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구조개혁 장관회의 이틀차인 22일 인공지능(AI) 성장의 혜택이 선진국 경제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디지털 격차’ 해소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인천 영종도의 한 리조트에서 열린 APEC 재무·구조개혁장관회의 합동세션에서 “APEC이 함께 협력해 AI 혁신을 통한 공동 번영을 이루어 나가길 바란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이날 회의는 ‘혁신과 디지털화’를 주제로 각국 재무장관이 처음으로 머리를 맞댄 자리였다.
구 부총리는 AI가 국가 간 부의 쏠림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난 4월 보고서에 따르면 AI 도입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최대 4% 증가시킬 수 있지만, 그 성장의 혜택은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고 AI 준비도나 인프라·데이터 접근성이 높은 선진경제가 크게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AI와 디지털 전환을 위한 APEC의 협력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해 안전한 AI 생태계 조성과 디지털 격차 완화를 위한 구체적 협력 방향이 제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디지털 격차는 고소득 국가와 저소득 국가 간 격차뿐 아니라 각국 내 소득·교육수준 등에 따른 개인별 정보 접근성의 차이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구 부총리는 한국은행이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AI 도입은 한국 경제의 생산성을 1.1~3.2%, GDP를 4.2~12.6% 높일 수 있는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성장 둔화를 상당히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발전이 한국 경제의 유일한 돌파구라는 신념으로 기업·공공·국민 등 전 분야의 AI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제조업 기반과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에 강점을 지닌 한국이 선도할 수 있는 AI 로봇, AI 자동차 등 피지컬 AI 7대 프로젝트에 연구개발(R&D), 규제 완화, 금융 등 패키지로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APEC 재무·구조개혁 장관회의는 오는 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인천에서 21~23일 2박3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한국에서 APEC 재무장관회의가 열린 건 2005년 이후 20년 만이다.