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점·청주 1점·경주 3점, 출토 후 처음 한데 모여
외국인 관람객 인기 힘입어 관람객 폭발적 증가세
“서울에서 친구로부터 (금관)브로치 선물을 받고 아름다워서 놀랐습니다. 실물은 ‘언빌리버블(Unbelievable)’ 하네요.”
21일 경북 경주시 인왕동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만난 영국인 제임스씨(41)는 천마총에서 발견된 신라 금관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한참을 바라보던 그는 연이어 “뷰티풀(beautiful)”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지난 17일 서울에 도착했다. 제임스씨가 멘 가방에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굿즈인 ‘금관 브로치’가 달려 있었다.
제임스씨는 “한국의 미를 생생하게 볼 수 있는 도시를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친구가 ‘경주’라고 했다”며 “이곳은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특별한 도시”라고 말했다.
부슬비가 내리는 등 궂은 날씨에도 이날 경주박물관 전시실은 국내외 관람객들로 붐볐다.
관람객들은 조명 아래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천마총 금관과 금허리띠, 꾸미개를 전시한 유리상자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신라 황금문화의 정수로 꼽히는 천마총 금관은 둥근 관테에 3개의 나뭇가지와 2개의 사슴뿔 모양의 세움장식을 접합하고, 58개의 옥과 382개의 둥근 달개로 장식했다. 나뭇가지와 사슴뿔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매개체이고, 옥은 원초적 생명체, 달개는 생명의 열매를 뜻한다.
국립경주박물관은 APEC 정상회의를 맞아 오는 28일부터 12월14일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신라 금관 6점을 모아 합동 전시하는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을 개최한다.
금령총과 황남대총에서 발견된 금관 2점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 금관총·교동·천마총에서 출토된 금관 3점은 국립경주박물관에, 서봉총 금관은 2023년 5월부터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금관 6점이 한 곳에 모이는 것은 신라 금관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1921년 금관총 발굴 이후 처음이다.
APEC정상회담을 앞두고 경주박물관 관람객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관람객들은 104년 만에 신라의 금관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소식에도 “설렌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추석 연휴(10월3일~9일)기간 경주박물관을 다녀간 관람객은 15만3342명이다. 하루 평균 2만5557명으로, 이는 지난해 추석(7982명)보다 세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 7일 단 하룻동안 관람객 집계를 시작한 1975년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인 3만8477명이 다녀갔다.
에밀레종으로 알려진 ‘국보’ 성덕대왕신종을 찾는 관람객도 크게 늘었다. 박물관 야외 종각에 걸려 있는 이 종은 높이 3.66m, 무게 18.9t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대(最大)의 종이다.
1992년 제야의 종소리를 끝으로 손상 등의 우려로 정기 타종이 중단된 이 종은 지난달 24일 시민 앞에서 다시 울렸다. 타음 조사를 위해 진행된 이 타종 장면이 공개된 것도 22년만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22년만에 타종이 공개된 성덕대왕신종과 신라 금관이 모인다는 소식에 관람객들의 문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금관 전시실은 금관이 돋보일 수 있는 독창적인 디자인 전시를 적용했다.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진수를 보여주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