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대비 금, 국내 주식 상승세 빛나… 코스피200 56%, 엔비디아 30% 올라
미국 통화정책이 본격적인 완화 기조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글로벌 자산시장에 ‘에브리싱 랠리’가 펼쳐지고 있다.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이 동시에 강세를 보이는 이 같은 현상에 투자자들은 최고 수익률을 낼 수 있는 투자처가 어디일지 가늠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금, 미국 국채 등 전통적 안전자산과 주식, 가상자산 등 대표적 위험자산의 연초 대비 가격 상승률을 분석하고 향후 추가 상승 가능성을 전망했다.
SK하이닉스·한화에어로, 세 자릿수 상승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낸 자산은 금이다. 특히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래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연속 경신하고 있다. 국제 금 현물의 온스당(1온스=약 28g) 가격은 1월 2일 약 2657달러(약 380만 원)에서 10월 14일 약 4162달러(약 590만 원)로 56.6% 급등했다(그래프1 참조). 이를 추종하는 미국의 대표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Gold Shares(GLD)’는 55.2% 올랐고, 원화가치 하락으로 ‘김치 프리미엄’이 붙은 국내 금 ETF(ACE KRX금현물)는 상승폭이 70%에 달했다. 금과 함께 안전자산으로 묶이는 은도 동반 상승세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국제 은 현물 온스당 가격은 75.8% 치솟았다.
한동안 숨 고르기를 하던 국내 증시도 다시금 강한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10월 16일 코스피는 3748.37로 장을 마감하며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월 2일 대비 10월 14일 코스피200은 317.77에서 496.89로 56.4% 급등했다(그래프2 참조). 상승을 주도한 개별 종목은 더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인공지능(AI) 칩 시장에서 점차 존재감을 드러내는 한편, 기존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정상화됨에 따라 71.5% 급등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선두 주자인 SK하이닉스와 방산 대장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각각 140.4%, 160.7% 폭등했다.
월가, 연말 S&P500 6800~7100 전망
거품론, 고평가 등 우려가 끊이지 않던 미국 증시도 결과적으로 AI 투자 확대, 유동성 증가 등 호재에 힘입어 상승 흐름을 보였다. S&P500(10월 14일 6644.31)은 연초 대비 13.2%, 엔비디아(10월 14일 180.03)는 30.2% 올랐다(그래프3 참조).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중심으로 한 ‘독주 체제’ 제동 조짐에 10월 14일 주가가 급락했으나 앞선 10일에는 장중 195.62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쓴 바 있다. 금리인하 수혜를 받는 미 국채 가격도 소폭 올랐다. 대표적 미국 장기국채 ETF인 ‘iShares 20+ Year Treasury Bond(TLT)’는 3.8% 상승했다. 이때 금리를 내려도 미국 경제가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강하고, 최근 전 세계가 정치적·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달러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는 아직까지 연초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달러인덱스 선물에 투자하는 ETF인 ‘Invesco DB U.S. Dollar Index Bullish Fund(UUP)’는 이 기간 -5.9%를 기록했다.
유동성에 민감한 가상자산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1월 2일 약 9만6887달러(약 1억 3800만 원)에서 10월 14일 약 11만3119달러(약 1억6100만 원)로 16.8% 상승했다(그래프4 참조). 앞서 12만6000달러대로 올라서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으나 미·중 무역 갈등 재점화에 11만 달러대로 내렸다. 이더리움은 이 기간 3451달러(약 490만 원)에서 4125달러(약 590만 원)로 19.5% 올랐다.
이 같은 자산시장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연내 금리를 2차례 추가 인하할 것이라 보고 금, 주식 등 자산 대부분의 목표가격을 올려 잡았다.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내년 국제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도이체방크, 오펜하이머 등은 최근 S&P500의 연말 목표치를 6800~7100으로 상향했고, HSBC는 내년 엔비디아 목표주가로 320달러를 거론하고 있다. 월가는 한국 증시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모건스탠리는 코스피 랠리에 대해 “시작에 불과하다”며 내년 6월까지 3800~4200에 도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은행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2만 원으로 올려 잡았다. 실물자산이 아닌 비트코인의 경우 평가가 엇갈리는 편이지만, 연말 13만~20만 달러 수준이 우세한 전망으로 꼽힌다.
“글로벌 자산시장, 호랑이 등 올라타”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7~9월 횡보장 동안 쌓인 레버리지(포지션 청산을 위한 매수 압력)가 연말까지 시장을 밀어 올릴 것”이라며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이라고 분석했다. 홍 대표는 “안전하게 미국 주식 30%, 금 25%, 미국 국채와 국내 주식 각각 20%, 비트코인 5% 정도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괜찮을 듯하다”며 “요 며칠 미·중 무역 갈등으로 미국 증시와 비트코인이 크게 하락했는데, 이는 단기 눌림목일 뿐 모든 자산이 연말까지 질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퀀트투자 전문가 강환국 작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중간선거까지 시장에 돈을 마구 풀 것이기 때문에 내년에도 오름세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상승이 내년으로 끝이라는 쪽과 2028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쪽으로 시장 견해가 갈리는데, 개인적으로는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지고 레임덕이 오더라도 미국 주식 등은 정치적 불확실성 제거라는 측면에서 안도 랠리로 이어져 2028년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서학개미, 올해 나스닥·반도체 ETF로 20%대 수익
보유 ETF 중 테슬라 2배 레버리지만 ‘마이너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는 시장에서 그 승률을 인정받는다. 국내 한 증권사는 서학개미 투자금 비중이 큰 종목들을 모아 그것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고 있을 정도다. 서학개미는 개별 주식 이외에 미국 ETF에도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태우고 있다.
현 시점 서학개미는 나스닥을 비롯한 기술·반도체 ETF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0월 10일(현지 시간) 기준 서학개미 보관금액 1위는 ‘Invesco QQQ Trust Series 1’이었다(표 참조).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상품으로 티커명 QQQ로 더 유명하다. 2위는 QQQ의 3배 레버리지 버전인 ‘ProShares UltraPro QQQ(TQQQ)’였다. 3~5위는 테슬라 주가를 2배로 따르는 ‘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TSLL)’, S&P500을 추종하는 ‘Vanguard 500 Index Fund(VOO)’, 미국 우량 고배당주 100개 종목에 투자하는 ‘Schwab US Dividend Equity(SCHD)’였다. 그 밖에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미국 초단기 국채 등에 연동된 상품이 6~10위에 올랐다.
TSLL을 뺀 모든 ETF는 연초(1월 2일) 대비 수익률이 ‘플러스’ 상태였다. 보관금액 6위 ‘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ull 3X Shares(SOXL)’과 TQQQ, 보관금액 9위 ‘ProShares Ultra QQQ (QLD)’는 20%대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25.8% 하락을 나타낸 TSLL과 한 자릿수 배당 상품을 제외한 나머지 ETF도 모두 11.7~15.5%로 10%대 수익률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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