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A ETF가 보유한 분배금 1만 원을 전부 분배하면 다음 날 A ETF 가격은 10만 원으로 떨어진다. 이때 분배금을 전일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을 분배율이라고 한다. A의 분배율은 9.09%(=1÷11)로, 5000원을 분배금으로 지급한 B ETF의 분배율(4.55%=0.5÷11)보다 높게 나온다. 이 경우 A가 B보다 분배금을 많이 주고 분배율도 높아 더 좋은 상품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ETF가 분배를 하면 순자산가치에서 분배금만큼 가격 하락이 발생한다. 이를 ‘분배락’이라고 한다. A ETF는 1만 원을 분배했기 때문에 ETF 가격이 11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하락한다. A의 분배락은 9.09%다. B ETF는 분배락이 4.55%가 된다. 이론적으로 분배율과 분배락은 같다. A는 B에 비해 분배를 많이 하다 보니 가격도 많이 하락했다. 조삼모사 같은 것이다. 분배금이 현금으로 나왔을 뿐 총자산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ETF에서 분배금을 받는 순간 공짜 돈이 생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 자산의 한 부분이 현금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은행 예금처럼 원금은 놔두고 이자만 받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배당 착시는 투자자가 특정 투자상품의 ‘배당률’만 보고 투자 결정을 내리면서 실제 수익률이나 위험을 간과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배당은 새로 생긴 돈이 아니라, 내 투자금의 일부가 현금화돼 투자자산에서 빠진 것일 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현금이 들어왔으니 이익”이라고 착각한다.
투자자들이 배당 착시에 빠지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현금의 심리적 무게감 때문이다. 사람은 손에 쥔 현금을 긍정적으로 느끼고 매달 월세를 받는 듯한 안정감을 경험한다. 둘째, 세후수익률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배당금이 1만 원이라면 배당소득세(15.4%)가 빠져 실수령액은 8460원이다. 주가는 1만 원이 빠졌으니 결과적으로 세금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다. 셋째, 배당을 기업 성장 신호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배당을 했다고 반드시 성장성이 높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성장이 정체된 기업이 주주의 환심을 사고자 배당을 늘리는 경우도 많다.
배당 착시의 대표 사례로 테슬라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TSLY(YieldMax TSLA Option Income Strategy ETF)를 들 수 있다. 이 ETF는 매달 옵션 매도 전략을 통해 분배금을 지급하며, 과거 연배당률이 70~140%에 달한다(그래프1 참조). 겉보기에는 엄청난 기회 같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사정은 다르다. 2023년 1월 3일 TSLY는 주당 1.9972달러를 배당했고, 올해 8월 8일에는 0.3005달러로 줄었다(그래프2 참조). 분배율이 그렇게 높은데 분배금이 75%나 감소한 이유는 주가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테슬라 주가는 220.63% 상승했지만 TSLY 주가는 계속되는 분배금 지급으로 오히려 69.99% 하락했다.
모든 배당 투자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배당 투자는 여전히 훌륭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다만 주가 상승과 배당수익을 합해서 보는 총수익률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세금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배당금이 꾸준히 유지될 수 있는지, 원금이 훼손되고 있지 않은지 여부와 함께 변동성이나 최대낙폭 같은 위험 지표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ETF에서 나오는 분배금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 투자자가 스스로 보유한 자산 중 일부를 매도해 현금을 만드는 ‘자가배당’ 방식도 있다. 필요한 생활비만큼 자산을 일부 매도하면 불필요하게 고위험 배당상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TSLY를 사지 않고 TSLA(테슬라) 주식을 사고, 필요한 만큼 매도했다면 수익이 2.9배 높았을 것이다.
월배당 ETF는 매달 현금이 들어온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그것이 곧 이익은 아니다. 배당 착시에 노출되면 원금 훼손과 배당금 축소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배당률이 아니라, 총수익률과 지속가능성이다. 배당의 환상에서 한 발짝 물러나 총수익률을 따져보는 습관, 그것이 진짜 현명한 투자자의 길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