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다음은 어디?···동남아로 뻗친 스캠 범죄 어떻게 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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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2. 오후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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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인 태자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캄보디아에서 벌어지는 보이스피싱·인신매매 등 범죄가 주변국으로 확산하면서 동남아시아 일대가 신종 범죄의 근거지로 변하고 있다. 단순한 보이스피싱을 넘어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리딩방(투자정보방 사기)’ 등 수법도 복잡해지면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캄보디아 내 외국인 대상 범죄가 국제적 문제로 주목받자 일부 범죄조직은 단속을 피해 인근 국가로 근거지를 옮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확인한 자료를 보면, 태국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감금 신고는 2021년 0건에서 올해(9월 기준) 11건으로 늘었다. 캄보디아 등에서 활동하던 범죄조직이 거점을 옮기면서 피해가 확산하고 있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청년들을 캄보디아로 유인한 ‘고수익 아르바이트’ 광고도 중국·라오스·필리핀·미얀마·베트남 등 국가명만 바뀐 채 하루 수십 개씩 교민 커뮤니티 등에 올라오고 있다.

범죄 유형도 복잡해지고 있다. 기존의 전화·문자 보이스피싱을 넘어, 온라인 공간에서 친밀한 관계를 맺어 금전을 빼앗는 ‘로맨스 스캠’이나 카카오톡·텔레그램 등 메신저에서 허위 투자 정보를 퍼뜨리는 ‘리딩방 사기’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실제 캄보디아에서 검거된 한국인 청년 중 다수는 이러한 신종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국경을 넘는 신종 범죄를 현행 국내법으로는 제대로 처벌하거나 예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지급정지’ 제도는 단순 보이스피싱에는 적용되지만, ‘투자정보 제공’이나 ‘사적 금전 거래’ 형태를 띤 리딩방 사기와 로맨스 스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피해금 회수나 구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제2의 캄보디아 사태’로 번지지 않으려면 법 개정과 국제 공조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실장은 “초국가적인 범죄는 기존 법·제도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유엔 사이버범죄 협약에 맞춰 국내 법제를 정비하고 수사 인력과 정보망을 확충해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사이버범죄 협약은 해킹·온라인 성범죄 등 다양한 사이버범죄에 대한 국제적 형사 처벌 규정 마련과 신속한 공조 절차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약은 지난해 타결됐지만 한국은 아직 관련 법제 마련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소관 부처와 함께 법 개정 및 예방책을 논의하기 위한 TF(태스크포스)를 운영 중”이라며 “금융기관이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보이스피싱 피해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배상하는 ‘무과실배상책임’을 도입하거나 외국인 명의로 개설된 ‘대포폰’ 개통 건수를 제한하는 등 실질적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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