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을 키우라고요. 실력 있으면 다 스카우트해갑니다! 여성할당제 이런 것에 왜 기대려 합니까?” 한국과 일본의 여성 기자들이 모여 공공·기업·미디어의 성별 다양성 부족 문제에 대해 논의한 2025년 9월5일 ‘제3회 한일여성기자포럼’ 현장. 불쑥 객석에서 손을 든 한 중년 남성이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아키야마 리사 일본여성기자협회장(가나가와신문사 이사)은 “이런 행사에서까지 이런 이야기를 듣는 일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일본의 여성기자협회는 2025년 11월 공식 설립을 앞두고 있다. 여성 기자들이 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고민을 나누는 한국여성기자협회의 모습이 자극이 됐다. 한국여성기자협회는 2025년으로 3년째 일본 여성 기자들을 초청해 연대 포럼을 열고 있다. “여성 할당 바라지 말고 실력이나 키우라”는 비아냥(백래시)이 커지는 비슷한 사회 분위기 속에 같이 힘을 모으고 머리를 맞대기 위해서다. 아키야마 리사 회장 외에 이날 미야모토 하루요 TBS 뉴스23 편집장, 오가와 미사 교도통신 사회부 차장, 세키 유코 닛케이 아시아 부그룹장, 미즈마 아즈사 아사히신문 수도권 뉴스센터장 등 많은 일본 여성 기자가 행사에 직접 참여해 ‘유리천장’을 증언·분석했다.
―제3회 한일여성기자포럼의 1박2일 일정에 모두 참가했다.
“1회 때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 올 때마다 한국 여성 기자들의 활기찬 모습에 자극을 받는다.”
―일본여성기자협회 설립 준비는 어떻게 돼가고 있나?
“사단법인 일본여성기자협회는 2025년 11월22일에 도쿄의 프레스센터에서 설립 포럼을 열고 본격적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많은 여성 기자가 회원 가입을 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서 일본 여성 기자가 직접 발제자로 나서 “정·관계 여성 비율이 세계 최하위 수준인 일본은 여전히 ‘정치는 남성의 것’이라는 의식이 뿌리 깊고, 요정에서의 ‘밤 문화’나 성희롱 등 때문에 여성 정치인의 입지가 좁다”는 이야기를 했다.
“미디어 업계에서도 경영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이 ‘밤 회의’나 휴일의 골프장 등에서 내려진다는 이야기는 여전하다. 여성들은 일하면서 남성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해내야 한다’는 압박을 더 많이 받고 있다. ‘밤 회의’나 골프 약속은 구조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포럼에 참여한 이혜훈 전 의원(한국여성의정 상임대표)이 현재 한국의 정당에서 갈수록 ‘여성인권 문제’를 언급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도 비슷한 분위기다. 이런 때일수록 미디어가 제대로 된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내가 1989년부터 일해온 가나가와신문사는 2024년 5월에 ‘DEI 선언’을 했다. 다양성(Diversity), 공정성(Equity), 포괄성(Inclusion)을 의미하는데 민족, 국적, 성별, 성적 지향, 연령, 종교, 장애 유무 등 모든 차이를 존중하고 종업원의 개성을 받아들이자는 선언이다.”
―한국과 일본의 여성 기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정치·사회 분야의 젠더 평등 수준은 현재 한국과 일본이 꽤 비슷하다. 독자와 시청자 절반은 여성인데 뉴스 공급은 그렇지 않다. 여성 기자들이 뉴스 가치의 결정권을 더 갖고 올바른 뉴스를 전달해야 한다. 함께 손잡고 앞으로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