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법 완벽하지 않겠지만... 신속 통과가 훨씬 득일 것"

이영광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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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08.01. 오후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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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조능희 전 MBC 플러스 사장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방송 3법, 노란봉투법, 상법 등 을 심의, 의결하기 위해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이 통과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던 방송 3법이 이재명 정부 들어 되살아났다.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고, 오는 4일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는 것.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인 방송 3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편이 골자다. 방송계의 오랜 염원이 담긴 법안이기도 하다. 정권에 따라 공영방송 논조가 달라지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배구조 개편이 핵심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MBC PD 출신으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를 지낸 조능희 전 MBC 플러스 사장은 방송 3법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들어보고자 지난 7월 28일 서울 용산역에서 만났다. 다음은 조 전 사장과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방송 3법 개정, 속도가 중요하다"

- 방송 3법이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이번에 방송 3법 개정을 둘러싸고 '속도와 방향 중 무엇이 중요하나'라는 얘기가 나왔는데요, 저는 속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영방송사의 사장을 뽑고 경영을 관리·감독감독하는 이사들을 선임하는 지배구조를 '공영방송 거버넌스(governance)'라고 하는데요. 지금의 지배구조는 1987년 민주항쟁으로 처음 만들어진 것입니다.

독재정권인 전두환 때까지는 KBS와 MBC 사장이 어떻게 선임되는지 아무도 모른 채로 자기네들이 정해 그냥 낙하산으로 떨어뜨렸어요. 그러던 것이 1987년 민주화 항쟁 결과로 방송법이 제정되고 한국방송공사법이 개정됐고, 1988년도에는 방문진법이 제정돼 방송사 사장 선임에 국회가 관여할 수 있게 되면서 지금까지 온 거예요. 무려 38년 동안 정부여당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기본 틀을 유지하다 이번에 처음으로 바꾸는 겁니다."

-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방송 3법에 대해 "정치적 후견주의를 꾸짖더니 정치권이 방송을 직접 통제하게 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장겸 의원은 내란 수괴 윤석열 체포를 방해한 45명의 국민의힘 의원 중 한 명이고, MBC에 재직하면서 공영방송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범죄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확정받고 2년간 집행이 유예된 사람인데, 이것을 윤석열이 사면하고 복권시켜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시켜준 사람이잖아요. 그런 사람이 무슨 공영방송 운운하면서 법 개정을 얘기할 자격이 있겠어요.

게다가 '정치권이 방송을 직접 통제하게 했다'는 김 의원의 이번 개정안을 완전히 반대로 해석하는 것이라서 전혀 이해되지 않습니다. 정치권력이 방송사 사장 선임을 좌지우지한다는 정치적 후견주의를 없애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입니다. 집권 정치세력이 임명한 이사의 수가 전체 이사에서 삼분의 일도 안 되게 정해놨어요.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커다란 진전을 이룬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개혁법안은 빨리 통과돼야 합니다."

- 이번에 개정하는 방송 3법에선 국회 추천 몫을 40%로 명문화했잖아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KBS 이사회의 경우 15명의 이사 중에서 국회 추천이 6명이니까 40%라고 할 수 있지요. MBC 최대 주주인 방문진은 총 13명의 이사 중에서 국회 추천이 5명이라 40%가 안 되고요.

그런데 이사의 40% 추천권을 정치권이 가지고 있는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집권 여당의 몫이 얼마인가가 중요해요. 개정되는 방송 3법에 의하면 KBS 이사 중에서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몫은 4명이 되는데 전체 이사 중에서 27%밖에 안 됩니다. 방문진은 3명으로 23%에요. 이 숫자로는 사장 선임이나 중요한 의사결정을 집권당이 독자적으로 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정치권이 40%라는 숫자는 의미가 없어요. 다수결로 모두 자기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을 민주당이 스스로 20%대로 줄여 놓고 야당 추천 이사와 종사자 추천 이사와 시청자 시민 대표 이사들과 협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개정되는 방송 3법의 의미, '네 번재 주체'에 있다"

 조능희 전 MBC 플러스 사장
ⓒ 조능희 제공

- 국민의힘 주장은 추천 단체가 친민주당 성향 아니냐는 겁니다.

"국민의힘도 이젠 그런 낡은 갈라치기 이분법적 사고를 좀 달리했으면 좋겠어요. 이 세상에는 붉은색과 파란색만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방송의 기본은 정치적 독립입니다. 자기네 편이 아니라면 다 민주당 편 아닌가라는 식의 주장은 각 단체에 대한 모독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일단 정치권력으로부터 직접 간섭을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요.

우리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인 거버넌스를 말할 때는 상업방송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오너인 대주주가 지배하는 SBS나 종합편성채널과 달리, 공영방송 KBS·MBC·EBS의 거버너스를 구성하는 핵심 주체는 첫째 정부, 둘째 국회, 셋째 방송 사업자와 종사자, 넷째 시청자 시민입니다. 이 4개의 주체가 조화롭게 협력하며 지혜를 모아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박정희·전두환 시절에 KBS와 MBC 사장·이사들은 오직 정부에서 임명해서 내려보냈어요. 그러니 5.18 광주 민주화운동 때 광주 MBC가 민주시민들에 의해 불탔지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국회가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1987년의 민주항쟁 덕분입니다.

6.29 선언 뒤에 전두환 정권은 방송법을 만들고 한국방송공사법을 개정해서 KBS 사장을 이사회에서 추천하도록 하고 이사는 대통령 소속으로 설치한 방송위원회에서, 방송위원 삼분의 일을 국회에서 선임하도록 했어요. 전두환이 자기 맘대로 밀실에서 하던 것을 국회가 볼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셋째 주체인 '공영방송의 사업자와 종사자'는 노태우 정권의 여소야대 4당 체제에서 만들어진 방문진법에 들어갔어요. 방문진법을 제정하면서 MBC 노사가 추천하는 사람을 이사로 선임한다는 입법취지를 국회 속기록에 남겼습니다. 그래서 KBS와 MBC의 지배구조는 출발부터 약간 다릅니다.

그러다가 이번 방송 3법 개정으로 '공영방송 거버넌스의 넷째 주체인 시청자 시민'을 대표해서 각 방송사 시청자위원회와 변호사단체, 그리고 방송·언론 관련 학회가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비록 늦었지만 매우 대단히 바람직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시청자 시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을 전국에서 모아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게 됐잖아요. 비록 늦었지만, 매우 대단히 바람직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질질 끌면 또 물 건너 간다"

- KBS, 서울 MBC 그리고 보도전문채널만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를 실시하기로 한 것을 두고 지역 MBC와 SBS를 비롯한 민영 방송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역 MBC와 SBS, 그리고 지역민방 모두 다 넣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현실적인 문제가 있을 겁니다. 예를 들자면, 방문진법은 방문진이 최다 출자자인 방송 사업자 즉, 서울 MBC의 경영을 관리·감독하는 법률입니다. 방문진이 최대 주주로서 서울 MBC가 공적 책임을 잘 수행하도록 관리하는 법이라서, 아무런 지분도 가지고 있지 않은 지역 MBC에 대해선 직접적인 권한은 없습니다. 그래서 지역 MBC의 임명동의제를 방문진법에 넣기가 애매할 겁니다.

방송법에 넣기도 애매할 겁니다. MBC를 위한 방문진법이 따로 있는데 방송법에 규정해야 하니까요. 이런 법적 문제는 앞으로 차근차근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더구나 당장 급하지도 않습니다. 왜냐면 현재 지역 MBC는 모두 임명동의제를 실행하고 있으니까요. 일률적으로 임명동의제를 의무 적용하는 것보다 조직 상황에 맞는 제도를 스스로 찾게 하는 것도 좋다 생각합니다."

- EBS에서는 사장을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방송 실무자 출신으로서 명분보다 실리를 더 중요시하거든요. EBS에서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은 일견 명분도 있고 EBS의 위상도 올라간다고 보일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 반대입니다.

KBS 이사와 사장은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MBC의 방문진 이사는 방통위가 임명하고 사장은 이사회에서 선임해 주주총회에서 임명됩니다. EBS의 이사는 방통위가, 사장은 방통위원장이 임명합니다. 세 공영방송이 이렇게 서로 다르지요.

저는 오히려 KBS 이사와 사장도 EBS처럼 방통위와 위원장이 임명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면, 이사와 사장이 부당 해임당했을 때 긴급히 해임 효력을 정지시켜달라고 행정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이 신청이 받아들여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KBS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이 가처분으로 정지될 확률은 '0'입니다. 나중에 본안 소송으로 대법원까지 가서 해임이 무효가 되는 경우는 많지만, 행정법원이 가처분으로 대통령의 인사권을 긴급히 정지시킨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2008년 정연주 사장의 해임 이래로 그렇습니다.

반면에 방통위원장이 해임한 경우에는 가처분이 인용된 경우가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예가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신동호를 EBS 사장으로 임명한 것을 행정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해 효력을 긴급정지 시켰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KBS 남영진 이사장과 MBC 방문진의 권태선 이사장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해임되고 같은 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결정이 나왔는데, KBS는 안 받아주고 MBC는 받아줬습니다.

그래서 저는 KBS도 굳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지 말고 EBS처럼 방통위에서 임명하는 것이 더 실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번 방송 3법 개정안에서 아쉬운 점이 있을까요?

"물론 완벽한 법이 아닐 수도 있어요. 더 넣고 빼고 수정해야 할 것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지적 다 맞고요. 지금까지 국회에서 제안된 법률 개정안이 약 70개고, 여기에 대통령과 국회, 방통위에서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 연구한 것과 방송·언론학자들이 제안한 것을 합치면 모두 100개도 더 될 겁니다. '백가쟁명'이란 말이 제일 어울리는 분야가 방송법 개정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다시 이런저런 주장들을 일일이 또다시 받아들여 논의하고 합의해야 한다면서 시간을 질질 끌면, 이번에도 방송 3법 개정이 또다시 물 건너갈 겁니다. 제가 보기엔 그동안 제안된 그 어떤 개정안보다 이번 법안이 제일 뛰어납니다. 제일 의미가 있는 법안입니다. 더 수정할 것을 찾는 것보다 이 법을 빨리 통과시키는 쪽이 훨씬 득이 될 것입니다. 일단 이 법이 개정되면 과거로 쉽게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지요. 빨리 통과시켜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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