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컥한 추미애, 답답한 조희대[취재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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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2. 오전 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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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오른쪽 뒷모습)이 추미애 위원장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설전을 바라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지난 10월 15일 오후 9시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가 끝날 무렵, 추미애 위원장이 발언 도중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앞에 두고 추 위원장은 이번엔 질타가 아닌 호소를 했다. 자신들이 대법원까지 찾아온 것은 사법독립을 침탈하려는 게 아니라 대선 개입 의혹을 낳은 초고속 이재명 판결 경위를 규명하기 위한 것임을 이해해달라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추 위원장은 이재명 판결의 반대의견 한 대목을 언급했다.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초고속 판결에 반대하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보석 세공 과정에 비유했다. “대법관들은 전원합의에서 설득과 숙고로 이뤄지는 가치의 상호침투와 화학작용을 통한 변용과 결단을 통해 각 사안에서 구체적 타당성의 확보와 정의실현이라는 보석을 세공한다. 설득과 숙고의 과정이 치열할수록 얻게 되는 보석은 더 찬란하며 견고하다.” 추 위원장은 “판결문을 읽으며 눈물이 났다”며 “이것이야말로 국민의 마음”이라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도 별다른 답 없이 국감장을 떴다. 조 대법원장은 “법관은 재판에 대해 무한책임을 진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무슨 책임을 지는지 알 수 없다. 대법원은 판결 경위 설명뿐 아니라 사법개혁에 대해서도 소극적·방어적이다. 선제적으로 묘안을 내놓기는커녕 이것도, 저것도 다 안 된다는 식이다.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지키려는 모습은 역력하다. 조 대법원장은 취임 후 김명수 대법원장 때 진행된 사법개혁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전원합의체 의미를 살리기 위한 대법관 구성 다양화는 논의조차 없다. 어떻게 법원을 신뢰하라는 것일까.

실은 보석을 세공하는 설득과 숙고의 과정은 법원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설익은 의혹 제기와 땜질식 사법개혁, 국민의힘의 불법 계엄 책임 회피와 혐중 선동, 유튜버들의 검증되지 않은 자극적·선정적 영상, 레거시 미디어의 받아쓰기·베껴쓰기 남발 등. 모두 무엇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를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목적만 보며 가속페달을 밟은 결과물들이다. 내 생각을 정교하게 다듬은 뒤 논리적으로 제시하며 건전하게 토론하는 과정은 생략되고, 정치에 대한 신뢰는 무너지고 있다.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대법원에 던진 이 질문은 대법원만의 것이 아니다.

이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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