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동센터 직원 전원 ‘결핵 검진’ 의무인데 충남·전남·광주 검진율 20% 불과

임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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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1. 오후 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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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구 검진율 50% 밑돌아… 광역지자체 17곳 중 14곳 법적 기준 미달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어린이집 원생들이 교실 안에 마련된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다. 동아DB
돌봄 시설 종사자는 어린이에 대한 결핵 전염을 막기 위해 법적으로 연 1회 결핵 검진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전국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전원이 결핵 검진을 받은 곳은 3곳에 불과했고 14곳(82%)은 법적 기준인 ‘100% 검진율’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아동센터 등 돌봄 시설 종사자의 잠복 결핵 검진 양성률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법적 의무 사항인 결핵 검진을 제대로 하지 않아 아동들이 결핵 감염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아동센터 종사자의 결핵 검진율이 100%인 곳은 대전, 강원, 울산 등 3곳에 그쳤다(표 참조). 나머지 14곳은 종사자의 결핵 검진율이 100%에 미치지 못했는데 이 가운데 충남은 17.7%로 가장 낮았다. 그 다음으로 전남(20.5%)과 광주(21.5%)도 검진율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충남과 광주, 전남에서는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5명 중 4명이 결핵 검진을 받지 않았다는 의미다. 대한결핵협회에 따르면 전남과 충남은 올해 9월 15일~21일 기준 인구 10만 명당 결핵 환자가 각각 42.7명, 34.0명으로, 결핵 환자 비율이 가장 높은 지자체 1, 4위이기도 하다.

부산(44.8%)과 대구(46.7%)는 검진율이 50%를 밑돌았고, 제주(68.1%)는 절반을 겨우 넘은 수준이었다.

서울(73.1%), 세종(71.8%), 충북(73.3%), 경남(76.1%)은 70%대를 기록했다. 인천(85.9%), 전북(80.5%)은 80%대 검진율을 보였으며, 경기(95.6%), 경북(97%)은 100%에 근접하는 높은 검진율을 나타냈다.

결핵예방법 제11조와 아동복지법 제52조에 따르면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는 직접 고용 여부 및 근무 예상 기간과 상관없이 반드시 연 1회 결핵 검진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결핵 검진을 받지 않고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는 종사자가 많은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대전, 강원, 울산 검진율 100%
‘옛날 병’이라는 인식과 달리 결핵은 매년 1300~1400명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 법정 감염병 중 코로나19 다음으로 사망자 수가 많은 질환인 것이다. 이주영 의원이 대한결핵협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돌봄 시설 종사자의 잠복 결핵 검진 양성률 역시 2022년 30.8%에서 2023년 31.6%, 2024년 39.5%로 2년 연속 상승했다. 잠복 결핵은 결핵균이 체내에 침입했으나 면역력에 의해 제압된 상태로, 면역력 저하 등의 요인으로 활동성 결핵으로 발전해 전염성을 가질 수 있어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결핵예방법 제34조에 따르면 특별자치시장, 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 군수, 구청장은 결핵 검진 및 잠복 결핵 검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기관·시설의 장에게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간한 ‘2024 국가결핵관리지침’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특별자치시장 등 과태료 부과 주체에게 연 1회 검진 의무 이행 여부를 점검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각 지자체에 결핵 검진 의무 기관·시설의 의무 이행 여부를 점검하라는 지침을 전달하기도 했다.

검진 여부 점검 거부해도 벌칙 조항 無
하지만 주간동아 취재 결과 점검 현장에서는 규정 미비로 인해 철저한 의무 이행 여부 점검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핵예방법 시행규칙은 종사자 검진 의무가 있는 기관·시설의 장이 종사자의 결핵 검진 사항을 작성 및 비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그 세부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별도로 고시하지 않고 있다. 검진 의무가 있는 기관·시설이 의무 이행 점검을 거부할 시 점검 주체가 이에 대응할 벌칙 조항도 없다.

지난해 결핵 검진 의무 이행 점검에 참여했던 한 지자체 관계자는 “검진 의무가 있는 기관·시설이 검진 사항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성하고 비치해야 하는지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미검진 종사자가 있는 기관에도 과태료를 부과하기가 어려워 결핵 검진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안내하는 방식으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주영 의원은 “결핵에 취약한 아동을 돌보는 일부 지역아동센터의 결핵 검진율이 20%에 불과한 현실은 국가 방역 체계의 미비와 아동 안전 관리의 한계를 보여준다”며 “법으로 정해진 결핵 검진 의무가 지켜지지 않고 있는 만큼 정부는 즉시 현장 실태를 점검하고 아동이 이용하는 돌봄 시설의 감염병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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