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세에도 매일 주식 거래하며 220억 자산 모은 후지모토 시게루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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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워런 버핏… “모르는 분야에 투자하지 않는 게 제1 원칙”

후지모토 시게루 씨는 지난달 한국에 ‘주식 투자의 기쁨’을 출간했다. ⓒ마쓰다 고마키(松田小牧)
‘일본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89세 현역 트레이더 후지모토 시게루 씨는 매일 새벽 2시에 하루를 시작한다. 이 시간 열리는 미국 증시 움직임을 바탕으로 몇 시간 뒤 일본 증시 흐름을 예측하기 위해서다. 4시에는 집 앞으로 배달된 일본 대표 경제지 ‘닛케이 신문’을 꼼꼼히 읽는다. 이후 6시부터 9시까지 일본 선물 거래 체크, 아침식사와 산책, 주식 호가창 확인을 모두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본 게임인 거래를 시작한다.

지난달 한국에 ‘주식 투자의 기쁨’을 출간한 후지모토 씨는 9월 10일 서면 인터뷰에서 자신의 투자 일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이에 비해 너무 많은 일을 하는 것 같기는 합니다. 허리가 아프고 저녁에는 프로야구도 보고 싶은데 졸려서 볼 수가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지금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건강만 챙기기보다 마지막까지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내 삶을 온전히 사는 편이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돈은 그 부산물이고요.”

중소형주 위주 데이트레이딩 
후지모토 씨는 현재 23억 엔(약 217억 원) 자산을 보유한 ‘슈퍼 개미’다. 그러나 현 자산 규모를 갖추기까지 과정은 평탄하지 않았다. 1990년대 초 일본 버블 붕괴로 10억 엔대이던 자산은 2억 엔대로 줄었고, 1995년에는 한신·아와지 대지진(고베 대지진)이 살던 집을 덮쳐 목숨을 잃을 뻔했다. 이후 투자와 거리를 두다가 2002년 66세가 돼서야 다시 투자를 시작했다.

“제가 처음 주식을 시작할 때는 없던 ‘인터넷 거래’의 존재를 알게 됐습니다. 인터넷 거래는 수수료가 저렴한 데다, ‘퀵 정보’(국내외 금융 정보)를 확인하려고 직접 증권사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있었어요.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서인지 컴퓨터를 배우는 게 특별히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후지모토 씨는 고령임에도 공격적인 투자전략을 쓴다. 대형주에 장기투자하기보다 중소형주 데이트레이딩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한다. 중소형주에는 규모가 큰 기관들 자금이 들어오기 어렵고, 가격 변동이 활발해 단기 수익을 내기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물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물론, 신용거래 비중도 높은 편이다. 다만 그는 “물타기 매수는 원 가격까지 올라오기를 바라면서 하는 게 아니라, ‘이 정도면 저렴하다’고 판단되는 지점에서 산 뒤 조금 반등하면 팔기를 반복하는 것”이라며 “신용거래도 일본은 이자가 싸고 현금 거래에 비해 신용거래 매매 수수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지, 한국은 그렇지 않다면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후지모토 씨가 투자에서 가장 큰 원칙으로 삼는 건 ‘모르는 분야에 투자하지 않는다’이다. 전 세계적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도 그는 테크 주식을 일절 사지 않았다. 그는 “AI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뿐더러, 급격히 오른 주식은 급격히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지금도 내 포트폴리오에는 수십 년 전부터 거래해온 자동차, 반도체주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주식을 찾아 그것과 가족이 되는 게 중요하고, 이때 좋아하는 주식을 고르는 기준은 내가 관심을 가질 수 있으면서 ‘증수·증익·증배’(매출·이익·배당 증가)에 부합하는지 여부”라고 덧붙였다.

“일본 증시 호황 계속될 것”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를 시작으로 일본 정부가 10여 년간 일관되게 추진해온 자본효율 개선(밸류업) 정책도 후지모토 씨의 자산 형성에 힘이 됐다. 일본은 유동성을 살포해 증시를 부양하는 동시에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해 더 많은 투자자가 증시에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왔다. 한국도 현재 일본을 모델로 유사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2012년 아베노믹스가 시행되면서부터 자산이 큰 폭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2015년 다시 10억 엔을 손에 쥐게 됐습니다. 2023년 도쿄증권거래소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에 대한 개선 요청’을 발표한 뒤로는 위기감을 느낀 기업들이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을 늘리고 있는데요. 그 결과 2년 동안 닛케이225 지수가 견조한 상승세를 나타냈습니다. 제 자산도 당시 18억 엔에서 2년간 5억 엔이 추가됐죠. 한때 24억 엔을 넘긴 적도 있습니다. 배당금은 연 6000만 엔(약 5억6000만 원)입니다.”

이런 이유로 후지모토 씨는 한국 투자자에게 “일본 주식투자를 권한다”고 말했다. 버블 시기에는 사람들이 기업가치 이상으로 주식을 사들였으나 현재는 닛케이225 지수가 사상 최고치여도 기업 펀더멘털 이상의 과매수가 벌어진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70년간 주식 거래를 하다 보니 이제 경제 흐름이 대충 보입니다. 당분간 이 기세가 지속될 것 같습니다. 최근 주목하는 종목은 PCI홀딩스, THM입니다. 인지도가 높지는 않지만요. 일본 대표 섹터인 종합상사 또한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사는 시대 흐름에 맞게 주력 사업을 전환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저도 상사 주식을 일부 보유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보유할 생각입니다. 현재로서는 3대 상사(미쓰이·미쓰비시·스미모토)도 좋지만 가장 힘이 있다고 보는 건 이토추상사입니다.”

눈 감는 순간까지 현역 트레이더로 활동하고 싶다는 후지모토 씨는 최종 목표를 ‘2배’로 삼았다. 그는 “자산을 2배로 증가시킬 수 있을지 시험해보는 게 목표인데, 뇌경색과 심근경색을 앓기도 했고 시간이 얼마 없는 것 같아 슬프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단언컨대 지금은 투자하기에 최고 시대입니다. 과거와 달리 주식 거래가 정말 편해졌습니다. 실패에서 ‘어디 한번 두고 보자’는 자극을 받고, 매일 매일 거래를 기록하며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습니다. ‘89세 할아버지가 했으니 당연히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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