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만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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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경주에서 열리는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단연 관심은 미·중 정상회담이다. 하지만 11일 미·중이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상황이 급변했다. 항간에는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APEC에서 미·중 정상 회담 여부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들어보고자 지난 17일 왕선택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대우교수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 무산될 수도 있어
- 31일 경주에서 APEC이 열리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오죠. 이 때문에 미·중 정상회담이 APEC보다 주목받을 거란 주장도 있었어요. 그러나 지난주 말 폭탄으로 미·중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에 대한 말도 나오던데.
"트럼프 대통령 일정은 유동적이고 자의적이어서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변덕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아 회담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관세 협상을 실무적인 차원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관세 협상이 APEC 이전에 긍정적으로 전개가 된다면 미·중 정상회담은 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실무 협상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이점을 좁히지 못한다면 미·중 정상회담은 무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우리는 뭐가 좋아요?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면 APEC 주목도가 떨어질 거잖아요.
"대한민국은 이번에 APEC 정상회담을 주최하는 국가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미·중 정상회담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외교 행사가 되잖아요. 행사를 주최하는 차원에서는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게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 미·중이 만난다면 무슨 얘기를 할까요?
"관세가 가장 큰 화제가 될 것입니다. 단기적으로 희토류 문제가 걸려 있습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하는 정책을 예고했는데 이에 대해 미국이 반발하는 상황입니다. 이번 APEC 정상회담 이전에 미국과 중국의 실무 협상이 긍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중국이 희토류에 대해 양보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미국도 거기에 상응하는 양보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관세 협상 전반에 관한 토론도 당연히 이루어질 것이고 전략 경쟁을 하면서도 두 나라 두 정상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에 관해서도 얘기할 거라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은 다른 나라 정상 중에서 독재자에 대해서만큼은 존중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 대해서도 존중하거나 존경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두 정상 개인 차원에서의 협력과 우호 관계에 관해서도 논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서 2박 3일, 한국에서 1박 2일 머물고 APEC은 참석 안 할 거로 알려졌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이건 두 가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선호가 자주 바뀌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한미 동맹 관계를 고려하면 대한민국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 맞추는 것이 국가 이익을 위해서 불가피합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상대하는 상황 자체가 불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본인은 대통령 되려고 노력했고, 대통령이 됐잖아요. 대통령을 하면서 본인의 관심사 때문에 판단하는 걸 뭐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미국 국민들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거니까 우리가 거기에 대해서 말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또 예전에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못 살았을 때는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먼저 가거나 오래 머물면 우리가 자존심이 상했어요.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미 대한민국이 일본의 개인 소득을 추월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과 자존심 문제 때문에 과도하게 기계적인 비교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접근법을 다르게 하면 좋겠습니다."
한미 정상회담 전 관세협상 부분적이라도 타결될 것
- 우리나라는 미국과 관세 협상이 아직 안 끝났잖아요. 곧 타결될 거라는 말도 나오는데.
"지금 협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고 오늘내일 사이에 결과가 달라질 것입니다. 그런데 한미 양국 모두 관세 협상을 무작정 끌고 갈 수가 없습니다. 특히 한국은 자동차라든가 철강 분야에서 경쟁국인 일본과 독일보다서 관세를 더 많이 물고 있기 때문에 빨리 문제가 해결돼야 합니다. 또 APEC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으니까 중요한 부분들이 타결돼야 한국과 미국이 서로 국가 운영에 유리하기 때문에 저는 정상회담 전 1~2주일 안에 부분적이라도 타결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 문제는 3500억 달러 선지급하면 우리나라 경제에 문제가 생긴다는 거잖아요.
"애초 7월에 한국과 미국이 투자 펀드 구성을 했잖아요. 그때 서로 협의한 내용은 3500억 달러를 현물로 즉시 납입하는 것이 아니고 현물 투자와 더불어 대출과 대출 보증의 형태로 했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 그건 미국과 한국의 말이 달라서 합의가 안 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죠. 그 부분에 대해서 합의를 볼 필요가 있는 거죠. 3500억 달러가 일시에 한꺼번에 현물 투자로 가는 것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3500억 달러보다는 훨씬 적은 액수에서 현물 투자는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또 한순간에 한꺼번에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5년 동안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미국으로부터 첨단 기술 협조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미국에 투자해서 미국의 4차 산업혁명 관련 AI 첨단 기술을 구입할 수 있다면 저는 좋은 거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미국의 첨단 기술을 우리가 사고, 대한민국은 제조업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해주는 겁니다. 500조 원을 한순간에 투자하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액수 때문에 놀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100조 원을 주든 200조 원을 주든 거기에 합당한 기술을 얻어오면 됩니다."
두 국가 유지하되 통일 향한 노력은 계속해야
-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평화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데.
"남북 관계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적인 방침은 국가와 국가 관계가 아니고 통일을 향해 가는 도중에 잠정적으로 형성된 '특수관계'로 돼 있습니다. '특수관계'라는 말의 뜻은 두 국가로도 볼 수 있고, 하나의 국가로도 볼 수 있지만, 둘 중에 한 쪽이 아니고 지금은 두 국가지만, 하나의 국가를 추구하는 특수한 관계라는 뜻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걱정되는 발언이라는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볼 때 정동영 장관이 왜 그런 말을 했는가 생각해 보면 통일부 장관으로서 북한을 대화와 소통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정부 방침과 다르다는 점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알 필요가 있습니다."
- 그럼, 작년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말한 두 국가론과 정 장관의 두 국가론은 다를까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발언은 두 국가론에 방점이 있다기보다는 통일하지 말자, 즉 통일 문제 때문에 과도한 부담감을 갖지 말자는 주장이었어요. 통일하지 말자고 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대한민국 국시와 맞지 않습니다. 헌법 위반입니다.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고 국가 이익에도 맞지 않습니다.
우리는 분단국이라는 특성이 있어서 모순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 1991년에 남북기본합의문에 '잠정적 특수 관계'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형식적으로, 현실적으로, 남한과 북한이 두 국가로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죠. 그러나 이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갈 거냐, 그래서 통일하지 말 거냐, 아니면 평화적 두 국가 개념을 바탕으로 통일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냐, 이건 전혀 다릅니다.
그런 뜻에서 정동영 장관의 말씀은 김정은 위원장이 말한 적대적 두 국가로 이어지는 이런 거가 아니라,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두 국가 형식을 유지하되 결국에는 통일을 향한 노력은 계속하자는 방향성이 있기 때문에 임종석 전 실장 주장과는 다릅니다."
- 통일부에서 개성공단 재가동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할 수 있으면 당연히 해야 됩니다. 빨리 해야 됩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북한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말하고 있고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라든가 김여정 부부장 담화 등에서 남쪽과는 소통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단기적인 계획과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되는데요.
통일부가 개성공단 재개를 비롯해 남과 북의 관계 개선, 경제 협력, 장기적으로 통일 위한 다양한 노력 방안들을 모두 다 준비하는 것이 마땅하고요. 그런 차원에서 개성공단 재개를 포함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잘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 현실과는 맞지 않고, 과도하게 주장할 경우 지금 상황에 맞는 다른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할 필요는 있습니다."
- 지금 남북 간 대화 채널은 아예 없는 건가요?
"남북 관계가 완벽하게 단절이 된 상태가 지금 4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북 분단 역사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로 남북 간의 소통 단절이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군사 안보에서 매우 위험한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통을 재개하고 대화를 재개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시급한 과제입니다."
북한 경제 발전시킬 최대 자원은 대한민국
- 방법이 있을까요? 지금 북한은 아예 한국과 대화 안 하겠다는 건데.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북한이 관계를 단절한 이유를 봐야 합니다. 하나는 윤석열 정부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을 압박해서 항복 받아내 흡수통일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이 반발한 것이어서 윤석열 정부 시기를 보면 남한 때문에 남북 관계가 단절됐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로 들어와서는 북쪽에 대해 압박하지 않겠다는 정책 기조를 채택했습니다. 그래서 남쪽의 부정적인 요소는 제거가 됐습니다. 북쪽의 요소만 제거되면 소통이 재개될 수 있습니다. 북한은 관계 단절을 말하면서 남쪽 사람들이 흡수 통일을 기도하고 있기 때문에 대화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북한에 흡수 통일할 의사도 없고 흡수 통일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북한에 확인해 준다면 북한으로서는 대화를 거부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두 번째로 김정은 위원장이 굉장히 원하는 것 중의 하나가 북한의 경제 발전입니다. 북한의 경제 발전을 위해 도와줄 수 있는 외부 자원 중에서 제일 효과적인 요소가 대한민국입니다. 원산 관광지구라든가 개성공단이라든가 북한의 경제 발전을 가능한 빨리 할 수 있는 자원 중에서 제일 좋은 자원이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협력하겠다고 하면 김정은 위원장은 여전히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북한은 중국이나 러시아와 뭔가 하려고 하거나 미국과 뭘 하려는 것 같은데.
"만약에 중국이나 러시아가 한국의 참여를 배제하고 북한과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북한의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다면 우리로서는 반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이 한국에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에 남북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달라고 요청할 것입니다. 만약에 중국이나 러시아가 그에 대해 협조하지 않으면 한국은 중국이나 러시아와 적대해야 합니다. 그걸 중국과 러시아가 바라겠습니까? 결국 한국의 외교 노력을 통해서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과의 협력은 어느 정도 조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북한과 협력을 하는 상황에서 한국을 반영하지 않는 상황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또는 미국과도 협력할 수 있지만, 한국 배제를 전제로 해서 이루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 외교의 실패가 됩니다."
▲ 지난 9월 3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각국 외교 사절단 대표들이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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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직거래 가능성이 있잖아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2019년에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죠. 그 뒤로 관계가 좋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직거래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불신의 벽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촉진자 역할이 없으면 불신 관계가 많은 미국과 북한의 직거래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 문재인 정부의 운전자론은 아직 유효한가요?
"문재인 정부의 운전자론은 실패했고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실패 이유는 대한민국이 상황을 주도하고 북한과 미국은 따라가는 것으로 보이는 구도 때문입니다. 북한과 미국이 좋아하지 않습니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말한 대로 페이스 메이커 또는 촉진자 역할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