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코스피가 3000까지 오른 것은 우리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아진 덕분이다. ROE는 기업이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상법개정안이라는 정책적 요인의 영향을 제외하고 2025년 평균이 8.9%다. 2026년과 2027년 평균 기대 ROE는 9.5%, 9.8%다. 코스피가 2026년 3300~3400, 2027년에는 3700~4000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기업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에서 현금배당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높이고 자사주 매입을 확대하는 변화가 더해지면 ‘코스피 5000 시대’도 가능할 수 있다.”
‘코스피 5000’은 실현 가능한가.
“2028~2029년에는 가능할 수 있다. 올해 상법개정안 등 정책적 변화가 반영되면서 2026~2027년 ROE 기대치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개정안이 정착되고 배당을 촉진하는 정책들이 시행된다면 ROE는 기존 기대치를 넘어 2027년 10%까지 올라갈 수 있다. 2028년 6월 한국 증시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증시에서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가 올 것이다.”
상법개정안 등 정책적 요인 없이도 기업들의 평균 ROE가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는 이유는.
“거시적으로는 내년부터 한국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가 늘어나고 있다. 개별 기업 측면에서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올해 바닥을 찍고 앞으로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D램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삼성전자의 레거시(구형) D램 매출이 천천히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애플로부터 파운드리 계약을 따냈는데, 향후 D램이나 패키징 계약도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에도 한국 기업들의 반도체는 여전히 잘 팔릴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이 전 세계에 몇 곳 없다. 미국이 아무리 관세를 높게 매긴다 해도 결국 세계 수입업자들은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한국 기업 반도체를 살 수밖에 없다.”
기업의 배당성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35%를 낮출 필요가 있다. 금융소득이 2000만 원 초과~3억 원 이하인 투자자의 배당소득에 20% 세율을 적용하는 기재부 계획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증시 성장을 위해서는 상법개정안에 포함된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차등의결권,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같은 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이라 자사주까지 강제 소각되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기업이 적대적 M&A에 취약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이유가 M&A의 표적이 되는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 특정한 계기가 생기면 주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기업 경영자나 대주주가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주주들에게 이득을 돌려준다면 M&A의 표적이 될 여지도 줄어든다는 의미다.”
상법개정안에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포이즌필 도입을 함께 담으면 안 될까.
“포이즌필은 주주 평등의 원칙을 위배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어 당장 도입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통해 주주들의 신뢰를 먼저 얻으면 뒤따라 포이즌필 같은 제도가 도입되리라 본다. 예외적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적용되면서 신기술을 개발하는 신생 기업에 대해서는 당장 적대적 M&A를 방어할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 벤처기업들은 자금난에 시달리며 일명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몇 번이나 극복해야 기업공개(IPO)를 할 수 있다. 상장 조건을 완화해 이들 기업에 자본이 들어가도록 시장을 효율화하자는 얘기다. 다만 기업의 적정가치에 비해 너무 높은 수준에서 공모가가 책정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공모가가 본질가치와 수익가치에 근접하도록 공모가 산정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려면 ‘원화 역외거래’가 필요하지만 이를 허용하면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9월부터 시작해 향후 여러 번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영향으로 미국달러가 약세를 띠면 원화 변동성이 커지기가 어렵다. 추가적인 환율 안정책 없이도 원화 역외거래를 허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