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부부처의 정보 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기관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우체국 우편과 금융, 모바일 뱅킹을 통한 국세 납부 등과 같은 대국민 정부 서비스가 중단됐다. 서비스 복구 시점은 아직 알 수 없다.
국정자원을 시설관리형 책임운영기관으로 두고 있는 행정안전부(행안부), 그리고 화재 현장에서 소방과 국정자원이 2025년 9월27일 취재진에게 설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화재는 9월26일 저녁 8시15분께 대전 유성구에 있는 국정자원 제1센터(본원) 5층 전산실 안에서 발생했다. 무정전 전원장치(유피에스·UPS) 배터리 384개를 지하실로 이전하는 작업이 진행되던 중에 전원이 차단된 리튬이온 배터리 한 개에서 불이 났다.
국정자원 관계자는 “배터리 이동 작업을 담당한 하도급 업체 직원이 전산실 전원을 내리고 배터리에 연결된 케이블을 끊는 과정에서 불꽃이 일었다”며 “사고 당시 배터리 분리 작업을 한 하도급 직원 외에 국정자원 직원 등 다수가 5층 전산실 안에 있었다”고 말했다. 배터리 분리 작업을 했던 하도급 업체 직원 1명(40대 남성)은 경상(1도 화상)을 입었고, 다른 인명 피해는 없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저장장치(생산된 전기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한 후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의 주요 구성품으로서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의 기기에서부터 전기자동차, 항공우주 장비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고 그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리튬이온 배터리를 고온의 환경에서 보관하거나 방치하면 내부 온도 상승에 따른 발열 반응으로 화재와 폭발이 발생할 위험이 생긴다.
화재로 전산실 내부 열기가 강해지자 이 전산실의 적정 온도를 유지해주는 항온항습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전산실 안의 냉방을 유지할 수가 없게 됐다. 서버의 급격한 가열 등 다른 전산 장비가 훼손될 것을 우려한 국정자원은 제1센터 안에 있는 정보시스템 647개의 전원을 모두 차단했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은 “현재는 항온항습기를 우선 복구 중이며, 이후 서버를 재가동해 복구 조치를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확한 화재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청, 경찰청 등의 감식 이후에 나올 전망이다.
이번 화재로 정부부처 누리집 접속이 불가할 뿐만 아니라 우체국 업무(우편, 예금, 보험), 세금 납부 등을 위해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도 일시 중단됐다. 지하철역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도 먹통 상태다.
행안부는 9월27일 오전 8시께 국정자원 화재로 국민신문고 등의 전산망 접속이 불가능해 주요 행정서비스 이용이 제한된다는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행안부는 국정자원을 중심으로 53개 중앙행정기관(정부조직법에 의해 설치된 부·처·청)의 5만3천여 정보 자원(행정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행정정보와 행정정보의 수집·가공·검색을 하기 쉽게 구축한 정보시스템 등을 포괄하는 말)을 관리한다. 정보 자원의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현재 4개 센터(대전, 광주, 대구, 충남 공주)가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