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등이 용상 앉은 사례는 전무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내부 출입이 제한되는 경복궁 근정전에 들어가 용상에 앉았던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김 여사는 휴궁일인 2023년 9월12일 오후 1시35분 경복궁을 방문해 2시간 가까이 머물렀다. 당시 궁능유적본부 산하 경복궁관리소는 상황실 관리일지에서 김 여사를 대통령을 가리키는 말인 ‘VIP’로 표기했다.
국가유산청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서 “(2023년 9월12일) 당시 배석한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김건희씨가 용상에 앉은 사실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근정전 안에는 ‘금거북이 매관매직’ 의혹을 받는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최응천 전 문화재청장, 고정주 전 경복궁관리소장, 황성운 전 문체비서관실 행정관 등이 있었다고 한다.
근정전 용상은 왕이 신하들의 조회를 받거나 외국 사신을 맞는 등 중요한 행사 때 앉는 의자로, 왕의 권위를 상징한다. 역대 대통령이 이 용상에 앉은 사례는 없다고 국가유산청이 밝혔다. 경복궁관리소 관리 일지에 따르면, 김 여사는 근정전에 이어 경회루, 흥복전을 둘러본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유산청은 “당시 경복궁 방문은 월대 복원행사 및 UAE 국빈맞이 행사 관련하여, 경회루, 흥복전이 주요 방문 대상이었다”며 “근정전 내부 관람은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나 현장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주진우 시사인 편집위원이 지난 20일 공개한 사진도 논란이 됐다. 선글라스를 낀 김 여사가 국보 224호인 경회루 2층으로 추정되는 한옥 건물에서 이배용 전 위원장과 함께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채 짝다리를 짚고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조계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용상이 개인 소파인가. 김건희가 슬리퍼 짝짝 신고 스스로 올라갔나. 그 자리에서 왕을 꿈꿨나 보다”라고 비판했다. 같은당 이기헌 의원은 “이 전 위원장이 김 여사에게 ‘저 어좌에 앉아보라’ 권유했나. 그랬던 거 같죠?”라고 물었고, 정용석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은 “그렇지 않으셨을까요”라고 하다가 “제가 직접 듣지는 못했다”고 했다. 정 사장은 당시 대통령비서실 문화체육비서관실 소속 선임행정관으로 김 여사를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