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임? 해볼게요’는 기자가 요즘 화제인 현상, 공간, 먹거리부터 트렌드까지 직접 경험하고 진짜인지 확인하는 리얼 체험기다.
9월 3일 오후 7시, 경복궁 경회루 앞에서 만난 폴란드 관광객 안야와 마테오 부부(29)가 한 말이다. 이날은 ‘2025년 하반기 경복궁 야간 관람’이 시작된 날이다. 이들 부부는 “소셜미디어(SNS)에서 한국 여행 중 해볼 만한 이벤트를 찾다가 이 프로그램 정보를 접했다”라며 “경복궁에 와서 25분간 줄을 서 입장권을 구매했다”라고 전했다.
평일 저녁 해가 진 고궁 앞에 내외국인 관광객이 길게 줄지어 서 있는 풍경은 이제 익숙해졌다. 경복궁을 포함한 서울의 고궁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야경 명소’로 자리 잡았고, 특히 외국인의 발길을 이끄는 핵심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평소 오후 6시 반이면 문을 닫는 경복궁을 밤에도 거닐 수 있게 해주는 이 행사는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작됐다. 이후 매년 봄·가을마다 ‘피케팅(피 튀기는 티케팅)’이 벌어질 만큼 주목받아왔다. 올가을엔 9월 28일까지 진행되며, 입장권을 구매하면 오후 7시부터 9시 30분까지 고궁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
야간 관람 입장권은 하루 최대 3300장씩 판매한다. 이 중 3000장은 예매자용, 300장은 외국인 대상 현장 판매용이다. 입장권 가격은 3000원이며, 예매는 NOL 인터파크에서 인당 최대 4매까지 가능하다. 단 9월 5일 기준 모든 회차의 예매표가 매진된 상태다. 만 6세 이하, 만 65세 이상, 한복 착용자, 국가유공자, 장애인 등은 표가 없어도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표를 구하지 못했다면 한복을 입고 방문하는 게 한 방법이다. 또 NOL 인터파크에 간헐적으로 취소 표가 나오기도 하니 관심이 있으면 수시로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
야간 관람의 메인 포인트는 단연 ‘경회루’였다. 조선 왕실의 각종 연회가 열렸던 이곳은 호수와 어우러지는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이날 야간 개장 후 불과 6분 만에 사람들이 경회루 쪽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관람객 사이에서는 “하나, 둘, 셋! 사진 찍어드릴까요?” “여기 서봐요” 같은 말이 쉴 새 없이 오갔다. 현장 관계자는 “‘이게 뭐 하는 건물인가요?’ ‘포토존은 어디예요?’ 같은 질문을 많이 받는다”라고 말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경복궁 기본 관람 코스는 대략 흥례문, 근정전, 수정전, 교태전, 강녕전, 사정전, 경회루 순이다. 이들 공간을 적당히 둘러보고 사진까지 찍으려면 1시간 이상은 걸린다. 관람 시간은 넉넉히 1시간 30분 정도로 계획하면 좋을 듯하다. ‘멋진 사진’을 원한다면 경회루부터 역순으로 관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해가 지고 조명이 켜지면 빛이 번져 경회루를 사진에 제대로 담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정원은 경복궁을 내려다볼 수 있는 또 다른 야경 사진 명소다. 이곳은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오후 9시까지 개방하니 코스로 묶어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궁능유적본부 경복궁 관리소에 따르면 지난해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은 29만5396명으로, 입장료 수입은 4억8258만3000원이었다. 201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관람 인원은 252만530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