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추모객들이 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1층 합동분향소를 참배하기 위해 긴 줄을 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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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이어진 줄. 공항 안을 꽉 메운 행렬은 출구 밖까지 계속됐다. 인도를 따라 구불구불 잇따른 줄은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다. 족히 500m는 돼 보였다. 새해 첫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은 2시간을 기다려 희생자 위패와 영정 앞에 국화 한 송이를 놓았다. 이들은 "해돋이 대신 이곳을 찾았다", "2시간 추위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참사 나흘째인 1일, 무안국제공항은 추모객으로 에워싸였다. 전국에서 온 근조화환이 건물 벽을 빼곡히 수놓았고, 2층 대합실로 향하는 계단 난간은 추모쪽지로 뒤덮였다.
"OOO, 후회된다. 화해 못 하고 가서. 늦었지만, 보고 싶었다. 많이"
"사랑하는 우리 오빠, 너무 선하고 정의로워서, 사랑스러워서, 멋져서, 필요로 해서. 오빠가 필요한 자리로 데려가 버렸나 봐. 근데 우리는 어쩌지. 그저 멀리 있을 뿐이란 걸 알고 있는데 너무 많이 보고 싶어지면 어쩌지."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추모객들이 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을 찾아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추모 쪽지를 붙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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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객이 예상치 못하게 몰리자, 유족 측 요청으로 공항에 "(약 5km 떨어진) 무안종합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 합동분향소에서 참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방송이 나올 정도였다. 아내, 아들과 함꼐 공항 내 계단에 추모메시지를 붙인 이아무개(42, 남)씨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평소 같으면 휴일인 새해 첫날에 해돋이를 보며 즐겁게 보냈겠지만 오늘은 이곳에 오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희생자 분들이 부디 편안히 영면하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 또한 휴일임에도 공항에서 힘을 보탰다. 참사 첫날부터 공항 1층에서 자원봉사를 해온 대한조계종 긴급재난구호단 이주상(60대, 남)씨는 "믿기지 않는 참사가 발생해서 새해부터 많은 분들이 오시는 것 같다"며 "앞으로 매년 새해마다 참사의 아픔을 떠올리실 유족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뭐라도 도움이 되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참사로 지인을 잃었다는 오현숙(60, 여성)씨는 음식과 물품을 나눠주고 있었다. 오씨는 "직장생활을 해서 오늘 쉬니까 새벽부터 달려왔다"며 "혹시나 새해에 추모객이 적을까 걱정했는데, 추모행렬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시민들이 유족 곁을 지켜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족들 자책 "도대체 대한민국 왜 이러나"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추모객들이 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1층 합동분향소를 참배하기 위해 긴 줄을 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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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가족을 잃었던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하늘·땅·바다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참사들이 반복되는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꿔야 되나"라고 개탄했다.
유족 30여 명은 이날 오전 세월호 선체가 있는 목포신항에서 제사상을 차린 뒤 오전 11시께 무안공항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이들은 참배를 기다리는 내내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일부는 눈물을 쏟기도 했다.
김순길(고 진윤희 어머니)씨는 "처음 유족이 되면 어떤 위로도 들리지 않는다. 당한 사람들은 알지 않나"라며 "진상규명 등 유족의 권리가 보장되도록, 충분히 슬퍼하실 수 있도록 곁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존자 가족 장동원씨도 "몸이 (참사를) 기억한다고 그렇지 않아도 선체 앞에서 아이들 차례를 지내고 왔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이태원에서, 오송 지하차도에서, 아리셀 공장에서 참사가 잇따라 발생했는데 정부의 대응은 왜 이토록 미진한가"라며 "참사를 겪었던 유족들 입장에선 '정말 대한민국이 왜 이런지' 말이 안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지난 10년 동안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게끔 싸워왔는데 또 이런 참사가 일어났다"며 "너무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께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활주로 인근도 추모객 줄지어 "위로조차 전하기 어려워"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인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 철책에 1일 오전 유족이 단 리본이 달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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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현장인 활주로와 가장 가까운 철책 앞 역시 희생자를 추모하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활주로로 튀어나온 비행기 좌석 등 잔해와 유류품 등을 보며 "세상에"라며 침통해했다. 남편과 함께 광주에서 온 정은숙(60, 여)씨는 "해외여행을 갈 때면 무안공항을 종종 이용했다. 참사 소식을 집에서 (뉴스로) 듣고만 있을 수 없어서 왔고, (유족 분들께서)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보였다.
아내와 함께 목포에서 온 박동근(55, 남)씨는 "공항에 봉사하러 간 지인에게 식재료를 전해주기 위해 오면서 (활주로도) 들렀다"며 "새해 첫날을 공항에서 보낸 분들의 심정이 어쩌겠나. 위로의 말을 전하기가 어려워 마음속으로만 되뇌고 있다"고 했다.
홀로 전주에서 온 우창우(30, 남)씨는 경찰통제선(폴리스라인) 밖으로 튀어나온 잔해물 등을 철책 안쪽으로 다시 밀어 넣으면서 "관리가 되어야 할 텐데..."라고 했다.
그는 "희생자분 중 전북 지역민도 6명이나 계시다. (참사가 아니었다면) 저처럼 평범하게 연말·연초를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유명을 달리한 게 남 일 같지 않아서 추모하러 왔다"라며 "잔해물을 보니 급박했던 순간이 머리에 그려진다. 처참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전날까지 알 수 없었던 희생자 5명의 신원이 최종 확인되면서 희생자 179명 전원의 신원 확인이 완료됐다. 이 중 20명의 시신이 유족에게 인계됐다. 유족들은 이날 오전 처음 합동으로 참사 현장인 공항 활주로를 찾아 떡국과 술을 올리고 헌화를 하며 추모했다.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이 1일 오전 처음 합동으로 참사 현장인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를 찾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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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벌어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 철책에 1일 오전 고인을 추모하는 꽃과 음식이 놓여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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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추모객들이 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1층 합동분향소를 참배하기 위해 긴 줄을 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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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추모객들이 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1층 합동분향소를 참배하기 위해 긴 줄을 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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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조리사협회중앙회 광주전남지회(지회장 안유성 명장)와 흑백요리사 출연자들이 새해 첫날인 1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을 찾아 유족, 자원봉사자 등에게 전복죽을 제공했다. ⓒ 소중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