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왼쪽)와 한학자. 가운데는 통일교 문양을 담은 깃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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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통일교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2022년 7월 15일 김건희·윤영호 통화
"전성배(건진법사)가 전화를 주라고 했다. 대선 도와줘서 고맙다. (한학자) 총재님 건강하시냐.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해달라." - 2022년 3월 30일 김건희·윤영호 통화
김건희가 대선 직후(3월 30일), 그리고 샤넬 가방을 받은 뒤(7월 15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했다는 말이다. <오마이뉴스>가 3일 확보한 김건희 1차 기소 공소장에는 ▲ 김건희가 대선 때 통일교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을 인지하고 감사 인사를 전한 점 ▲ 이후 통일교로부터 받은 금품을 받은 뒤 정권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는 점이 담겨 있었다.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은 공소장에서 "윤영호는 대선 직전인 2022년 3월 4일 ○○○(통일교 산하 단체 관계자)로부터 건진법사로 불리는 전성배가 윤석열의 배우자인 김건희와 친분이 두텁고 향후 윤석열 정권에서 굉장히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같은 달 23일 전성배를 만나 소개받았다"라며 "이후 김건희는 전성배의 요청에 따라 윤영호에게 전화해 '대선 도와줘서 고맙다. (한학자 총재에게)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해달라'는 취지로 감사를 전했다"라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2022년 7월 15일 전성배의 요청에 따라 윤영호에게 전화해 802만 원 상당의 샤넬 가방, 1271만 원 상당의 샤넬 가방 등 금품 제공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통일교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건희가 전성배와 공모해 대통령 등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윤영호로부터 총 3회에 걸쳐 합계 8293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달 8월 29일 이러한 특가법 위반(알선수재)에다가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 게이트(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까지 더해 김건희를 1차로 기소했다.
아래 공소장을 토대로 김건희와 통일교의 금품 수수 경과를 재구성했다.
[2022년 3월 30일] 김건희·윤영호 첫 통화
▲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에게 고가 선물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지난 7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그는 현재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에 의해 구속기소됐다. |
ⓒ 이희훈 |
대선 직후인 2022년 3월 30일, 김건희는 윤영호와 처음 통화했다. 김건희는 전성배 요청에 따라 윤영호에게 전화를 걸어 "전성배가 전화를 주라고 했다"라며 "대선 도와줘서 고맙다. 총재님(한학자)은 건강하시냐.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특검팀은 이 통화를 통해 윤영호가 전성배의 윤석열·김건희에 대한 영향력을 확인했으며 이후 김건희를 겨냥한 통일교의 금품 제공이 시작됐다고 봤다.
[2022년 4월 7일] "취임식에 맞춰 선물" 첫 샤넬백
윤영호는 2022년 4월 한학자의 승인을 얻어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김건희 여사에게 선물하겠다'는 의사를 전성배에게 전달했다. 전성배는 2022년 4월 7일 오후 2시 통일교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윤영호를 만나 802만 원 상당의 샤넬 가방 등을 받았고, 이를 김건희에게 전했다.
[2022년 7월 5일] 대한민국 조직·예산·인사와 맞바꾼 두 번째 샤넬백
윤석열·김건희의 나토 해외순방을 앞둔 2022년 6월 26일, 윤영호는 전성배에게 '김건희 선물 공여' 의사를 전했다. 전성배는 경호 사항인 김건희의 해외순방 일정을 확인한 뒤 "내일(6월 27일) 오후 2시에 출발해 7월 1일에 돌아오니 그 다음주에 연락을 달라"고 조율했다.
전성배는 7월 5일 송파구 호텔에서 윤영호를 만났다. 윤영호는 전성배에게 유엔(UN) 제5사무국 한국 유치 등 통일교의 프로젝트에 대한민국 조직·예산·인사를 지원해달라고 청탁하며 1271만 원 상당의 두 번째 샤넬 가방을 제공했다. 이를 받은 김건희는 전성배의 요청을 받고 윤영호에게 전화해 금품 제공에 대한 감사함을 전한 뒤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통일교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로 화답했다.
▲ 김건희가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대기 장소인 서울남부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그는 현재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에 의해 구속기소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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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29일] 김건희도 놀랐다는 6220만 원 다이아몬드 목걸이
"여사님이 큰 선물이라고 놀라셨지만 별다른 말씀은 없어요."
2022년 8월 1일 전성배가 윤영호에게 한 말이다. 통일교의 마지막 선물은 김건희도 놀라게 했다. 전성배는 7월 24일 윤영호로부터 김건희에 대한 고가의 금품 제공 의사를 전달받고 '언제든 (통일교 측이 제공하는) 금품을 김건희에게 전달하겠다'고 반응했다.
윤영호는 7월 29일 광진구 호텔에서 전성배와 만나 "통일교가 추진하는 국제행사인 서밋 2022 & 리더십 콘퍼런스에 아프리카 청년부 장관들이 방문하는데 교육부 장관이 예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탁하면서 6220만 원 상당의 영국 명품 그라프 목걸이를 건넸다. 이후 전성배는 8월 1일 윤영호에게 '김건희의 반응'을 묻는 질문을 받고 "여사님이 큰 선물이라고 놀라셨다"라고 답했다.
▲ 건진법사로 불리는 전성배씨가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그는 현재 특검팀에 의해 구속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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