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여수 석유화학단지, 노동자는요?

류석우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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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21]여천엔씨씨(NCC), 8월 초 3공장 가동을 임시 중단
이광민 여수석유화학산업 위기대응 여수산단 산별노조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본인 제공


전남 여수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한겨레21은 2025년 7월 여수 국가산업단지를 찾아 위기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후 상황은 더 악화했다. 여천엔씨씨(NCC)가 8월 초 3공장 가동을 임시 중단했다. 정부는 같은 달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과 관련해 기업이 먼저 자구 노력을 진행하면 사업 재편 정도에 따라 차등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0개 석유화학 기업은 전체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능력의 최대 25%를 줄이기로 협의하고 기업별로 구체적 사업 재편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하청 노동자들 사이에선 “정부의 발표도 일방적이고 달라진 것도 없다”(최진만 엘지화학 사내하청지회장)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수석유화학산업 위기대응 여수산단 산별노조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광민 위원장(사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난 7월 이후 상황이 얼마나 더 안 좋아졌나.

“훨씬 더 나빠졌다. 작업 물량이 더 줄었다. 노동자들은 어떻게든 일해보겠다며 울산이나 부산으로 다 빠지고 있다. 현장에선 올해가 지나면 방법이 없다고 본다.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할 때 하더라도 언제 어떻게 하는지 알아야 대비할 수 있는데, 지금은 전부 자본이 원하는 방식대로 진행하고 있다. 그것이 문제다.”

—정부가 석유화학산업 재편과 관련해 대책을 발표했다. 긍정적 측면은 없나.

“정부가 개입한 것은 맞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 상황을 우리 노동자들은 전혀 모른다.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모르니 답답한 상황이다. 더구나 지방자치단체에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여수시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같이 살자고 기업에 이야기해줘야 하는데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

—10월13일에 여수시장과 면담했다고 들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참담했다. 여수시가 자체적으로 가진 집행 계획이 없어 보였다. 그냥 중앙정부만 쳐다보고 있다. 산업전환만 하겠다고 하는데, 우리 입장에선 산업전환 계획이 나와도 그게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당장 연말까지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여수 경제 인구가 싹 다 말라버릴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열심히 해보겠다고만 하더라. 조금 있으면 지방선거니 괜히 나서서 부담스러운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외면하는 것이 지금 여수시의 입장이다.”

—현재 단계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대책은 무엇인가.

“지자체가 주도해서 거버넌스(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첫 번째다. 이전에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신청을 위해 만든 협의체가 있지만 형식적으로만 운영됐다. 의견을 내고 안건을 처리하는 것이 아닌 브리핑 형식이었다. 일단은 실질적 거버넌스를 구축해 지역에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지자체가 듣고 그 계획을 수립하면 다시 어떤 보완이 필요한지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수십 년 동안 여수에서 천문학적 이익을 거둔 기업들도 나 몰라라 할 것이 아니라 거버넌스에 참여해야 한다. 고용기금이든 실업기금이든 수익 일부를 출연해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한겨레21을 포함해 언론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경제위기가 여수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대규모 산업단지가 있는 도시들이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다. 대기업 위주 산업단지 운영의 병폐가 지금 나타났다고 본다. 대기업이 지역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같이 성장하는 방식이 아닌, 모래성을 지은 것이다. 그 모래성이 무너지면 피해는 온전히 지역민만 보게 되고 기업은 보지 않는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부는 기업 위주 지원만을 이야기한다. 한국은 시민들의 희생엔 무관심한 것 같다. 기업을 회생시켜야 나라가 산다, 이런 논리로만 무장돼 있다. 지역과 상생하며 지속발전 가능한 산단이 무엇인지를 장기적 시각에서 언론이 다뤄줬으면 좋겠다. 같이 살아보자고 하는 지역공동체 문제에 대해선 연구도 부족하고 관심도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더 절실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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