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요, 오기나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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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중증화상 산업재해로 양팔을 절단한 이주노동자 오기나가 2025년 9월16일 서울에서 치료를 마친 뒤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아내 어요나와 함께 밝은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처음 병원에 왔을 때는 죽고 싶었어요. 힘들게 병원에 있고 싶지 않았어요.”

2019년 12월22일, 몽골 출신 이주노동자 오기나(37)는 양팔과 엉덩이 부위에 4도 화상을 입고 헬기로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됐다.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던 그는 작업 중 2만2900V의 고압 전류에 감전됐다. 병원은 오기나에게 팔을 절단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오기나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열 차례 수술과 함께 고통스러운 치료가 이어졌다. 불탄 피부에 드레싱을 하는 치료는 극한의 통증을 동반했다.

사고 후 곧 6년이 돼가지만, 오기나는 여전히 신체 곳곳에서 통증을 느낀다. 엉덩이 부위의 화상 후유증으로 괄약근 기능도 온전하지 못하다. 최근에는 불타 없어진 엉덩이 부위에 허벅지 살을 떼어 붙이는 복원 수술도 했다.

오기나가 겪는 극심한 고통의 책임은 한국의 산업 현장에 있다. 특히 그가 일했던 태양광 설치 작업에서는 노동자가 죽고 다치는 일이 빈번하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 동안 태양광 설비 관련 공사를 하다 추락하거나 감전돼 사망한 노동자만 52명이다.(고용노동부·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문제는 이런 위험 노동 현장에 주로 이주노동자가 투입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회사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안전 조처까지 소홀히 해서 빈번한 산업재해를 일으킨다. 오기나가 겪은 재해도 마찬가지다. 회사 대표와 현장 팀장은 오기나에게 위험한 전기 작업을 지시했다. 한국전력 담당자에게 작업 기간 송전을 멈춰달라고 부탁하는 데 들어가는 50만원을 아끼기 위해, 전기가 흐르는 전신주에 오기나가 올라 작업하게 했다.

회사의 잘못이 명백했지만, 오기나의 재해 이후 그 상황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법원은 오기나가 몽골 출신이라는 이유로 손해배상액마저 깎았다. 회사는 그마저도 “돈이 없다”며 오기나에게 주지 않는다. 부당한 지시를 한 회사 대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오기나는 치료 중에만 유효한 비자를 갖고 있어 체류 자격도 불안정한 상태다.

오기나와 그의 가족이 겪은 지난 6년의 고통은 위험 작업을 이주노동자에게 전가하고, 비용을 쥐어짜기 위해 위험 노동을 일상화하며, 재해 이후에도 최소한의 지원으로 책임지려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가 낳은 산물이다. 이런 부조리에 대해 오기나는 묻고 있다.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산재 피해 입은 오기나 후원해주실 곳



하나은행 153-910561-30607

예금주(오기나 본인): MUNKHERDENE UUGANBAYAR

 

[제1582호 표지이야기] 위험의 ‘이주화’, 방조된 희생

2만 볼트가 몸에 흘렀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047.html

추락하고, 감전되고… ‘친환경 산재’ 내몰리는 이주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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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보다 못한 이주노동자의 두 팔… 극우만이 아닌 모두의 선민의식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03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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