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려동물이 ‘이 음식’을 먹어도 될까, ‘이런 행동’을 좋아할까. 궁금증에 대한 검색 결과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황윤태 수의사가 진료실에서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반려동물에 관한 사소하지만 실용적인 팁들을 소개한다.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함께하길….” 반려동물 보호자라면 누구나 이런 바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 특성상 보호자의 이런 바람은 쉬이 이뤄지지 않는다. 반려동물은 사람과 달리 자신의 불편함, 즉 통증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본능적으로 이를 숨기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보호자가 반려동물을 동물병원에 데려와 “며칠 전만 해도 분명 괜찮았다”고 말해도 이미 질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모든 반려동물이 같은 항목의 건강검진을 받을 필요는 없다. 나이와 성별, 품종 등을 고려해 개별화된 검진을 진행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다. 먼저 소년기(표 참조)에는 선천성 질환을 확인하고 감염병 예방에 신경 쓰면 된다. 기본 지표들만 잘 체크하면 굳이 폭넓은 검사를 받을 필요 없다. 청년기에는 혈액·영상·소변 검사를 포함한 건강검진을 한 차례 시행해 가장 건강한 시절의 기준점을 잡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 자료는 추후 발병한 질병을 찾아내고 그 진행 속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장년기에 들어서면 매년 건강검진을 실시하는 편이 좋다. 이 시기부터는 종양과 호르몬 질환, 심장·콩팥·소화기 등 만성질환 발병 가능성이 커지기에 특히 눈여겨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년기가 되면 1년에 1~2회 건강검진과 함께 평소 생활에서도 반려동물에 대한 세밀한 관찰이 요구된다. 체중, 활력, 식욕 등 작은 변화 하나하나가 큰 질환의 전조 증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반려동물이 중성화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건강검진 시 성별에 따른 특이점을 고려해야 한다. 암컷은 나이가 들수록 유선(유방) 종양, 난소암, 자궁 근종, 축농증 발생률이 큰 폭으로 증가한다. 수컷은 전립선 비대증, 고환 종양, 항문 주위 선암종 등을 주의해야 한다. 생활환경도 질병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실외에서 생활하는 반려동물은 상대적으로 기생충이나 원충성 질환에 감염될 가능성이 크다. 또 지역별로 유행하는 질병이 다르기에 거주지와 최근 여행 다녀온 지역의 풍토병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반려동물 품종도 매우 중요하다. 동물병원에서 다루는 상당수 질병은 유전성 질환이라 일부 가이드라인에서는 믹스견(믹스묘)의 경우 유전자 검사를 통해 부모의 품종을 파악할 것을 추천한다. 그만큼 반려동물 품종을 아는 것은 질병을 예측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만약 부모나 동배(형제·자매)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면 이들에 대한 정보 또한 수의사에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
값비싼 반려동물 용품, 외모를 한층 돋보이게 하는 미용 등도 반려동물을 향한 사랑의 표현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을 오래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보다 건강검진이 더 큰 도움이 된다. 반려동물이 최근 1년간 건강검진을 받은 적 없다면 이번 기회에 동물병원을 방문해 건강검진 상담을 해보는 게 어떨까. “아무 이상 없습니다” “깨끗합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의 안도감이야말로 반려동물 보호자가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일 것이다.
황윤태 수의사는… 2013년부터 임상 수의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경기 성남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한국동물병원협회 위원을 맡고 있다. 책 ‘반려동물, 사랑하니까 오해할 수 있어요’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