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욱 변호사가 9월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2025-09-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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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의혹 사건 핵심 피고인 남욱 변호사가 법정에서 검찰의 공소사실과 상반되는 증언을 또다시 내놨다. 이 증언은 대법원 선고를 앞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남 변호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빠진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 관련 사건(배임, 뇌물 등) 공판에서 김 전 부원장 사건과 관련해 "문제가 되는 (2021년) 5월 3일 현금 전달 부분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용 사건) 항소심 판단이 잘못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날짜 부분이 다르지 않냐"라고 밝혔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2021년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예비경선에 참여하던 시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과 공모해 남욱 변호사로부터 불법 선거자금을 수수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구체적으로 2021년 5월 3일 김 전 부원장이 퇴근길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유원홀딩스(유동규 회사)에 들러 1억 원을 수수했다고 보고 있다. 같은해 6월 8일 밤 9시께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3억 원을 수령했고, 6월 말부터 7월 초순경에는 경기도청 북측 도로에서 2억 원을 수령했다고 보고 있다.
법원은 김 전 부원장에게 1심과 2심에서 각각 징역 5년 유죄를 선고했다. 유죄 선고 근거로 유동규 전 본부장 진술 신빙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남욱 등 관련자들의 진술이 일치한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김 전 부원장 측은 줄곧 혐의를 부인하며, '구글 타임라인'을 핵심 증거로 제출했다. 해당 타임라인에 따르면 김 전 부원장은 문제의 날짜에 유원홀딩스를 방문하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다른 증거들의 증명력을 탄핵하기 어렵다"며 이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남욱 "5월 3일 김용에게 돈 안 준 게 맞다"… 기존 증언 번복
항소심 판결이 나온 지 8개월여 만에 남 변호사는 법정에서 법원이 선고한 내용과 다른 증언을 내놓았다. 아래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측의 반대신문 내용 중 일부다.
- 정진상 측 변호인 : "김용 전 부원장 사건 판결문 보여드렸는데, 2021년 5월 3일 1억 준 것에 대해 항소심 판단 잘못 나왔다고 말했잖아. 그렇게 말한 근거가 무엇인가?"
- 남욱 변호사 : "(대장동 개발업자) 정민용 변호사가 '(본인) 기억이 잘못 됐다'고... 그렇게 들었다."
- 정진상 측 : "사실 그날(5월 3일) 김용이 유원홀딩스(돈거래 특정 장소)에 오지 않았지?"
- 남욱 : "그렇게 들었다."
- 정진상 측 : "2021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관련해 증인(남욱)이 돈 주는 자리 있었다고 증언하지 않았나? 돈 주는 자리 옆방 있었단 게 그날 유일해서, 증인의 진술이 유의미하게 받아들여졌다. 나머지(2021년 6월 8일, 6월 말~7월 초)는 외부에서 유동규를 만났다고 해서 왈가왈부 못한다고 증언했지 않나?"
- 남욱 : "그렇다. 제가 (김용을) 본 건 2월 4일이 다다. 5월 3일이 특정된 건 날씨 때문으로 아는데, 정민용 말로는 자기 기억이 잘못 됐단 게 제가 들은 거다. 그래서 5월 3일은 김용에게 돈을 안 준 게 맞다. (구글) 타임라인인가, 그게 맞는 내용이란 것이 내가 아는 내용이다."
남 변호사가 언급한 정민용 변호사의 발언은 김 전 부원장 사건에서 유죄의 근거가 된 '햇빛 발언'을 의미한다. 김 전 부원장 재판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은 "(5월 3일 유원홀딩스 사무실에) 햇볕이 쨍쨍하게 비쳤다"고 증언했고, 현장에 함께 있었던 정민용 변호사도 "당시 해가 쨍쨍했다"며 구체적인 정황을 진술한 바 있다.
또한 남 변호사는 김 전 부원장 유죄의 이유 중 하나가 된, 당시 현장에서 들었다는 김 전 부원장 목소리에 대해서도 "사실 못 들었는데 유동규가 '너도 있었다' 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면서 "지금 기억은 정확치 않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남 변호사는 5월 3일 이외의 날짜에 대선자금이 전달됐는지 여부를 두고 "나는 모른다"라고 선을 그었다.
잘못 진술한 이유... 남욱 "검찰 압박 있었다"
▲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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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변호사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다고 언급했다.
"기소도 안 된 사람의 아들 통장까지 압류됐고, 조사받는 사람 입장에선 분명한 압박이 있었다."
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가 "검찰에서 허위로 진술한 것이냐?"라고 직접 물었고, 남 변호사는 "허위로 진술한 것은 아니지만 경험하지 않은 사실을 조서에 담을 때 '제 생각이 검사님들 질문과 맞는 부분들이 있는 거 같다'라고 조서가 작성됐다"라고 답했다.
또 남 변호사는 유동규 전 본부장이 석방된 다음날 진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아무래도 심리적 동요가 일 수밖에 없었다"며 "기본적으로 수사에 협조를 하면 아무래도 그런 것들이 반영되지 않을까 했다"라고 설명했다.
"제 입장이지만 일정 부분 억울하다 생각한 게 있었는데, 영장이 발부돼 1년째 구속돼 있었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동규는 미리 출소 했다. 그 안에 있으면 답답함이나 여러 불편함, 불안함이 있는데 저는 제가 한 행위보다 훨씬 더 많은 혐의와 내용으로 재판 받고 구속돼 있는데 유동규가 출소하는 걸 보면서 허탈함? 이런 것들이 있었다."
남 변호사는 윤석열 정권 때인 2022년 11월 구속 만기 석방된 뒤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 등에 불리하게 증언해왔다.
유동규와 진술 조율 인정… "조사 중 대화 있었다"
남 변호사는 진술을 맞춘 정황에 대해서도 고백했다.
- 정진상 측 : "진술 바뀌는 것에 대해 유동규와 말한 것은 없나?"
- 남욱 : "그때는 유동규가 먼저 출소한 때고 저는 구속 상태였기 때문에, 그때는 아니고 조사 과정에서 했다."
- 정진상 측 : "유동규가 보석조건 없이 석방되기 전인가?"
- 남욱 : "그전에 이런 얘기를 한 적은 없다. 2021년 10월 조사 과정에서, 조서엔 안 나오지만 중간에 대질은 아니고 사실관계 확인 위해서 옆방에 있다가 얘기시켜주시고 이런 게 몇 번 있었다."
- 정진상 측 : "그땐 검사나 검찰 수사관 없이 했나?"
- 남욱 : "아니다. 같이 있었다."
- 정진상 측 : "있는 상태서 잡담했다는 것인가?"
- 남욱 : "잡담은 아니다. 유동규 주장과 제 주장 다르면 누구 얘기가 맞는지 이런 것들을 확인하는 과정들이 있었다."
남 변호사는 검찰에 부합되는 진술을 하고 나서의 변화 과정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제가 적극적으로 진술하기 시작한 이후 (검찰 조사) 분위기 나쁘지 않았다. 소리를 지르거나 아닌 사실을 맞다고 얘기하면서 윽박지르거나 이런 상황들이 줄어 들었다. 그전엔 제가 무조건 다 거짓말이다, 라고 하고 진짜 말도 안 되는 얘기들 갖다 붙이면서 수사하셨으니까. 싸우면서 조사 받았다."
이진관 부장판사가 "무슨 진술을 한 다음에 분위기가 바뀐 것이냐"라고 직접 물었다. 남 변호사는 "(이재명) 대선 경선자금을 이야기하면서 분위기가 바뀐 것"이라고 답했다.
종합하면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등의 진술을 바탕으로 김 전 부원장이 2021년 이 대통령 대선자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기소했지만, 남 변호사는 스스로 자신의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검찰의 압박, 검찰에서의 유동규와의 진술 조율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부원장 대법원 판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세 차례 구속됐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9월 5일 ?세 번째 보석으로 석방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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