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주가 폭등의 배경은 오픈AI와의 초대형 계약

윤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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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엘리슨 한때 세계 1위 부자에 등극… 틱톡 인수 가능성도

오라클 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래리 엘리슨. GETTYIMAGES 
“20년 넘게 오라클과 소프트웨어업계를 분석했지만, 이번 결과만큼 컴퓨팅 분야 지각 변동을 보여주는 사례는 없었다.”(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 브래드 젤닉)

“오라클 실적은 지난 25년간 소프트웨어 산업을 다뤄오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래를 엿보게 한다.”(투자사 구겐하임파트너스 애널리스트 존 디푸치)

글로벌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오라클의 6~8월 실적이 발표되자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이같이 평가했다. 오라클 주가는 9월 10일(이하 현지 시간) 실적 발표 후 하루 만에 40% 넘게 급등했다(그래프 참조). 이는 1992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래리 엘리슨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제치고 한 때 세계 1위 부자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급등의 핵심은 오픈AI와 체결한 3000억 달러(약 410조 원) 규모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인프라 계약이다. 과거 기업용 데이터베이스 강자였던 오라클은 이번 대규모 계약을 계기로 AI 클라우드 시장 주도권을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400만 가구 전력 쓸 데이터센터 계약
오라클 주가는 9월 10일 뉴욕 증시에서 전일 대비 35.97% 오른 334.75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상승률이 43.15%에 달했고, 시가총액은 9690억달러(약 1350조 원)까지 증가했다. 엘리슨 CTO의 보유 자산도 3930억 달러(약 44조 원)로, 머스크(3840억 달러)를 제치고 한때 세계 1위 부자에 올랐다. 종가 기준으론 머스크가 근소하게 재역전했다.

주가 상승 배경은 막대한 ‘수주 잔고’ 공개였다. 오라클은 클라우드 인프라 부문(OCI)의 ‘잔여 이행 의무’(수주 잔고·RPO)가 4550억 달러(약 631조 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5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미 계약된 물량으로 향후 실적에 대한 신뢰를 높여주는 지표다. RPO는 아직 매출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이미 계약을 마친 규모라서, 미래 실적을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오픈AI와의 계약은 5년에 걸쳐 약 3000억 달러(약 410조 원)를 투자하는 업계 최대 규모다. 미국 ‘월스트리스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픈AI는 오라클로부터 총 4.5GW(기가와트) 전력량을 갖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자원을 제공받는다. 이는 후버댐 2기에 해당하는 발전량으로, 약 400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량에 맞먹는다.

이외에도 오라클은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확보할 예정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9월 15일 중국과 고위급 무역 협상을 마친 뒤 “양국이 틱톡과 관련해 합의했다”며 “미국이 통제하는 소유 구조로 바꾸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오라클은 틱톡의 미국 내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유력한 인수 후보로 지목된다.

뒤늦은 질주, 오라클의 숙제
오라클은 국내 투자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기업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9월 18일 기준 국내 투자자는 오라클 주식을 약 4억2363만 달러(약 5860억 원)어치 가지고 있다.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 순위로는 48위다. 테슬라(약 264억 달러·약 36조5000억 원)와 비교해도 미미한 수준이다. 오라클 시가총액이 미국 10위권에 드는 점을 고려하면 저평가된 인지도다.

실제로도 오라클은 AI 컴퓨팅 시장에서 후발 주자다. 2016년에야 OCI(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를 출시해 아마존웹서비스(AWS)보다 10년 늦었다. 현재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AWS(30%), 애저(20~22%), 구글 클라우드(12~13%) 등 상위 3사가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오라클 지분은 약 3~4%다.

이에 오픈AI와의 계약은 양사 모두에 큰 위험이 따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WSJ는 이번 계약이 오픈AI와 오라클 모두에 도박에 가까운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오픈AI는 연매출 10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지만 향후 5년간 매년 600억 달러(약 83조 원)를 지출해야 한다. 이미 투자자들에게는 2029년까지 흑자 전환이 어렵고, 누적 적자 440억 달러(약 61조 원)가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오라클이 연간 영업현금흐름 215억 달러보다 많은 274억 달러를 이미 데이터센터·칩 설비에 지출하고 있어 부채 조달이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 부채 비율은 427%로, 마이크로소프트(32.7%) 대비 매우 높은 편이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테크 투자에서 고민은 내년까지 AI 투자가 이어지더라도 이후 증가율이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이었지만, 오라클의 RPO 서프라이즈가 이러한 우려를 크게 덜어냈다”고 분석했다. 심지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 실적과 RPO 괴리가 상당하다”며 “수익 전환 속도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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