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카야마 조선학교, 동포 자부심 심어주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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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09.06. 오전 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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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스퀘어]유치원생·초·중학생 66명 다니는 학교…80년 세월 헛되지 않게 안전한 건물·학습환경 위한 후원 필요
2025년 8월5일 일본 오카야마조선초중급학교 무용반 학생들이 전례 없는 더운 날씨 속에서 다가오는 예술경연대회를 위해 연습하고 있다.


1945년 10월28일 문을 연 일본 오카야마조선초중급학교가 2025년으로 개교 80주년을 맞았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교정에서 학생들은 여전히 우리말과 문화를 배우고, 무더위 속에서도 민족의 넋을 담은 춤사위를 이어가고 있다. 1970년 12월 학교는 지금의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 미즈시마로 신축 이전했다. 반세기가 지난 교정 곳곳은 페인트가 벗겨지고 시설은 녹이 슬었으며 구석에는 벌집까지 들어서 지나온 나날을 실감케 한다.

조선학교는 1945년 8월 해방 뒤 재일 조선인들이 자녀에게 우리말과 문화를 가르치기 위해 일본 전국 각지에 세운 ‘국어강습소’를 뿌리로 한다. 한때 미군정에 의해 문을 닫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80년 동안 일본에서 한민족의 언어와 역사, 문화를 지켜왔다. 현재 선화반·민들레반·진달래반에 다니는 유치원생 9명을 비롯해 초등학생 39명, 중학생 18명 등 모두 66명이 재학 중이다. 학생들은 민족과목(조선어, 한반도의 역사·지리, 조선의 노래·악기·무용 등)과 일본 학교 교육과정을 함께 배운다.

2025년 8월5일 학교 강당에서 무용반 학생 12명(초급부 11명, 중급부 1명)이 10월에 열리는 예술경연대회를 앞두고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리례나(27) 무용 지도 교원은 “조선무용을 통해 민족정서를 키우고, 조선사람으로서의 자부심을 심어주며, 동포들에게 용기와 감동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교를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일본 정부가 2010년 고교 무상화 정책에서 조선학교를 제외하면서 학생 수는 줄고 재정난은 심화됐다. 학교 관계자는 “정부 지원은 전혀 없고 주로 성공한 교포들의 후원에 의존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강당 역시 학부모들의 자선공연을 통해 모은 기금으로 지붕과 벽을 보수할 수 있었다. 자선 예술 공연팀 ‘길잡이’의 박현미(55) 실행위원장은 “14년 전 비가 새는 강당 바닥 곳곳에 양동이를 놓고 연습하던 아이들을 보며 학부모들이 안전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일본 내 조선학교를 응원하는 국내 시민단체 ‘몽당연필’(대표 권해효)은 안전한 학교 건물과 학습 환경 조성을 위해 9월15일까지 후원(http://mongdang.org/kr/bbs/board.php?bo_table=notice&wr_id=489)을 받고 있다. 수많은 이름 없는 이들의 땀과 눈물, 헌신과 인내로 쌓아 올린 80년의 세월. 이제는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할 때다.

 

유치원생들이 낮잠을 자기에 앞서 떠나는 방문객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 열악한 환경이지만 춤사위를 이어가는 무용반 학생들의 얼굴에서 밝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학교 건물에 걸린 ‘톺아 오르자! 모범학교의 고지를, 배우자! 민족의 넋 깃든 우리의 말\'이라는 교지. 학교 관계자는 “매년 조선학교 가운데 선정되는 ‘우리말 모범학교’에 꼭 뽑히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밝혔다.


 

건물 한쪽 벽에 그려진 그림이 끝나는 쪽에 화장실 입구가 있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학교 환경을 만들기 위한 모금이 진행 중이다.


 

학교 중앙 계단 옆에는 우승한 축구반 단체 사진과 우승컵이 놓여 있다. 현재 중급부 축구반은 10명(남학생 8명과 여학생 2명)으로 구성됐다. 팀 구성이 어려워, 다가오는 체육대회를 위해 히로시마·시코쿠·규슈 지역 학교들과 연합팀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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