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장인의 손으로 빚은 선 고운 옹기[정태겸의 풍경](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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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09.24. 오전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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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다녀왔지만, 갈 때마다 전남 강진은 숨어 있는 보석 같다. 먹을 것, 볼 것, 할 것이 생각보다 많음에도 가치에 비해 덜 알려진 여행지다. 원래 이곳은 청자로 유명세를 날리던 땅이기도 하다. 하지만 강진의 청자만 쳐다보다 이곳의 옹기가 못지않게 훌륭하다는 건 놓치고 있었다. 칠량 바닷가 옹기장인 정윤석씨를 만나고서야 비로소 강진의 옹기를 알게 됐으니.

칠량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옹기를 만들었다. 천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지는 모르겠으나, 마을 뒷산의 흙이 옹기를 빚기에는 제격이다. 자연스레 그 역사가 길 수밖에 없는 배경을 가졌다.

장인에게 옹기 빚는 과정을 들었다. 듣기만 하면 뭐하냐면서 물레 앞에 앉는다. 곱게 내린 흙을 치대어 만든 반죽이 물레 위에 오르고, 때리고 돌려 다듬으며 옹기 하나를 빚기 시작한다. 하나의 일을 오래 해온 사람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압도적인 힘이 있다. 숨소리를 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진다. 장인은 말 한마디 없이 옹기를 빚는 동안 물레의 움직임에 맞춰 고개를 주억거렸다. 흔드는 건 고개지만 온몸이 움직인다. 그렇게 70세가 훌쩍 넘은 옹기장은 온몸의 힘을 손끝으로 쥐어짜 선 고운 옹기를 만들어냈다. 경이롭다. 그 표현 말고는 다른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오래 이어져서 고귀한 탄생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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