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24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구조된 개와 고양이는 각각 7만7304마리, 2만7826마리로 전체 유기·유실 동물의 72%, 26%를 차지한다. 전체 유기·유실 동물 10만6824마리 중 소유자에게 돌아간 비율은 11.4%(1만2188마리)에 그친다. 동물을 구조해도 그 주인이 누군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는 2014년부터 반려견 등록을 의무화했다. 2개월 이상 된 반려견의 소유자가 지자체에 반려견을 등록하지 않으면 1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등록되지 않은 반려견이 많다. 반려견 몸에 주사로 쌀알 크기의 마이크로칩(무선식별 장치)을 삽입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보호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반려견 몸 밖에 거는 외장 칩을 통한 등록도 허용했다. 하지만 외장 칩은 착용하지 않거나 잃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서 비문이 다시 쓰임새를 되찾았다. 휴대전화 카메라로 반려견 코 사진을 찍어 비문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개의 작은 코를 사람이 쫓아다니며 찍은 사진에서는 선명한 비문을 얻기 어렵다. 2019년 설립된 AI 기업 ‘펫나우’는 코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부터 AI 기술을 적용했다. 사람이 반려견 얼굴에 휴대전화 카메라를 가져다 대고 있으면 AI가 알아서 반려견 코를 쫓아다니면서 촬영하고, 카메라 초점을 맞추며, 선명하게 찍힌 사진만 골라내는 것이다. 그 결과 펫나우는 반려견 비문을 99.998% 정확도로 채취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2년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최고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기·유실 동물 관리 문제로 고민이 많은 지자체도 펫나우의 기술에 호응하고 있다. 현재 경기 시흥시와 안양시, 고양시가 펫나우와 함께 ‘반려견 비문 등록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비문을 통한 반려견 등록의 실효성을 시험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칩이나 외장 칩이 아닌, 비문 등 생체 정보로 반려견을 등록할 수 있게 하자는 법안도 올해 발의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나.
“중학생 때 기르던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난 뒤 트라우마가 생겨 못 기르고 있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라 반려동물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AI를 사용해 유기·유실 동물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다.”
비문 채취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비문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비문 등 생체 정보로 반려견 등록을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면 비문 데이터가 많이 모이면서 서비스 정확도가 높아지고 적용 분야도 확대될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법안이 2년 전에도 발의됐는데, 국가적 관심사가 아니다 보니 통과되지 못했다. 올해 발의된 법안은 통과되기를 기대한다.”
해외에서도 비문 채취에 관심이 많다고.
“관련 시장 규모가 수십조 원으로 평가되다 보니 비문 채취 기술을 확보하려는 해외 경쟁 기업이 많다. 지금은 우리가 그들보다 2~3년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국가적·법적 지원을 받는 해외 기업들이 무섭게 쫓아오고 있다. 국가가 챗GPT 같은 대규모 AI뿐 아니라 응용 AI 기술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