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법 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실 내부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법정에서 공개됐습니다. 화면 속 인물들은 헌정질서가 무너지는 역사적 장면 한가운데 있었지만 그들의 표정엔 긴장도, 고민도 없어 보입니다.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웃었습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당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 문건을 건네받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참을 논의합니다. 영상에는 두 사람이 서류를 돌려보며 대화하고, 이 전 장관이 웃는 장면이 나옵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월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해 “문건의 존재를 몰랐다”고 했지만, 너무나 뻔뻔한 거짓말이었습니다.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도 그간 “실무자로부터 쪽지를 받았지만 내용을 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영상은 최 전 부총리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문건을 건네받아 정독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조속한 예비비 확보, 국회 관련 자금 차단,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에 대한 윤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담긴 바로 그 문건입니다. 이상민 전 장관 역시 그동안 “멀리서 문건을 봤다”고 했지만, 영상 속의 그는 문건을 들고 한 전 총리와 논의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영상은 단지 과거의 진실을 복원한 기록이 아닙니다. 대통령의 폭주를 막지 못하는 고위 관료들의 무능과 둔감,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집단적 무책임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판사가 “비상계엄 선포와 시민 대치 상황에서 총리로서 어떤 조치를 했는가”를 거듭 물었지만, 한 전 총리는 끝내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자리에 있었던 이들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순간, 민주주의가 얼마나 쉽게 허물어질 수 있는지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번 주 주간경향은 또다시 과열 양상이 심상치 않은 부동산 시장을 짚어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엄벌을 거듭 강조하고 현 정부 들어 벌써 세 번째 대책까지 나왔지만, 시장에 풀린 유동성 자체가 워낙 많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서울 주요 급등지역 분위기는 어떤지, 전문가들의 전망은 어떤지 준비했습니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불과 넉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조사들은 대개 응답률도 낮아 신뢰도가 높다고 보기도 힘든데요, 이런 조사 결과가 왜 쏟아지는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과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윤석열 정부 때 대통령실 경호처가 발주한 대형 연구과제의 용역 선정 과정을 둘러싼 석연치 않은 의혹을 취재했고, 최근 유튜브를 중심으로 과학 관련 콘텐츠가 주목받는 가운데 과학계에서 이미 거짓으로 판명된 사실들이 새삼 논란이 되며 확산하는 문제들도 들여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