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9월 24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김승현 PD를 만났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강릉 가뭄, 짧게 구성했다가 길어진 이유
▲ 김승현 PD |
ⓒ 이영꽝 |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여름에 너무 더울 때 취재를 다녔어요. 날씨가 선선해지기 직전 시의성 없지 않을 때 방송이 나가서 다행이다 싶고요. 현장감 있는 촬영을 하려고 노력 많이 했었는데 생생하다고 얘기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어느 정도는 목표를 달성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기후 위기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됐어요?
"한 7월 중순 정도부터 더워서 생긴 에피소드들에 대한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방송으로 하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이게 <추적 60분> 아이템이 맞나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부장님께서 이런 기후 변화가 우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루는 것도 <추적 60분>의 영역이 맞다고 해 주셔서 농·축 어민들의 고통을 다루는 방송으로 출발했습니다."
- PD님은 기후 위기에 관심이 있었나요?
"사실 되게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어요. 정말 환경에 관심 있는 PD가 저희 회사는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제가 자신 있게 환경에 관심이 있다고 얘기할 수는 없었는데 이번 방송하면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 어떤 면에서요?
"제가 전국을 다 봤거든요. 지역에서 원래 전통적으로 있었던 것들이 없어지고 실제로 식물들이나 동물들한테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보면서 기후 위기를 체감했습니다."
- 방송이 강릉 가뭄 문제로 시작하는데, 이렇게 구성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강릉 얘기를 굉장히 짧게 하려고 했어요. 왜냐하면 방송 구성이 다 잡혀 있는 상황에서 강릉을 마지막에 가게 됐거든요. 그랬는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취재가 돼서 강릉 분량이 많이 늘어났어요. 사실 다른 지역 찍은 게 훨씬 많았는데 날아가고 강릉이 새로 들어온 거죠."
- 가뭄이 심할 때 강릉 분위기가 어땠나요?
"코로나 팬데믹 때 거리두기 같은 게 순식간에 시행되면서 그 전의 삶을 상상하기가 힘들었잖아요. 강릉이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시내에 들어가자마자 공중화장실에서도 손을 씻을 수 없었어요. 아파트 같은 경우에 물 나오는 시간 정해져 있어요. 이게 지금 강릉에서만 일어나는 일이긴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전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 비가 얼마나 안 온 건가요?
"비가 아예 안 왔다고 할 수 없어요. 그러나 아주 적은 양만 와서 댐을 채우는 게 힘들었던 거예요. 다행히 9월 12일에 비가 오기 시작해서 계속 왔죠."
- 여름이라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여름이니까 땀도 많이 나실 거고, 하루에 한 번은 씻고 싶은데 제한 급수 상황이다 보니까 스케줄을 거기에 맞추셔야 하는 상황이었으요. 또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직장인들 스케줄을 기준으로 물이 나왔는데, 그렇게 일을 안 하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그런 분들 같은 경우는 못 쓰시는 게 정말 힘드셨던 부분인 것 같더라고요."
- 빨래하기도 어려웠던 것 같아요.
"저희 방송에도 나왔는데, 세탁기가 보통 1시간 넘게 돌아가잖아요. 근데 2시간 동안 물이 나온다고 했을 때 2시간 내내 안정적으로 나오는 건 아닌 거예요. 물량이 정해져 있고 그 안에 물이 빨리 소진되면 끝나는 시스템이에요. 시간동안 물이 나온다고 해서 세탁기를 돌렸는데 30분 만에 급수가 끝나버려서 세탁기가 멈추는 일이 항상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 방송에 나오는 최웅준씨 같은 경우 제습기 물을 변기에 재활용한다고 나오던데, 가뭄으로 인한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 물이 아깝다고 하시는 걸 보고 이게 보통 일이 아니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변기가 깨끗한 물이 필요한 건 아닌데 생각보다 물이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그래서 변기 물을 어떻게 아끼는지 같은 팁이 강릉 시민들 사이에서 굉장히 많이 돌아다녔다고 해요."
- 여름에도 서늘한 기후였던 강릉 안반데기도 가뭄으로 농사에 어려움을 겪었나 봐요?
"사실 물을 제때 공급하면 꿀통 배추 같은 것도 상품성 있는 상태에서 끝낼 수 있는 문제거든요. 근데 물이 제때 공급이 되지 않은 채로 너무 오랜 기간이 지나다 보니까 그런 문제가 계속 생기는 거죠. 그래서 마을 분들이 굉장히 속상해하셨어요."
"30년 농사 베테랑도 한해 소득 날려... '최악의 시나리오' 대비해야"
▲ < 추적60분 > 의 한 장면 |
ⓒ KBS |
- 경기도 이천의 한 목장에 갔잖아요, 거기는 어땠나요?
"되게 좋은 목장이거든요. 사실 여름에는 항상 그 정도로 유량이 줄어요. 근데 요즘 문제는 여름이 너무 길어졌다는 거예요. 그럼, 더 줄어드는 거예요."
- 과수 등 농가 피해가 큰 거 같은데.
"저희가 방송에는 못 나갔는데 사과 같은 경우에도 햇볕을 대면 빨갛게 먼저 올라오는 증상이 있어요. 근데 그게 다 크기 전에 빨갛게 올라오는 거라서 결국 그 부분을 못 쓰게 된다는 거예요. 상품성 있게 키우느냐가 되게 중요한데 작물이 망가지는 걸 볼 때 과일 농가들은 굉장히 속상해하실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방송에 나온 게 배 이야기잖아요, 배는 못 먹게 된 것 같아요.
"배 같은 경우 작년에 수확한 배를 1년에 나눠서 출하하시는데 남아 있는 물량들을 출하하려고 까보니까 다 망가져 있더라는 거예요. 원래는 문제가 되는 부위가 아니었고, 작년에는 보이지도 않던 부분이었어요. 조직이 조금 약해져 있던 부분들이 오래 두니 금방 상해버렸대요. 그런데 이분이 농사를 거의 한 20~30년 지으신 분이란 말이에요. 그동안에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 이런 일을 당하신 거죠. 작년에 받으셨어야 하는 소득이 4천만 원 정도인데 그게 없어지니까 굉장히 힘들어하시더라고요."
- 이상 기후로 어민들도 환경이 바뀌었나 봐요?
"바다에서 (수온이) 1도 오르는 건 육지에서 1~2도 오르는 거와는 많이 다르다고 하시더라고요. 수온이라는 게 열 전달하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요. 그래서 물고기를 이동시켜요. 원래 살던 물고기들이 없어지고 새로운 물고기들이 오는데, 새로운 물고기가 오더라도 우리가 원래 먹던 물고기들이 아니니까 시장에서는 그런 걸 찾지 않죠. 이렇다 보니까 환경 변화를 되게 체감 많이 하신다고 하더라고요."
- 아귀 같은 거 잡으러 더 멀리 가시나 봐요?
"아귀 같은 경우에 사실 여름이 제철은 아니에요. 원래 항상 아귀 조업량이 여름에 줄어드는데 저희가 그 제보를 받고 확인 해보니까 살아 있는 아귀를 잡는 양이 2015년 대비 거의 한 10분의 1 정도 줄긴 했어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는데 선장님 말씀으로는 아귀가 먹는 것들이 살 수가 없는 온도가 돼서 아귀도 이쪽으로 오지 못하는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 이상 기후가 농·수산물 가격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농·수·축산물 가격에 영향을 주는데요. 어려운 부분은 농·축·수산물 수급이 떨어진다고 가격 무조건 오르는 분야가 아니에요. 근데 한국은행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러 가지 충격들로 인해 2023년 이후로 물가가 올랐는데 오른 물가의 10% 정도는 이상 기후의 영향이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다 보니 농·축·수산물 수급이 이상기후 충격으로 모자랄 때 충격이 없는 타 권역에서 가져오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요. 그래서 큰 나라들에 비해서 이상기후로 인한 물가 변동이 더 민감하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 방송에서 우리나라는 식량 자족률이 OECD 나라 중 최하위라 기후 위기가 불러올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사실 너무 지엽적이라 방송에서 다루지 못했는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수해가 닥친 지역에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시설을 구비한다든가, 양계장 등에 냉각 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는 비용을 지원 한다든가, 강원도 지역에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댐을 또 건설한다든가 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식량을 수급받을 수 있는 루트를 여러 가지로 만들어 놓는 게 굉장히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문제가 생기더라도 여러 가지 방면에서 충격이 최소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하셨어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은 뭘까요?
"다들 되게 재해 보험 얘기를 많이 하셨는데 그게 부족해요. 이 보험도 재난·재해가 늘어나면서 손해율이 많이 늘어났는데, 막상 농민들은 손해를 보전해 준다고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거든요.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취재했는데 방송에 못 담은 게 있나요?
"못 넣은 것 중에 아쉬운 건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라고 제주도의 기온 높은 데서 잘 자라는 작물 중에 우리나라에서 키울 만한 작물들을 연구하는 곳이 있어요. 아보카도도 거기서 키우고 있고 망고도 키우고 그다음에 올리브도 키우거든요. 근데 이걸 키울 수는 있는데 농사를 지을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잖아요. 그래서 농사를 어떻게 짓는지를 연구하시는 분들인데, 그분들을 보면서 '아, 어디선가는 다들 노력을 계속하고는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기후 대응을 꼭 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도 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