정책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집값에 따라 대출을 규제를 했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이번 대출 규제의 가장 큰 특징은 주택 가격이 높을수록 대출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이에요. 그런데 사실 대출 규제는 '비율'로 적용하는 게 정상적입니다. 예를 들어 10억 원짜리 주택에 2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면, 20억 원짜리는 4억 원, 30억 원짜리는 6억 원이 되는 게 합리적이죠. 그런데 이번에는 이 원리를 거꾸로 적용했어요. 그만큼 정책적으로 '고가 주택은 현금으로만 살 수 있게 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깔린 것이지요.
물론 단기적으로는 이런 조치가 고가 주택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건 사실상 현금 부자들만이 진입할 수 있는 '폐쇄된 시장'을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요. 즉, 순수 현금 자산가들만 남는 시장이 되는 거죠. 결국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이 점점 더 견고한 '성(城)'처럼 굳어지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정책의 원리와 기준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왜 2억 원인지, 왜 4억 원인지, 이런 숫자들에 어떤 근거나 원칙이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 정책은 예고 없이 갑자기 등장했잖아요. 부동산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예측 가능성이에요. 사람들은 정부 정책이 일관되고 합리적일 거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고 기준이 불명확한 대책이 계속 나오면, 시장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게 됩니다. 결국 사람들은 '이번 정부만 버티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게 되고, 이런 인식이 부동산 정책의 실효성을 급격히 떨어뜨리죠."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수억 원 빚 내 집 사는 게 맞나"라고 말했어요. 이 발언은 어떻게 보세요?
"이 질문은 우리 사회의 고민을 담고 있어요. 저는 수억 빚 내서 집을 사는 게 맞는지 보다 왜 사람들이 그 많은 빚을 내서 집을 사려 하는 구조가 됐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수억 빚을 내는 사람들 마음이 편할 리 있겠나요. 저는 개인의 선택을 비판하기보다,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도록 한 사회경제적 구조를 바꾸는 게 정책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세요?
"여러모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 수단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봐요. 이런 시기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늘 이야기하는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높이는 구조', 이건 집값을 잡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왜곡된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에요. 이 원칙을 이번 정부가 반드시 지켰으면 합니다.
다만 아무리 보유세를 높인다고 해도 집값을 완전히 잡기는 어려울 겁니다. 물가 상승률이 더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자산 격차는 더 커지고, 사람들의 부동산 보유 욕망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필요한 건 집값이 오르는 근본적인 이유를 정확히 직시하는 것이에요. 핵심은 수도권 쏠림 현상입니다.
결국 앞으로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건 '수요 분산 정책'이에요. 수도권에 집중된 수요를 어떻게 지방으로 나누고, 지방을 얼마나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이런 균형 발전 정책이 곧 부동산 정책의 핵심으로 들어와야 해요."
- 마지막으로 덧붙이실 말씀은요?
"마지막으로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겁니다. 정부는 시장과 싸우려 하지 말고, 시장의 힘을 현명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거예요.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는 게 아니라, 그 에너지를 이용해서 주택 공급은 활성화하고, 투기는 억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