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로버트 폴리도리는 “디지털은 잊기 위해 만들어졌고, 아날로그는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의외로 아날로그를 찾는다. 최근 Z세대 사이에서도 다이어리, 필사, 일기장, 필름카메라 등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트렌드가 회자되고 있다. 이번 주 Z세대가 선택한 아날로그 감성을 살펴보자.
머머는 절판된 일기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비슷한 양식은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Z세대는 블로그 챌린지를 거치면서 활자로 일상과 감정을 드러내는 데 익숙해졌다. 자신의 깊은 감정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기 전 가장 솔직한 마음으로 일기를 써보면 어떨까.
대표적인 곳이 충무로 대한극장이다. 8월 21일 이머시브(immersive) 공연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가 개막했다. 셰익스피어 ‘맥베스’를 누아르풍으로 재해석한 대사 없는 공연이다. 이머시브 공연은 무대 없이 관객들이 직접 공연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관객은 객석에 앉지 않고, 배우를 따라다니며 각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한다. 같은 공연이어도 본 사람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여름 끝자락, 극중 매키탄호텔로 리모델링된 대한극장을 찾아보자.
인천 영흥도 고양이역도 X에서 화제를 모았다.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 같은 숲길을 지나 입장하면 유기묘 100여 마리가 반긴다. 학대나 장애로 버려진 고양이들을 보호하는 공간으로, 입장료는 고양이들 생활비로 쓰인다. 일일 집사가 돼 고양이에게 밥을 챙겨 주고 놀아주는 따뜻한 하루. 소소한 돌봄은 누군가를 살리는 힘이자 스스로를 달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추억을 불러내는 굿즈와 마케팅이 잇달아 주목받고 있다. 막걸리 브랜드 국순당은 만화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고길동 캐릭터를 콘셉트로 CF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주니어네이버 게임에서 어린 Z세대들의 원조 아이돌이던 ‘아바타스타 슈’도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게시 글을 보면 “실수가 무서운 나이가 됐다” “어른이 됐다” 등 코가 찡한 댓글이 많이 달렸다. 어린 시절 간식으로 많이 먹었던 용가리도 키링 패키지를 출시했다. 다섯 봉지를 사면 덤으로 주는 키링만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따로 팔 만큼 인기를 끌었다. 2월 이마트 행사에서 사은품으로 제공한 용가리 인형도 재조명받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용가리 멸종하지 마라”는 농담 섞인 반응까지 이어졌다.
Z세대가 생각하는 멋진 어른이란 어린 시절의 소소한 바람을 마음껏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