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로 지역 농업 미래 연다… 현장에서 답 찾는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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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도시 용인, 농촌의 미래 푸드테크에서 찾자AI·데이터 활용 스마트팜 경영… 부산물 업사이클링 고부가가치 창출전남 함평에서 유럽 채소를 키우는 안진엽(33) 양림해오름농장 대표는 제과 업체 직장인이었다. 식품영양학과를 전공했지만 농업과는 거리가 멀었던 안 대표가 스마트팜 농부가 된 건 농업에서 비전을 봤기 때문이다.

 서울시 청년쿡 푸트테크 센터에 입주한 푸트로직 이현우 대표가 원가관리 솔루션 작업을 하고 있다.
ⓒ 용인시민신문

안 대표는 "경영적 부분을 고민한 결과 시설을 고설로 올리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고, 웰빙 트렌드에 맞춰 유럽 상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서 청년 농업인과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지역 농업의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다. 스마트팜(정밀농업) 기술로 생산성을 높이고, 버려지던 농산물 부산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등 로컬 작물로 기능성 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단순히 농사를 짓거나 가공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와 기술을 결합해 지역 식품산업, 특히 푸드테크 산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안진엽 대표가 경영하는 함평 양림해오름농장은 NFT(Nutrient Film Technique, 양액박막) 순환 재배 방식을 채택했다. 박막식 수경재배는 식물의 뿌리에 얇은 막처럼 흐르는 양액(영양이 섞인 물)을 지속적으로 순환시켜 재배하는 방식을 말한다. 양액기에서 공급된 물이 작물 뿌리를 거쳐 흡수되고 남은 양액은 버리지 않고 물탱크에 저장된다. 소독 과정을 거쳐 다시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안 대표는 "식물이 100㎖를 흡수하면 90㎖ 정도 남는데, 이를 버리지 않고 소독해서 다시 사용한다"며 "스마트팜이 저탄소 농업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많던데, 양액 순환 재배로 저탄소 농업을 실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남 나주에 있는 좋은영농조합법인 이기선 대표가 배박을 활용한 기능성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용인시민신문

2024년 10월 스마트팜 시설을 완공하고 올해 1월부터 본격 출하한 안 대표는 5개월여 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료를 축적했다. 그는 "단감 농사 데이터를 상추에 적용해 보니 맞지 않았다"며 "3개월간 이것저것 해보며 쌓은 데이터 덕분에 이제 어떻게 가야 할지 보이기 시작한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농업을 전공한 여느 청년 농업인들처럼 그는 AI 활용에도 적극적이다. 안 대표는 "챗GPT로 양액 조성 성분을 검증받고, 농업기술센터에서 한 번 더 확인한다"며 "검증 과정을 거치지만 AI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버려지던 배박, 화장품 원료로 재탄생

전남 나주시에 본사를 둔 좋은영농조합법인(GOOD F&B)은 지역 특산물을 기반으로 건강음료·식품 제조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설립 이후 20년 넘는 배 재배와 음료 가공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건강기능식품 개발에 집중해 온 대표적인 지역 기반 식품기업이다.

좋은영농조합법인 이기선 대표는 10여 년 전부터 배박(배 껍질 등 배 가공 부산물)의 가능성을 연구해 왔다. 부설 연구소를 통해 배박에서 미백 성분인 알부틴과 항산화 물질을 발견했고, 최근 푸드 업사이클링이 주목받으면서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섰다.

과거에는 배 부산물을 주로 폐기물이나 퇴비로 처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업사이클링 식품소재,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용도로 연구·개발되고 있다. 이 대표는 "배를 가공하다 보니 하루 2~3톤, 많을 때는 6톤까지 배박이 나온다"며 "지금까지는 퇴비나 소 사료로 썼는데, 업사이클링을 통해 귀한 자원이 됐다"고 말했다.

나주시와 협약을 맺고 배박을 공급하면, 나주시가 식품 원료와 화장품 원료로 가공해 소재로 재탄생시키는 구조다. 나주시는 배박에서 알부틴 추출법을 찾아내 식품 원료와 화장품 원료로 대량 공급하고 가공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충남 부여에서 토마토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조건희 올라온 농업회사법인 대표
ⓒ 용인시민신문

업사이클링 산업은 친환경 규제 강화와 소비자 인식 변화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미래 유망 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대표는 "유럽에서는 2024년 업사이클링 제품이 아니면 수입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될 예정이었다가 2년 유예됐다"면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하는 기업들이 업사이클링 제품 구매에 적극 나서고 있어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주축협과 한우 사료화 협력, 충남대 박정태 교수와 펫사료 개발 논의 등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전에는 배박을 버렸는데 이제는 수익이 돼서 들어오니 부설 연구소에서 R&D(연구개발) 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ICT 기술로 성공 확률 높이는 청년 창업농

충남 부여 '올라온농업회사법인' 조건희(30) 대표는 토마토 스마트팜을 운영한 지 7년째다. 20살 때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한 후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고, 창업한 지는 4년 정도 됐다.

조 대표는 "소비자들이 익숙한 품종을 찾다 보니 유통과 인지도 면에서 토마토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며 토마토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스마트팜으로 전환했거나 전환하려는 농업인들의 가장 큰 고민으로 비싼 시설비로 인한 재원과 기술적 어려움을 꼽았다. "농민들이 현장에서 직접 하기에는 ICT 기술이 어렵고 낯설다"며 "배울 수 있는 교육장이 마땅하지 않아서 정부 주관 교육장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교육받고 있는 전판종(7기) 씨는 포도 농사를 짓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그는 "기후변화와 고령화로 어려운 농업 현장에서 가업 승계를 위해 이곳에 왔다"며 "시대 흐름에 맞는 첨단 농업을 배워 고소득을 창출하고, 청년들의 농업에 대한 부담감을 없애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전 씨는 딸기와 토마토 재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스마트팜 기술을 도입하면 기후와 첨단 농법이 병행돼 고소득 창출과 인력 최소화를 통해 품질 좋은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컬 작물로 세계 시장 공략

 춘천시 강원대 창업보육센터 내 스타트업 (주)아이알 H&C 노진호 대표가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바이어 상담회에 참여했다. (사진제공 (주)아이알 H&C )
ⓒ 용인시민신문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 창업보육센터 내 ㈜아이알에이치앤씨(iR H&C) 노진호 대표는 2023년 1월 회사를 창업했다. 25년간 관련 업계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능성 식품을 개발·판매해온 그는 스트레스 완화 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강원 연구개발특구 소재 기업으로 중소벤처기업부 R&D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올해에도 강원도 연구개발지원단 1위로 선정돼 마중물 R&D 중장기 과제를 진행 중이다. 노 대표는 대추, 곤드레, 차풀 등 강원도 로컬 작물을 주요 원료로 사용한다. 그는 "강원도가 공기도 좋고 산세가 좋아 양질의 작물이 나온다"며 "로컬 작물의 항스트레스, 수면 유도 기능성을 연구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항우울제 시장이 전체 제약 시장에서 3위 안에 들 정도로 커졌다"며 "보건복지부가 정신건강을 국가 아젠다로 선택할 만큼 중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그는 "세로토닌이든 유단백질이든 지금은 수입해서 쓰지만, R&D를 통해 국내 로컬 작물에서 원료를 개발하면 수출까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의 스타트업 마중물 역할 필요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에게 지자체 지원은 가뭄의 단비와 같다. 노진호 대표는 "스타트업은 연구도 해야 하고 회사 생존도 해야 하는데, 수익 구조가 처음엔 좋지 않아 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지자체의 전폭적인 도움 덕분에 시제품도 만들고 R&D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춘천시는 2023년 11월 전국 최초로 '푸드테크 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전진희 춘천시 푸드테크정책팀장은 "2017년부터 푸드테크 관련 포럼을 진행하며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며 "농업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춘천시가 푸드테크 산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확장성과 기반시설 때문이다. 전 팀장은 "식품 산업이 농업·IT·바이오 모든 분야를 망라해 확장성이 크고, K푸드가 글로벌 인기를 얻으면서 수출 쪽으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며 "지역의 강점을 살리는 전략적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청년쿡 푸드테크센터에 입주한 푸드로직 이현우 대표는 외식업 원가 관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청년쿡 푸드테크센터는 다양한 인프라 지원을 통해 컨설팅·네트워킹 등에서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교통 중심지인 서울에서 좋은 환경 속에서 창업할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청년 농업인과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은 데이터를 쌓고 기술을 배우며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이들의 도전이 지역 농업과 식품산업의 새로운 길을 열고, 미래 푸드테크 산업의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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