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한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6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최혁진 무소속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조요토미 희대요시(조희대+도요토미 히데요시)' 사진을 들어올린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보수 야권을 중심으로 '선을 넘었다'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앞서 최혁진 의원은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질의의 포문을 열며 '친일' 의혹을 제기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에게 추천한 게 김건희씨의 계부인 김충식씨이고, 김충식씨가 일본 태생에 일본 황실 및 통일교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게 의혹의 요지였다.
그는 "일본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대법원장을 추천한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자신들의 무조건적 친일 행보를 뒷받침하기 위해 친일 사법 네트워크를 강화한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이어 사법부가 사건의 성격에 따라 재판의 속도를 정치적으로 조율하고 있다는 취지의 문제의식을 펼치며 "시민들이 인터넷에 이런 걸 올리고 있다"라고 날을 세웠다.
발언 시간 초과로 마이크가 꺼져 있는 그때, 그는 손으로 사진을 들어 올렸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얼굴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초상에 합성한 그림이었다. 우측 상단에는 조 대법원장을 개와 합성한 이미지도 포함돼 있었다. 하단에는 "조요토미 희대요시", 좌측에는 "탄핵"이라고 붉은 글씨가 쓰여 있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며 양측의 고성이 오갔다.
"해괴한 합성사진, 국회를 저질 난장판으로... 저급하고 저열한 모욕"
국민의힘은 14일 논평을 통해 최 의원을 겨냥했다. 이충형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우리나라 헌정사상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하루였다"라며 "대법원장을 국회에 불러 고함치고 윽박지르고 인격을 모독하는 것도 모자라, 해괴한 합성사진까지 흔들며 국회를 저질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어느 무소속 의원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초상화에 조 대법원장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흔들기도 했다"라며 "사법부가 친일이라고 주장하는 막장 공세였고, 더할 수 없이 저급하고 저열한 모욕이었다"라고도 직격했다.
조용술 대변인은 "추미애 법사위는 어제 국회에 출석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참고인'으로 강제 지정한 뒤, 사실상 심문에 가까운 강압적 질의를 퍼부었다"라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을 말하라', '사퇴하라'는 윽박과 함께, 일부는 '조요토미 희대요시'라는 천박한 조롱까지 쏟아냈다"라고 언급했다. "헌법기관을 모욕하고 삼권분립의 근간을 짓밟은 폭거"라며 "국감은 권력을 견제하는 자리이지, 특정인을 겨냥한 정치 재판장이 아니다"라는 지적이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 또한 "대법원장을 조롱한 합성사진까지 등장한 법사위 국감장은, 사법부를 희화화하며 민주주의의 품격을 무너뜨린 민주당의 난장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같은 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장에서는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으로 국회에 입성시킨 최혁진 의원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합성한 '조요토미 희대요시' 이미지를 들어 보이며, '대한민국 대법원을 일본의 대법원으로 만들려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발언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이 같은 모욕적 행위에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라며 "우리가 임진왜란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조요토미 희대요시' 같은 조잡한 언어유희가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이어 "민주주의의 보루인 삼권분립을 지키고자 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결기는 결국 군왕을 지키기 위해 학습되고 강요된 유교적 질서상의 충성심보다 강할 것"이라며 "조롱이 아닌 성찰, 모욕이 아닌 역사적 교훈이 오늘의 정치가 배워야 할 자세"라고도 덧붙였다.
"본질적 답변 이끌어내는 데 도움 안 된다... 망신 프레임에 갇히지 않겠나?"
최혁진 국회의원은 지난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민주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으로 순번을 받았다. '새진보연합(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몫으로 배정된 자리였고, 뒤늦게 비례대표를 승계해 국회에 입성했으나 당초 소속 정당이었던 기본소득당으로의 복당을 거부하고 민주당에 남기를 고집해 논란을 빚었다. 민주당은 기본소득당의 입장을 존중해 그의 제명을 결정했고, 이후 무소속으로 남아 복당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 의원의 정치적 퍼포먼스가, 향후 민주당으로의 복당을 염두에 두고 강성 지지층을 향한 구애가 아니었느냐는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
정작 민주당에서는 최혁진 의원의 이같은 퍼포먼스를 향해 비판적인 견해가 나왔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혁진 의원의 이런 의정 활동에 대해서 제가 평가하지는 않겠다"라면서도 "충분하게 국민께 본질적인 답변을 이끌어내는 그러한 회의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소속 의원과 민주당이 왜 협의를 하느냐?"라며 사전에 협의된 게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저는 그렇게 비판적이라는 말씀이다. 도움이 되지 않았다"라며 "결과적으로 이런 모습들이 이렇게 뉴스에 나가고 또 이렇게 방송이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을 국회에 불러놓고 그렇게 압박하고 망신 주고 했다' 이런 프레임으로 갇히지 않겠느냐?"라고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