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도 장담 못한다는데..." 민주당 내 내란재판부 신중론

복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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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안팎 위헌 우려 존재, 3특검대응특위 '국회 추천' 빼고 발의... 김병기 "당론 모아가겠지만 조정 가능"
▲ 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특위, 내란·국정농단 전담재판부 설치법 발의 더불어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 전현희 의원 등이 18일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김건희 등의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도 합헌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취지인 것 같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추진 과정을 지켜본 당내 한 중진 의원이 <오마이뉴스>에 조심스럽게 밝힌 말이다. 초기 사법부를 향한 '경고성' '압박용' 카드 성격을 넘어 최근엔 위헌 가능성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입법 추진이 진행되는 가운데, 당내에선 좀더 정교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새다.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한 민주당 의원들은 내란전담재판부 아이디어가 처음 나왔을 때 "후과를 아무도 생각하지 못 한다" "위헌 소지가 있다"라며 우려를 표했고, 별도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발의된 이후에도 "여론 추이를 살펴야 한다"라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민주당에서 나온 우려

▲ 정청래 "조희대 대법원장 사과하고 물러나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해명할 수 없는 의심에 대해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말하고 있다. 정 대표는 "대법원장이 그리 대단하냐"고도 직격했다.
ⓒ 남소연

내란전담재판부 논의를 가장 먼저 띄운 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 회부된 '내란특별법'이다. 당대표 선거가 진행되던 지난 7월 박찬대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각 3명씩 후보추천위원회 위원 9명을 추천하고, 추천위가 판사 후보를 2배수로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3명을 임명하는 내용이다. 이후 출범한 정청래 지도부도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위헌 여부였다. 내란특별법을 두고 당내 일각에선 일찌감치 우려가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우리가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최종 판단할 것 아니냐"라며 "헌재에서 위헌이 나오면 국정이 거꾸로 돌아갈 텐데 후과를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도 사법권 독립 침해 소지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내놨다.

당내 기류 변화가 감지된 건 지난 14일 한정애 정책위의장 기자간담회에서였다. 애초 사법부 압박 카드로 활용되던 내란전담재판부의 실제 입법 가능성이 거론됐다. 한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사법부가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발의된 법안을 정책위 차원에서 검토하고 가능하면 정기국회 내에 논의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11일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그게 무슨 위헌이냐"라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당내 우려는 존재했다. 국회 추천이 반영돼 별도의 재판부를 만드는 구조가 사법부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문제제기다. 법조인 출신 한 의원은 내란특별법과 관련해 "지금 법안대로 가면 위헌 등 여러 논란의 소지가 있다"라며 "(당에서) 구체적인 안에 대한 논의가 별로 없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한 중진 의원은 "현재 내란특별법대로 내란전담재판부를 만들게 되면 윤석열 측에서 위헌 제청을 할 것이고 담당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제청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재판 중단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재판이 중지되고 제청이 헌재로 가면 당연히 시간이 소요된다. 그 사이 윤석열씨의 구속기간 만료 가능성도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8일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의 페이스북 글을 언급하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의) 합헌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앞서 문 전 재판관은 "이른바 내란전담재판부 문제는 피고인의 이의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으므로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었다(관련 기사 : 문형배 "윤석열 구속취소, 이제라도 보통항고를" https://omn.kr/2fd2m ).

3대특검대응특위 발의, '국회 추천' 빠졌으나 신중론도 여전

▲ 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특위, 내란·국정농단 전담재판부 설치법 발의 더불어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 이성윤 의원 등이 18일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김건희 등의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내란특별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이어지자 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는 18일 '윤석열·김건희 등의 국정농단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 법률안'(국정농단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별도로 발의했다. 3개 특검 사건을 아우르며, 전담재판부 판사 추천의 경우 법관추천위원회를 구성하되 위헌 논란이 제기됐던 국회는 재판부 추천에서 뺐다. 추천위에는 법무부 1인, 판사회의 4인, 대한변협 4인이 들어간다. 특위 소속 한 의원은 "위헌 소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안을 발의했으니 법사위 소위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부 자정 노력을 촉구하는 등 신중하고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앞서 언급한 중진 의원은 "국회가 관여하지 않는 한도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추천을 받아 대법원장이 (판사를) 임명하면 위헌성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대법원장이 대법관 회의를 열어 규칙·예규를 통해 내란전담재판부를 스스로 지정하는 방식이 가장 좋다"라고 봤다. 한 원내지도부 소속 의원도 "이젠 여론 추이를 살피고 (입법 추진) 시기도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식 당론은 아니지만 최근 조희대 대법원장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등 사법부 압박 기조를 고려하면 당 차원 추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정청래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내란전담재판부의 경우 판사 임명권이 대법원장에게 있고 독립재판부가 아닌 중앙지법 산하에 설치하는 것이기에 위헌일 수 없다"라고 짚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특위 발의 법안과 관련해 "당론을 한쪽으로 모아가겠지만 의원들 여론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라며 "위헌 논란이 없다면 돌파하고, (논란이 될 만한 조항이) 있다면 빼는 것으로 조정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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