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불붙었다"는 언론 보도, 쉽게 믿으면 안되는 까닭

신상호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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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인용되는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통계', 호가 중심으로 조사돼 신뢰성 낮아... 전문가들도 우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인용한 언론 보도들
ⓒ 네이버 갈무리

"규제 나오기 전에 집 사자" 서울 아파트값 0.54%↑(연합뉴스)
"추석 연휴 전쟁통 같았다"…12억 금호동 아파트, 2주 만에 '껑충'(한국경제)
"내 집 마련 꿈 더 멀어졌어요"…주간 서울 아파트값 오름폭 확대(매일경제)

지난 16일(목요일)에도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보도자료가 나오자 이날 하루 이를 인용한 기사만 무려 86건(한국언론재단 빅카인즈 검색)이 쏟아졌다. 한국부동산원은 매주 목요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언론에 배포하는데, 최근 언론들은 이를 근거로 '집값 급등'을 부추기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수많은 언론들이 주간 아파트 동향을 보도하면서, 해당 통계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집값 급등기에는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들의 조급한 심리를 부추겨,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매입하는 '패닉바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수많은 언론들이 인용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통계가 '실제 거래를 기반으로 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파트 시장은 주식과 달리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매주마다 측정하는 아파트 가격 통계 역시, 실제 거래가 성사된 가격이 아닌, 대부분 집주인들이 부르는 '호가'를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진다.

매주 아파트 가격 통계를 내는 한국부동산원도 표본 내 실거래가 없으면 조사원이 인근 유사 거래나 호가를 활용한다. 거래가 있든 없든, 어쨌든 통계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아파트 가격 통계는 집주인들의 '호가'와 부동산중개업자들의 '입'에 의해 결정되며, 실제 거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김윤덕 장관 "통계 문제 폐단 줄어들도록 조치"

하지만 해당 통계를 인용하는 언론들은 해당 통계를 굳이 검증하려 들지 않는다. 부동산 전문 경제 언론들을 비롯해, 방송사들도 해당 통계를 인용하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메시지를 기사 제목에 담는다. 취재가 이뤄지는 것은 부동산 리서치 업체 관계자나 부동산공인중개사들의 멘트 정도다.

보도전문채널인 YTN의 경우 같은 날 한국부동산원 통계가 발표되자 2차례에 걸쳐 해당 통계를 인용 보도했다. YTN은 이날 <규제 전 '막차 수요'에...2주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 0.54%>라는 제목의 2분 18초짜리 리포트를 보도했고, <10·15 대책 발표 직전 서울·경기 아파트값 상승폭 2배 확대'> 스트레이트 기사도 냈다.

<경향신문>도 <'부동산 대책 발표 이튿날 전세 낀 '급매' 아파트 매물 쏟아져···"토허제 발효 전 사고팔아야">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인용해 "연휴 전 서울 아파트값은 상당히 들썩였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주간 아파트 가격 통계의 문제점은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 왔다. 지난 9월 30일 더불어민주당 이연희·염태영 의원과 한국주택학회, 한국도시연구소가 주최한
'주택가격 통계 개선 방안 토론회'에 나온 전문가들 역시, 주간 아파트 통계 왜곡이 심각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주간 아파트) 시세는 발표가 빠르나 철 지난 시장 상황을 왜곡된 강도로 보여줘 정부 정책이나 사회적인 선택에 오판이 초래될 수 있다"면서 "정책적 판단을 위해 단기적인 폐지가 어렵다면 비공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4400채 규모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서조차 2020~2022년 모두 20주 넘게 주간 단위 매매가 1건도 없었다"면서 "(주간아파트 통계는) 국가 통계로서 부적절하다"라고 했다.

정부도 주택가격 동향 조사와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3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동향 조사 결과 보고서 폐지 여부에 대해 "전체적인 흐름상 전적으로 동의한다, 빠른 시일 내 용역 보고서를 정리해 통계 문제에 대한 폐단이 줄어들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아파트 #집값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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