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회의 통합은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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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체육 리셋-기본으로 돌아가야 ④] 통합한 지 거의 10년 됐지만 효과는 '글쎄'한국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는 스포츠 현상을 비평하고, 대안 담론을 생산하는 모임입니다. 토론 불모지의 한국 스포츠 풍토에서 다양한 가치와 합리적 비판이 경쟁하는 공론장 구실을 지향합니다. <기자말>

 대한체육회가 입주해 있는 올림픽회관 건물
ⓒ 연합뉴스

앞 기사 <비인기 종목 재정난 심화... 돌파구는 있는가(https://omn.kr/2ffo7)>에서 이어집니다.

사회자: 생활체육의 기반을 넓히기 위해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된 지 거의 10년이 지났지만, 통합의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두 부문에서 질적인 변화나 개선이 이뤄지는 것 같지 않다.

장익영: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으로 구성된 현재의 대한체육회를 보면, 생활체육과 합쳐졌는데 인력은 부족하고, 전문체육을 같이 운영해야 하고, 예산 등에서 부담이 있는 것 같다. 아까 최인수 처장께서 말했듯이, 통합 당시 이런 부분을 좀 고려해 정책을 수립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16년 체육회와 생활체육회 통합으로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합쳐질 때, 정치권이 주도하기보다는 체육계에서 안을 좀 만들어야 했다. 너무 성급하게 조직만 통합된 것이 아닌가 싶다.

무엇을 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고, 종목별로 상황도 다르다. 특정 종목에서는 통합을 했지만, 오히려 더 상황이 나빠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가나 체육계에서 이런 부분들에 대한 논의와 전략이 좀 필요한 것 같다.

사회자: 최인수 처장께서 할 얘기가 많을 것 같다.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체육회 통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한국 체육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은 공감했지만, 치밀한 설계나 준비 없이 되면서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하다.

"동호인들은 전문 선수들하고 겨루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최인수: 대한스쿼시연맹에서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두 부문 운영을 쭉 해왔는데, 만약 생활체육 쪽과 합쳐지지 않고 전문체육 쪽만 계속 집중해서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아시안게임이나 지금은 올림픽까지 출전권을 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훨씬 빨리 근접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말씀하신 대로 두 가지 모두 하려니까 정말 인력은 달리고, 재정도 안 되고, 할 일은 많아졌다.

생활체육인들의 민원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또 생활체육 활성화를 통해 선수가 나오길 기대했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 대회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선수가 나온다고 하면 동호인들은 아예 출전을 하지 않는다. 동호인들은 전문 선수들하고 겨루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클럽에서 생활체육인으로 운동하다가 선수로 발탁되는 경우가 있지만 생각처럼 많지 않다.

장익영: 이런 것들이 기계식 통합의 전형이다. 2016년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통합할 때 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의도되지 않은 결과가 나오고 있고, 그 여파가 크다. 통합했으면, 무엇이라도 발전이 돼야 한다. 그런데 학계에서도 그런 부분들 언급을 안 한다. 발전은 어떤 형태이건 뿌리이고, 저변이고, 생활로서의 체육이다. 그게 안 되고 있다. 종목 단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하중만 커지고 있다.

사회자: 가정법이지만, 그때 통합하지 않고 나름대로 국민생활체육회와 대한체육회가 각자의 길을 갔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스쿼시 종목도 생활체육 기반을 넓히기 위해서 그동안 노력은 많이 했을 것 같다.

"생활체육이 잘 되려면 제대로 된 시설이 있어야 한다"

 인천시 부평구 열우물테니스·스쿼시장에서 열린 '제7회 블랙나이트컵 전국 스쿼시 동호인 대회'에서 참가 선수들이 승부를 겨루고 있다. 2014.8.4
ⓒ 연합뉴스

최인수: 2000년대 초 스쿼시 종목은 어마어마하게 시장이 컸다. 갑자기 인원이 엄청나게 늘어났고, 각종 드라마나 매스컴에서 많이 다뤄졌다. 그러다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이유는 시설과 관련이 있다. 당시 서울에서는 대표적으로 KBS 88체육관과 서울스쿼시클럽 중심으로 영업이 매우 잘 됐다. 서울스쿼시클럽에서 근무했는데, 찾아오는 분이 많았고, 그야말로 한국 스쿼시인들을 양성하는 곳이 됐다.

그런데 스쿼시가 유행하면서 우후죽순으로 스쿼시 시설이 생겨났다. 일반 사무실 건물에다가 선만 그어 놓고 나무 무늬의 장판을 깔아 놓고 영업을 했다. 코트 두 개로는 100명도 소화하기 힘든데, 대충 만들어놓고 영업사원을 통해 수천 명을 모집했다. 수용이 불가능해지고, 불만이 높아지면서 당시 소비자원에 고발이 빗발쳤다. 스쿼시에 대한 인식이 꽤 나빠졌고, 이후 연맹이 정규 규격의 시설을 짓도록 하면서 지금은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생활체육이 잘 되려면 제대로 된 시설이 있어야 한다. 스쿼시는 종목 자체의 특성상 공을 받아주는 벽이 높아야 한다. 정규 규격의 코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건물의 설계 단계부터 달라야 한다. 다행히 2010년께부터 관공서나 학교에서 스쿼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코트가 보급되고 있다. 전국체전도 경기장 영향을 받았는데, 지금은 전국 17개 시·도에 좋은 스쿼시 경기장이 있다. 사설 코트가 더 많은데, 합치면 전국에 500개 이상의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장익영: 우리 학교에도 스쿼시부가 있고, 저희 학과에 있어서 학교 시설로서 스쿼시 경기장 무조건 넣어야 했고, 건물에 들어가는 것으로 됐다.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그 정도는 해줘야 된다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제가 알기로는 대한스쿼시연맹의 노력으로 최근 한국 주니어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온 것으로 안다. 이런 것이 성인 무대까지 연결된다면 올림픽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후원금도 중요하지만, 지자체와 결합하는 사업이 좋을 것 같다"

 부산시체육회관에서 열린 제1차 시민행복부산회의에서 박형준 시장이 '생활체육 천국도시 부산' 실행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부산시는 생활 스포츠시설을 획기적으로 확충하기 위해 파크골프장 500홀을 신설하고 테니스장, 풋살장, 클라이밍장, 게이트볼장, 농구장 등을 추가로 조성한다. 2024.9.25
ⓒ 연합뉴스

오태규: 저는 스쿼시 종목을 잘 모르고, 드라마 같은 데서 '유한계급' 사람들이 하는 것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런 종목일수록 경기장 시설을 만들고,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설 얘기가 나왔는데, 컬링하면 경북 의성이 떠오르듯이 요즈음에는 지자체 같은 데서 자기 지역을 특화하기 위해 스포츠와 결합하는 예가 많다. 스쿼시연맹 차원에서도 후원금을 받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자체와 결합하는 사업 아이템을 잡으면 좋을 것 같다. 스쿼시의 경우 수도권 지역에서, 또 젊은층에 상당히 매력적인 종목이 될 것 같다. 지자체와 연결해 스쿼시 콤플렉스를 만들고, 그곳에서 전국대회 등을 한다면 좋을 것 같다.

한 종목을 튼튼하게 성장시키려면 종목이 시민 속에서 뿌리를 내려야 한다. 시민 속에 탄탄한 기반을 만들면 재정이나 운영 문제는 어찌보면 더 쉬워질 수 있다. 작은 종목일지라도, 종목 단체들이 자생력을 만들려고 노력해야지, 정부 지원 등 '하늘에서 비 오기만을 기다리는' 천수답 운영으로는 지속될 수가 없다. 우리 사회에서는 NGO 등 많은 단체들이 천수답 운영을 하고 있어, 정부가 보조금을 주지 않으면 좋은 뜻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움직이지 못한다. 시대가 달라진 만큼 자생력을 갖춰야만 살아날 수 있다.

최인수: 맞다. 저희는 지금 대표적으로 충북 청주, 경북 김천, 울산, 인천 등 지자체와 협력하고 있다. 이미 여러 가지 사업을 수행했고, 대규모 경기장에서 국제대회 유치를 한 사례도 있다.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다. 기본적으로 정부 지원금 의존도가 높지만, 현 집행부와 임원들이 이 악물고 뛸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안다.

사회자: 근본적으로 비인기 종목의 한계가 있지만, 돌파구를 여는 것도 역시 종목 단체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비인기 종목은 누가 어떤 권력을 갖고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

장익영: 지난번 토론에서도 나왔지만, 비인기 종목이라는 것은 누가 어떤 권력을 갖고 정의하느냐에 따라 개념이 달라진다고 본다. 누구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못 따면 비인기다라고 얘기할 수 있고, 누구는 생활 체육의 저변이 없으면 비인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관점이 달라 일반화할 수 없다. 이런 부분들도 늦었지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자: 스포츠 용어나 개념 등 언어의 문제를 놓고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마지막으로 사무처장님이 나왔으니 대한체육회 산하 70개 안팎의 종목 단체의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처장들의 애환을 듣고 싶다. 취재하면서 여러 종목 단체의 사무처장을 만나는데,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 정말 힘들어 한다. 특히 새로운 회장이 의도를 갖고 자기 사람을 앉히려고 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의 전문, 생활체육 부문에서 현황을 잘 알고 있고, 문제의식뿐 아니라 대안까지 제시할 수 있는 이들의 전문성이 잘 인정되지 않고 있다. 체육회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종목단체 먼지털기식으로 진행되면서 공황장애가 온 사람도 봤다. 후배 사무처장이나 후배들을 위해서 정리의 말씀을 해달라.

"4년 주기로 이런 일을 겪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

최인수: 올해 대부분의 협회, 단체에서 회장 선거가 이뤄졌고 대부분 집행부가 새로 구성됐다. 이미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무처장 3~4명이 그만뒀다. 새로운 회장이 등장할 때마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사무처장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해고할 수 없으니 갖은 핑계로 일을 주지 않는다. 또 직급을 떨어뜨려 놓기도 한다. 회장 선거와 관련해 소송이 일어나면, 사무처장 입장에서는 더 난감해진다. 4년 주기로 이런 일을 겪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 전문성을 갖춘 종목 단체 사무처장의 직업 안정성, 복리후생 차원에서 규정을 확실하게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각 협회나 연맹 등 경기 단체의 사무처 직원들이 여유 있게 일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시즌 때 밤새워 일하는 친구들도 많다. 이런 사무처 직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너희는 원래 그렇게는 해야 하는 거야'라는 데 머물러 있다. 칭찬은 거의 없고, 못하면 몰매는 엄청나게 맞는다. 자기 종목에 대해서 어떤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는 이들이 회장의 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일관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자: 사무처장이나 사무처에 오래 계셨던 분들은 한국 체육 일선에서 일하는 행정의 전문가로 볼 수 있다. 그런 분들의 역량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한국 체육이 전진하지 못하고 정체하거나 후진하는 이유다. 한국 체육의 발전이 말처럼 쉽지 않고, 한술에 배부를 수 없다. 다만 이런 토론을 통해 현상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것을 멈출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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